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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Feb 12. 2022

명절 난민

30살 겨울, 명절이 싫다길래

눈 떠보니 갈 데 없는 난민 신세

천재지변인가 전쟁이 터졌나


사람들은 바삐 차편을 구하고

친인척에게 행선지를 알린다

조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한 아름씩 짐 꾸러미를 짊어진다

무엇인가에서 멀리 도망친다


에라이 겁쟁이들

훠이훠이 도망가라


나는 부모를 묻었다

한 샆 깊게 찔러 넣었다

부모형제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여이고 커다란 묘비를 세운다


시집 장가 잘 간 사촌님

대기업서 돈 잘 버는 팔촌님 

명문대 들어간 똑똑한 조카님까지

모르긴 몰라도 큰 화를 당한 게 분명하다

 

여기에 남을 수 밖에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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