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겨울, 명절이 싫다길래
눈 떠보니 갈 데 없는 난민 신세
천재지변인가 전쟁이 터졌나
사람들은 바삐 차편을 구하고
친인척에게 행선지를 알린다
조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한 아름씩 짐 꾸러미를 짊어진다
무엇인가에서 멀리 도망친다
에라이 겁쟁이들
훠이훠이 도망가라
나는 부모를 묻었다
한 샆 깊게 찔러 넣었다
부모형제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여이고 커다란 묘비를 세운다
시집 장가 잘 간 사촌님
대기업서 돈 잘 버는 팔촌님
명문대 들어간 똑똑한 조카님까지
모르긴 몰라도 큰 화를 당한 게 분명하다
여기에 남을 수 밖에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