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봄, 골목 카페 창가에 앉아
입춘이 훌쩍 지난 늦은 2월
눈이 한 움큼 내리다 오르다
창밖으로 몽실몽실 살랑인다
길가에 세워진 오토바이 위로 소복이
걷는 이의 후드 위엔 눈송이가 서너 조각
지나가는 여자는 폰을 닦으며 찡긋 눈살을 찌푸린다
겨울이 지나며 눈을 내린다
떠나가는 겨울이 자취를 내린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눈에 눈이 드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툴툴거리며 눈을 스친다
뒤돌아선 겨울은 내심 서럽다
잘 가라 인사해 주는 이가 없어 서럽고
내린 눈을, 남긴 자취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서럽다
그런 겨울에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잘 가라는 인사를 전한다
소리 없이 소심하게 마음속으로
그 대신 입가에 미소를 한 껏 머금어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되뇌인다
안녕 겨울
잘 가 겨울
떠나는 이가 추운 겨울일지라도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전한다.
홀로 커피를 한 잔 하고 나오던 카페
문득, 잘 가라 인사해주지 않는 점원에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늘에 내리는 눈을 보고는 떠나는 이 겨울도 서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