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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경 Dec 10. 2022

묘지의 귀향길

31살 겨울, 멋들어진 말에 흥미가 생겼다

꽉 막힌 고속도로 위로 줄지은 빤딱한 무덤들

부릉부릉 부들부들 유난스러운 미동

묘들은 구린내를 뿜으며 천천히 천천히 약진한다


묘비 뒤 비치는 눈 퀭한 고깃덩이

핸들 사이 반즘 문들어진 얼굴

핸들이 면 눈깔도 함께 돌아간다


묘지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고

부들부들 부릉부릉 구린내를 풍기며 기어간다


핸들이 돌 눈깔이 멈 곳

매끈하게 빠진 고속도로 옆 바리케이트


 너머엔 울퉁불퉁 잡초 무성한 야지

본 적은 없지만서도 70년대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촌스런 카우보이가 총을 빵빵 쏘며 말을 달린다

히히힝- 우스꽝스런 말소리와 함께 말을 달린다

까무잡잡하고 거무틔틔한 촌스런 얼굴로 야지를 달린다

위태롭게 흔들거리며 위험하게 총질을 해대며 신나게 달린다


눈깔은 바리케이트를 향했다

묘지 속 썩은 고깃덩이

묘비를 제끼고 사계로 몸을 꺼낸다

무덤 밖으로 발을 디딘다


부릉부릉 부들부들 미동하는 무덤들

약진하는 묘지와 멈춰 선 깃덩이

약진하는 멈춰 선 역학의 충돌

퍼레이드의 클라이막스!


피용- 튀어오르는 머리통

폭발하는 점점의 살점

흩어지는 부속

구르는 눈


부들부들 부릉부릉

빵야빵야 히히힝 히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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