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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May 31. 2021

가족 식사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고요?

일상의 이벤트 가족문화

   

 가족이 식사를 하는 날이라고?

식사는 매번 같이 하는 거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가족은 매번 식사를 하지요. 그러나 학원을 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식사 시간이 다는 날이 더 많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식구가 밥을 먹는 일이 일주일에 다섯 번이 안될 수가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한 달에 한번 가족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빠, 엄마 , 딸, 딸 이렇게  4명이 입니다. 진행하는 사람은 가족 구성원이 매 월 한 명씩 돌아갑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저녁식사를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집에서 만들 것인지, 나가서 먹을 것인지를 그날 식사를 주도하는 자가 계획과  준비를 합니다.     


 이벤트는 박미자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추천 이유는 이러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성장할수록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당연하지요. 그럴 때 정기적인 밥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 시간은 아이들이 개인적인 약속을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단, 가족이 밥을 먹으면서 공부와 가르치려는 이야기를 전혀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맛있는 거 먹는 시간으로 딱 정해 야한 다였어요.  선생님은 딸이 처음으로 라면 끓였을 때, 맛이 없었는데, 그래도 무조건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것이  그날의  부모가 할 일이라 하셨지요.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저녁 식사를 가족의 한 명이 리더가 됩니다. 본인이 먹고 싶은 것,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 자신이 한번 해 보고 싶었던 요리 등등 형태는 자율입니다. 가격에 제한이 없습니다.(아직은 아이들이 초중등학생이라 비싼 음식을 모르기도 합니다.)

      

 음식점에 가족이 식사하는 건 같을 텐데... 뭐가 다르지?라고 의문사항이 들지요?


 큰 아이가 친구들과 맛있다고 가족과 밥 먹으러 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출발 시간부터 다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인지 모르니 출발 시간부터 모두 물어봅니다. 몇 시에 나가냐? 무얼 타고 가냐? 뭘 먹냐? 가격은 얼마나 예상되냐 등등. 아이들에게 선택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처음이니 아이가 장소를 가는 방법과 시간, 가격, 메뉴 등을 아이가 선택하고 리더 하게 됩니다. 그것이 즐거웠나 봅니다.

     

 둘째가 식사를 주도하는 날. 뷔페 떡볶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뒤를 따르라고 하더군요. 언니와 함께 그 식당에 앞서서 들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안쪽 자리에 엄마와 아빠를 앉으라고 하고 애들은 바깥 자리에 앉습니다. 떡볶이 재료도 둘이서 가져온다는 겁니다. 초3 둘째가가 "엄마! 떡이 10개면 되겠죠?" 잘 안 먹는 사람이 식사를 준비하면 이런 불상사가 생깁니다. 가족 4명이 갔는데 떡 10개가 웬 말입니까! 처음 하는 일은 항상 서툴지요.


언니의 코치로 경은이가 넉넉하게 담아왔습니다. `자율권, 선택권을 주고 나서 부모에게 편안함이 생길 수 있구나`를 체험합니다. 자기가 고른 메뉴이니 잘 먹습니다. 남기지도 않아요. 밥을 다 먹고는 계산을 둘째가 직접 합니다. 영수증과 그 계산이 맞는지 확인하고, 가지고 있던 카드를 계산원에게 내밉니다. 우리는 막내에게 밥 잘 먹었다고 외칩니다. 식사를 주도한 증명으로 둘째가 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는 기분이 좋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쉽게 알게 되었습니다.     

     

 일 년에 3번씩 밥을 주도하는 기회가 가족에게 있습니다. 만들어 먹어도 되고 좋았던 집을 소개해도 좋아요. 아이가 가게를 나오며 하는 말 "오늘은 엄마가 제일 편한 거 같아!" 제가 많이 앉아서 편하게 밥을 먹은 것이 표가 났나 봅니다. 너무 잘 먹어서 마을버스 5코스를 걸어왔습니다. 길에서 아빠가 빨리 뛰어가니 아이들도 그 뒤를 쫓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데 참 행복합니다. 식사를 통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어요.


 우리 집에서 한 달에 한번  가족 식사하는 날이 정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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