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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Apr 30. 2021

2020년 설날 장기자랑

설날 며칠 전 4학년 경은이는 나의 남동생인 외삼촌에게 전화를 했다.

"삼촌, 설날에 재롱 잔치할 때 키보드 준비해 줄 수 있어요?"

"당연하지!"

경은이는 우쿨렐레와 피아노 연주를 준비했다. 시현이는 귀성길 출발 전에 뜨개질하는 바늘과 실을 가방에 넣었다. 여동생의 딸, 서별이 장기는 발레다. 서별이는 발레를 연습 중이다. 아이들 중 가장 큰 언니인 시현이의 진행으로 장기 자랑이 시작되었다. 큰 방에 어른 8명, 아이 7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남동생이 무대 세팅을 했다.



장기 자랑 순서

0. 개회식 인사 - 노시현

1. 노경은 - 피아노 <숨겨진 세상>

2. 노시현 - 뜨개질 

3. 송예진 - 리코더 , 예진 아빠 - 기타 <할아버지 낡은 시계> 

4. 김서별 - 발레 <사랑을 했다>

5. 노경은 - 우쿨렐레 <숫자송> 

6. 김서현 - 검도 / 스포츠 스태킹

7. 송경원 - 태권도

8. 송예진 - 인사



첫 번째 경은이는 <숨겨진 세상>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예빈이는 경은이 옆에서 악보를 넘겨주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방을 가득 채웠다.


두 번째 무대, 시현이는 뜨개질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뜨개질을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뜨개질을 하는 것이 장기이다. 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관중을 보며 여유 있게 웃음짓는다. 안뜨기, 겉뜨기를 반복하여 뜬 후 무늬를 보여줬다. 시현이의 90도 인사에 박수가 쏟아졌다.



세 번째 무대, 나의 남동생과 딸 예진이의 합주 무대이다. 남동생은 기타, 예진이는 리코더로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앙상블로 연주했다. 친정집의 큰 방이 오케스트라 공연장이 된 듯하다.



네 번째 무대. 여동생의 딸 김서별이 <사랑을 했다>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특별히 발레복과 토슈즈도 입었다. 서별이는 올림머리도 하고 싶었는데, 발레 머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서별이 아빠가 음악을 틀었다. 우아하게 뻗는 손과 발이 예뻤다. 서별이는 작년까지 부끄러워서 무대에서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옷과 신발을 준비하고 발레를 자신 있게 보여주는 모습에 내 마음이 뭉클해졌다. "서별아! 아름다운 춤을 공연해서 고마워~"라고 내가 말했다.



다섯 번 째, 경은이의 우쿨렐레 무대였다. <뭉게구름>, <제주도의 푸른 밤>, <숫자 송>으로 연속 세곡을 연주했다. <제주도의 푸른 밤>은 어른들이 리듬에 맞춰 흥얼거렸다. <숫자송>은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함께 불렀다.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은 보는 이가 행복했다. 나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외부로 나가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아버지가 더우셨을까? 내가 닫은 창문, 방문을 활짝 여셨다.



여섯 번째, 올해 2학년 올라가는 서현이가 검은 검도복을 입었다. 검도봉 대신 효자손을 들었다. 서현이는 효자손을 들고 앞으로 움직이며 "머리! 머리!" 하며 외쳤다. 효자손을 끊어치며 공중을 때렸다. 앞으로 "머리 머리!" 뒤돌아서 "머리! 머리!" 하며 검도의 기본자세를 보였다. 공연이 끝났음을 알리는 인사도 절도가 있었다. 나는 검도인을 가까이 보게 되어 영광이었다.




 서현이가 준비한 장기 자랑이 더 있다. 여러 개의 컵을 이용한 기술이다. 3개, 6개, 3개의 컵을 쌓아 탑을 쌓았다가 컵을 다시 접어 넣는다. 속도와 정확성이 생명인 게임이다. 29초의 실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은 서현이의 빠른 손놀림을 숨죽이며 쳐다보았다.




 일곱 번째, 송경원은 태권도를 보였다. 경원이 아빠의 구령에 맞춰 금강과 고려 품세를 했다. 빨간 태권도 도복은 멋지고 발차기는 절도가 있었다. 태권도 품세를 아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셨다.




여덟 번째 예진이는 이번에 초등학교를 입학한다. 장기 자랑은 예쁘게 인사하기다. 고개와 허리를 숙여 어른들에게 인사를 했다.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이들의 장기 자랑이 되는 것을 보는 게 어른들은 즐겁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성장을 알고, 어른들에게 축하를 받는다.




마지막 순서다. 할아버지 집에서 작은 무대를 경험하는 시간을 아이들이 좋아한다. 이번 장기 자랑은 다양하고 볼 거리가 많았다.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선을 보이는 과정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언제까지 장기자랑 행사를 진행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른들에게 큰 선물을 준 아이들에게 축복의 기도를 보낸다.




할머니의 제안!

이렇게 장기 자랑을 하다가 야외에서 한 번 해보는 건 어떠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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