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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Apr 20. 2022

코로나 확진보다 더 무서운 '확진인가?' 하는 애매함

"엄마! 경은이가 증상이 있었을 텐데~~~"

소아과 선생님이 나에게 말한다.

"네, 아이가 새벽에 열이 40도였어요" 의심과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검진 신속항원 검진 키트 보여주시며 "봐. 확진이야"

얇지만 보이는 두 줄. 코로나 확진.  3월 25일 금요일 오후 2시.  


우리 집에도 확진자가 생겼다.

아이는 열이 38도에서 40도를 넘나 들었다. 머리에 차가운 패치를 붙였다. 얼마 만에 다른 생각하지 않으며 아이 곁에 있어보는지.

언제 이렇게 컸는지.

구석구석을 만지고 쓰다듬어본다.

열이 펄펄 나는 아이가 날 보며 "엄마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자기가 확진일 수도 있는데, 엄마가 이렇게 간호해주니 감동이란다.

"ㅎㅎ 감동이었어? 엄마가 왜 너희 곁에 있겠니? 하나님이 보내준 수호천사잖아.

병이 나을 때까지 작은 공주님을  잘 보살펴 드릴게요."

둘 다 씨익 웃는다.


딸은 꼬박 이틀 곡기를 끊었다.

쌀은 까끌까끌하고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단다.

먹는 거라고는  바나나와 딸기였다. 3일째 되던 달 열이 내렸다.


아이가 컨디션이 좋아지니 내 몸이 좀 이상하다.

여기저기 살짝살짝 근육통이 있다.   

신속 항원 검사는 음성. 일주일에 네 번 검사. 그래도 음성.

둘째가 확진된 이후에는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꼈다. 간호하는 동안 나도 확진일 가능성이 많았다.  

나머지 가족의 식사도 각자 쟁반에 담아 배식했다.


화요일쯤 남편이 기침을 한다.

이상하다. 남편이 둘째와 제일 접촉이 없었는데....

둘째 격리 해제 하루 전.

남편의 자가 키트 검사가 두줄이 나왔다.

아!!!!!!!!!!!!!! 현실 부정하고 싶다.

다시 격리 시작이다.  


도돌이표

방 환기와  소독, 음식은 각자 챙겨주고,

설거지와 빨래는 구분하여 삶기,

그렇게 2주가 흘렀다.

사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확진이라고 하니 모임의 카톡 방에서는 각자 자기의 경험과 카더라 통신 이야기했다.

- 약국에서 먹는 링거 약을 엄마가 먼저 먹고 시작하세요. 지금은 각자의 면역력을 지키는 게 최고입니다.

- pcr 검사는 가족 중 확진 증명서 + 가족 증명서 + 신분증이 있으면 해 줘요. 같이 양성이 있을 경우 확진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으니 둘째 확진받은 날 바로 나머지 가족이 검사해 보세요.

- 하루 있다가 pcr 검사하러 가면 음성이 나올 수도 있으니 3일 뒤에 가족 검사하러 가세요.

- 기침을 많이 할 수 있어요 포카리 스웨터 사놓고 먹이세요

- 머리에 열 패치 구입하면 잘 사용할 수 있어요

- 약국 약보다 조제약이 훨씬 잘 들어요. 진료할 때 약 넉넉히 달라고 하세요

- 소금으로 가글 하고, 밤에 덴탈 마스크 끼고 자면 목이 덜 건조해지는 것 같아요

- 메가도스 용법으로 먹는 영국산 가루 비타민c가 회복에 좋다고 하네요.

- 해제 이후에 주민센터에 코로나 격리 지원금 신청하세요.

- 46일 만에 아이가 재 확진되었어요. 확진 격리 해제되어도 조심해야 해요.


만약 내가 사람들과 지금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면?

내가 겪은 힘든 시간들이  ` 나만 힘들다`는 생각에 빠질 수 있다. 나 만 힘들다 병에 빠져본 경험이 있다.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스스로를  불쌍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감정 중에서 슬픔을 제일 빨리 느낀다.

그리고 슬픔 안에 풍덩! 하고 빠져 버린다.

그래서 `나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환경이 나에게는 꽤 중요하다.


1년 살기 커뮤니티가 나에게서 `너만 그렇지 않아`라고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누구나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 알려주었다.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팔에 소매 걷어  올리다. 그리고  문제 해결법을 생각핬다. 문제 해결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여성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들으려 한다.


이번에도 확진이 되었을 때,

그나마 씩씩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그녀들에게서 들었던 간접 경험 덕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책을 읽는 것보다 더 큰 산 경험이 된 것이다.


그렇게 문제 해결을 잘했다고 생각한 어느 날

(가족의 격리 해제가 모두 되고 일상으로 돌아간 날)

뭔가 나를 누르는 심리적 느낌.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의욕이라는 게 1 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저냥 시간을 보낸다.

내일도 없고 오늘도 없는 듯. 그런데 하루가 참 빨리 지나간다.

지금 뭐지? 내가 왜 그러지?


괜찮다 괜찮다 했었는데, 나는 괜찮지 않았다.

일이 있을 때는 해결하는 데 집중하다가, 그 일이 끝나면 힘이 빠진다. 온 에너지를 다 쏟은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 앓는다.


좀 아프다. 좀 힘이 없다. 나 좀 이상하다.

디딤돌 커뮤니티 세리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고. 자기야. 우리처럼 밝은 사람이 우울증 걸릴 수도 있어. 그럴 땐 햇볕을 쬐며 좋아하는 차를 마셔봐~ 음성이니까 이제 나가서 산책도 해봐. 지금 바로 걸어야 해. 안 그러면 우울해져."라고 말하는데, 눈에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급하게 도시락을 쌌다. 김치볶음밥, 들깨 미역국, 딸기와 사과를 손수건에 쌌다.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받아서

볕 좋은 곳을 찾아 나섰다. 한참을 걸으니 몸에서 열이 난다.

언제 벚꽃이 이렇게 피었는지. 내 마음은 겨울인데 바깥은 봄이었다.

느티나무의 작은 잎들을 보는데, 이상하게 힘이 생긴다.

너희도 그렇게 여리고 작은 모습에서 시작했구나.

나도  잠시 기운을 잃은 거지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봄의 기운을 받고, 테이블에 앉아 맛나게 먹었다.

혼자 하는 소풍. 나와 내가 데이트하듯.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밥을 꼭꼭 씹는다.

김치볶음밥과 커피에 벚꽃 잎 하나가 떨어진다.

아~~ 행복하다.


그렇게 집에서 코로나 전염은 막을 내렸다.

혼자 아프고 힘들다가도

누군가의 말과 응원에 힘을 받는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

그들이 보내는 에너지가 나에게 벚꽃처럼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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