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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등젬 Feb 13. 2024

미국에서 내 이름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그렇게 발음할 바엔 차라리 영어로...

어찌어찌 첫 몇 주 수업을 듣다 보니 자주 마주치는 친구들이 생겼다. 서로 살갑게 수다를 떨진 않아도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는 친구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이다 보니 그들의 이름은 영어를 필수교육으로 받은 내가 교과서에서 한 번은 본듯한, 혹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 번은 들어본 듯한 낯익은 이름들이었다. 아주 가끔가다 제법 낯선 이름을 들어도 그리 어려운 이름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문제는 그들에게 꽤나 문제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에선 개개인의 뿌리와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스스로에게 지어 준 제이미란 이름보다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서 불리는 한국 이름을 미국인들은 더 좋아하는 게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두 가지 큰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 문제는 너무 창의적인 발음으로 나를 부른다. 한국인들이 부르는 내 이름만 익숙한 나는 새롭게 탄생해 버린 내 이름을 알아듣지 못한다. 이럴 경우 서로가 민망하다. 내 이름을 못 알아들은 나도, 내 이름을 잘못 부른 상대방도, 민망할 뿐이다. 미국에 사는 민식이라는 친구는 Min sik이라는 이름을 왜 자꾸 '밍씨크', '민사잌' 등등 다른 방식으로 읽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 걸로 보아, 나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사실 이건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제대로 된 한국이름을 불러주기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더 큰 두 번째 문제는 나를 아예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이름을 외우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수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도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나의 이름이 거론되어야 하는 모든 순간 피하기다. 특히나 그룹으로 토론을 하거나 과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모르니 나를 지목하거나 인용할 수가 없고, 자연스럽게 난 소외되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다른 종류의 차별이 아닌 그저 상대방이 나의 이름을 몰라서 피한다는 건 생각보다 눈치채기 쉬웠다.


이러한 문제들로 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영어이름으로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의 원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했지만 극구 사양했다. 애정 어린 한국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는 사람은 충분히 많으니, 영어이름과 함께 새로운 페르소나로 살아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성별도, 인종도, 나이도 별로 타지 않는 무난하고 맘에 드는 이름 제이미. 내가 나에게 선물한 이 이름이 미국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고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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