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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HA Oct 14. 2021

2800만 원어치 지식을 찾아요

전공자지만 잘 몰라요 01

2800만 원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어디에선가 전공자와 비 전공자를 한눈에 알아보려면 이 질문을 던져 보라고 했다.

"어떻게 아세요?"

전공자 왈 : 교수님이 이렇게 하라고 했어요.

-했어요 라는 단어에 묻어 나오는 의미에 풉 하고 웃어버렸다.

나는 잘못 없어요 / 쟤가 그랬어요(?) / 그냥 그렇  같은 느낌이 나의 지금 상황일 것이다. 졸업  2년이 넘은 지금, 기본적인 단어와 상황은 알지만 명쾌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애매한 지식의 그릇을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총 3년, 1년에 2학기, 등록금 포함 7번의 수업료, 한 학기에 대략 400만 원 정도의 학비를 생각하면 2800만 원가량의 내 지식은 어디로 증발해 버린 걸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26년을 산 내 통장의 잔고도 3000만 원을 넘어 본 적이 없는데 내 머릿속 지식은 2800만 원어치의 가치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4년제가 아닌 3년제의 등록금이라 남아있는 지식의 양에 빗대어 감사라도 해야 할까.


2021년 현재의 시급이 8,720원, 최저임금으로만 사라져 가는 내 지식에 투자한다고 하면 하루에 8시간. 한 달에 20일, 주휴수당까지 계산하는 너그러움을 없애보면 약 140만 원, 약 20개월을 투자해야 내가 3년간 배웠던 지식의 금액을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결론이 섰다.


10대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 남들과 똑같은 지식을 공부하고
20대 초반에는 졸업을 위해 내가 선택한 과목을 수학했다면
20대 중후반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나는 왜 공부해야 할까?


지식의 가치를 최저시급에 비교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내 실오라기 같은 지식을 붙잡고 점점 멀어져 가는 전공에 관성처럼 되돌아오는 나에 대한 명분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공부와 친근했던 사람이 아닌지라 스스로도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좀 민망스러운 상황이지만 놓쳐가는 무언갈 아까워하는 마음이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작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 전공이 뭐냐고?


예술경영이다. 사실 이 글을 익는 대다수의 사람이 예술경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 들어본다고? 괜찮다, 부모님에게도 6년째 말해드리고 있지만 매번 기발한 답을 가지고 오신다. 이미 부모님의 지인들은 내가 연출도 하고 기획도 하고 가끔 연기도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이것저것' 하는 애로 알고 계신다. 뭐 이제는 따로 부정 않고 'ㅇ.. 응 그래 뭐 그거 비슷해'로 넘기고 있다.



이것저것



예술경영을 전공하며 가장 많이 듣고 말했던 것 중의 하나는 '이것저것'이다.

학과 과목 또한 세부 전공에 따라(나는 공연전공이다) 연극이론, 공연 제작, 예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스킬, 지역문화예술, 포토샵 수업까지 정말 다양하게 배운다. 이것저것의 힘을 단전에 응축하는 느낌이랄까?(보통 일반인은 단전에서부터 힘을 꺼낼 필요가 없다) 뭐 단전에서부터 응축하든 머릿속에서부터 응축하던 어딘가에 응축되어 있는 지식을 여기저기 꺼내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에는 코딩도 배우면 좋고 디자인도 할 줄 알고 데이터도 볼 줄 알아야 하는 이것저것들의 시대라고 한다. 지금껏 내 밥벌이를 되돌아보자면 공연 기획도 하고 디자인 툴도 약간 다를 줄 알고 문화예술 플랫폼도 살짝 건드려보고 커뮤니티 메니져도 해 보았었다. 정말 이것저것의 DNA가 이미 뿌리 박힌 건지 아니면 이미 운명적 수용의 단계를 지나친 것인지 지금은 또 새롭게 공간 기획해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저것의 예술을 배우고 사회에 나와 이것저것의 예술을 만들어 내고 이것저것의 지식이 쌓인 지금에서야 이도 저도 아닌 내 상태를 인지했다. 뭐 이도 저도 아닌 내가 뭐라도 내보이기 위해서는 쓰기 시작한 이 글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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