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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ay 06. 2019

7:50am과 8:20am 사이의 소중한 순간들

7:50am과 8:20am 사이의 소중한 순간들


오전 7시 50분은 내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 시간이다.

그리고 오전 8시 20분은 베니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 시간이다.


일부러 짜고 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이 두 시간은 우리가 일어나야 할 가장 이른 시간과 

더이상 침대에서 부비작 거리고 있으면 안될, 우리가 최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이 두 시간 사이에서

잠을 더 자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멍 때리고 있기도 하고,

지난 밤 무슨 꿈을 꾸었는지 흥분하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일어나기는 싫지만, 잠은 깨어버린 탓에 괜히 부비작 거리기도 하고,

핸드폰을 보고 있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두 시간 사이에서 우리는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너무 시시콜콜해서 아침을 먹을 때면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 모를 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오늘은 내가 새로 배운 단어(Nachteil과 Vorteil)를 써보겠다며 - '너의 단점과 장점이 무엇이니?' 라는 뜬근없는 주제의 질문을 되도 않는 독일어로 물어보았다. 

일어나자마자 엉뚱한 질문을 하는데도 베니는 이제 이런 밑도끝도 없는 대화의 주제에 익숙해졌는지,

'나의 단점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문제고,

나의 장점은 너를 너무 사랑한다는 거야.'

라고 So sweet 한 답변을 했고, 

나는 그런걸 대답하는게 아니라며, Job interview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대답하라며 괜히 좋으면서 투정을 부렸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시시콜콜한 대화는 더욱더 시시콜콜한 대화로 이어졌고,

문득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별 것 아닌 잡담을 히히덕 거리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삼고 싶었다. 

커리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정치 이야기를 심도 깊게 하고, 뭐 그런 사람.


그런데 다른 성격의 연애를 몇몇번 하고, 결혼이라는 것을 해보고 나니

이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도 '시시콜콜하다'며 귀찮아 하지 않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히히덕' 거리며 몇 시간이고 재미있게 나눌 수 있는 사람 -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정치 이야기를 심도 깊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베니가 나랑 똑같이 유치뽕짝 어른아이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진지한 생각만 하며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다. 



우리 계속 이렇게 유치뽕짝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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