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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li Jul 24. 2020

당신의 조언은 감사히만 받겠습니다.

당신은 당신 다울 때 가장 예쁘다.

우리는 적지 않은 조언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손에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처럼, 필요할 때 완벽한 형태로 다가오는 조언이 있다. 그런가 하면 구하지도 않았는데 불청객처럼 등장해 내 마음에 상처를 내버리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그런 조언도 있다.


똥고집에 제멋대로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머리가 크고 나서는 누군가의 조언을 크게 구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정답은 내 안에 이미 있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다가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을 때야 비로소,

“바로 그거야! 넌 어쩜 그렇게 현명하니! 고민되던 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었어!”

라고 외치곤 했다. 한 번은 어떠한 조언에도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내 모습을 보고 인내심의 한계가 온 친구가,

“쑤, 이거 정답이 있는 게임이지? 네가 원하는 정답을 말해봐. 그 말을 해줄게.”

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니 괜한 사람 붙잡고 하소연을 해가며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낭비시키지 말아야겠다 싶었다. 그런 내가 누군가의 조언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던 때가 있었다. 조언을 얻을 수만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 사람이라도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해외 취업을 꿈꾸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해외 취업을 한 친구가 두어 명 있었지만 그들도 막 취업한 사회 초년생일 뿐이었다. 부모님은 당연히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에 한국에서 좀 더 경력을 쌓고 나서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인터넷 취업 카페에 비슷한 고민을 올린 글에는 ‘불가능하다’라는 댓글이 주르륵 달려있었다. 그 댓글들을 읽고 있으니 힘이 쭉 빠졌다. 감히 네 주제에 해외 취업을 생각하고 있냐고 나를 향해 쏘아대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취업하기 힘든 데 해외 취업은 더 하늘의 별따기다’

‘해외 취업하려면 해당 국가의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해야 한다.’

‘외국어 하나만 능통한 것으로 해외 취업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하나도 없다.’

‘스카우트되어 또는 해외 주재원으로 취업되는 것이 아닌 이상, 쥐꼬리 만한 월급 받으며 해외에서 살아가는 것을 불가능하다’


등등.


하지만 운 좋게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지원한 어느 스웨덴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었고, 꿈에 그리던 해외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외 취업을 하고 외국에서 산 지 어느덧 10년 차가 다 되어간다. (와, 10년이라니. 나 정말 나이 들었구나. 세월 참 빨리도 간다.)


요즘도 나는 종종 인터넷 카페, 웹사이트에 들어가 사람들이 올린 다양한 모양의 고민들을 읽어보곤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지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어떤 고민들은 내가 한참 치열하게 했었던 고민이라 공감이 되기도 하고, 어떤 고민들은 좀 유난스럽게 걱정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중 사실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는 부분은 바로 고민 밑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들이다. 오죽 물어볼 곳이 없었으면, 얼마나 도움이 필요했으면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인터넷 상으로 조언을 구할까? 신중한 고민 끝에 올렸을 누군가의 고민 글에 신중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오지랖 댓글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못해 헛웃음이 나온다.


세상에는 자기가 해보지 않고 남일에 참견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

세상에는 자기가 해보고 실패했으니 남도 분명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는 자기가 이루지 못했으니 남들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는 그런 조언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도 된다는 것을 안다. 사회 초년 생일 때에는 모든 조언에 다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살아야 할 날이 한 참 남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 짬빱을 조금 먹어서 그런지, 요즘은 세상에는 아주 아주 무익한 조언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런 조언은 한 귀로도 들어서는 안 된다. ‘Oh, Shit! 똥 밟을 뻔했네' 하고 바로 귀를 닫아버리는 편이 낫다.


물론 그들의 조언이 완전히 무익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좀 더 안전한 길, 쉬운 길로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길이 당신이 진정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당신의 마음이 도저히 끌리지 않는 길이라면 그 조언 때문에 지레 겁먹고 억지로 멈출 필요도 없다.


매번 현실을 운운하며 부정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들의 이론 대로라면,


피겨 스케이팅 불모지인 한국에서 태어나 세계 1위를 꿈꾸는 김연아는 철없는 소녀일 뿐이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것을 꿈꾸는 무명 선수 박지성은 정신 제대로 나간 청년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했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루었다.




이것 봐.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럼에도 그 불가능을 이루어낸 사람들을 보면
세상에는 틀린 조언도 존재한다는 거잖아.


그런 조언 때문에 힘들어할 필요 없어.

남들이 뭐라 하든 네가 진정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해.


너는 너다울 때 가장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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