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 조직 관리에 첫 발을 들이다. (2)

첫 번째 인사평가 피드백

by 들른이

어쩌면 평가자에게 진정한 인사평가의 시작은 평가 결과가 나온 후부터일 것이다.


수남 씨는 팀장으로서 처음 맞이한 인사평가 시즌을 무사히 넘긴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팀과 팀원에 대한 평가 결과에 수남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평가 과정에서 뭔가 실수를 했나?'

'평가 과정에 의사결정권자인 상사들에게 좀 더 어필을 했어야 했나?'

'내가 팀장 단지 얼마 안 돼서 단체로 물이라도 먹은 건가?'

팀장인 본인이 무언가 잘못을 한 건 아닌 지 수남 씨의 머릿속에선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팀원들의 반응 역시 수남 씨의 예상과 달리 도전적이고 복잡했다. 과거 수남 씨는 팀원이었을 때 팀장의 인사평가 피드백에 대해 무감각했던 편이었다. 이미 결정 난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생각도 있었고, 스스로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기에 인사평가 결과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비록 B를 받았을 때도......)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른 팀원 역시 팀장의 평가 피드백에 그리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평가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한 팀원은 피드백을 받는 자리에서 눈에 띄게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제가 지난 한 해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낮은 평가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회사가 제 노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라며 실망과 회의감이 섞인 목소리로 항변했고, 또 다른 팀원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대화 내내 시선을 피하다 회의실을 나서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한 팀원은 수남 씨에게 따지듯 묻기도 했다. "팀장님은 제가 잘하지 못한 점만 보신 것 같아요. 제가 올 한 해 팀에 기여하고 노력했던 성과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건가요?" 이 질문에 수남 씨는 할 말을 잃었다. 평가 과정에서 아무리 팀장이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했다고 '이야기'하더라도, 팀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과와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팀장이 어떤 명분과 이야기를 해도 팀원의 표정에서 서운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과거의 수남 씨가 잘못된 것이었는지, 지금의 팀원들이 잘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심 어리바리한 신입 팀장이기에 직원들도 쉽게 생각하여 이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격지심에 이런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다.


피드백 과정을 어찌어찌 넘기고 나서도 문제는 이어졌다. 여전히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팀원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결과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이후에 업무에서 적극성이 줄어들거나 사소한 부분에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팀 내 분위기는 은근히 가라앉았고, 일은 끊임없이 처리되지만 업무의 텐션은 늘어졌다.

수남 씨는 이러한 변화를 예민하게 느꼈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 점심을 같이 먹어도 회식을 해도 그 순간은 다 잊은 듯 떠들썩 지나가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수해현장처럼 팀의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잠겨 있었다. 수남 씨도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처는 결국 시간이 지나야 만 흐려질 뿐이라는 것을. 그럴수록 수남 씨에겐 팀장이 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뿐만 아니라, 평가 결과에 따른 팀의 심리적 영향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무겁게 다가왔다.




이쯤에서 수남 씨가 일련의 인사 평가 과정을 겪으며 깨달은 것을 정리해야 하지만 사실 마땅히 적을만한 내용이 없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바쁜 일과와 정신없는 상황에 대응하다 보니 생각은 파편처럼 흩어져 막연한 잔상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어쩌면 어떤 일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깨닫는 것조차 뉴비에겐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수남 씨는 내년 인사평가는 이번처럼 어리숙하게 남의 일 하듯 수행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적어도 본인만의 명확한 기준과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 정도는 팀원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준비를 하겠노라 결심했다. 어떤 평가를 하든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터인데 그럴 때 팀장조차 흔들린다면 팀원이 어떻게 그 인사평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내년에는 냉정하고 명확한 평가 기준을 세우고, 팀원들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믿음을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의 비전을 공유해 주고 팀의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초보 팀장 수남 씨는 여전히 본인이 팀 내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영향을 미쳐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저 과거 팀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느꼈던 성취감, 좌절감 등을 되새기며 그 당시 임원, 팀장들의 행동을 반추해 볼 뿐이다.


그나마 이번 인사평가를 통해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소통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남 씨는 불과 한 달 전에 함께 일하던 팀원들이기에 평소처럼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팀원들은 어느 순간 팀장에게 보고하듯 격식을 차려 말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대화가 벽에 막히는 순간이 많았고, 팀장이 '편하게'하는 말은 팀원들을 '불편하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러한 소통의 방식이 상황과 역할에 맞지 않아 평가 피드백이 그리도 난항을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올 한 해 수남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과제가 될 것임을 수남 씨는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download (1).jpeg


팀장으로서의 첫인사평가는 수남 씨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이제 진짜 하나의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었음을 뼈저리게 통감하게 되었다. 이제 수남 씨에겐 팀을 이끄는 책임과 팀의 방향성 그리고 비전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다. 팀장이 되기 전 한 달은 붕 뜬 채로 보냈고, 팀장이 되고 난 후 한 달은 일 배우느라 정신없이 보냈다면 이제는 정말 팀장답게 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조직 관리에 첫 발을 들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