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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먀우 Dec 15. 2022

일본 도쿄 집사카페 다녀옴-1

항마력 테스트


도쿄의 유명한 집사카페 Swallowtail 스왈로우테일에 다녀왔다. 오타쿠 여성들에게는 알음알음 예전부터 유명했던 장소인 만큼 이 카페를 알게 된지는 10년이 넘었는데, 이번에 처음 다녀옴. 왜인가 가만 생각해보면 일단 도쿄에 혼자 온 적이 없음. 10년 전에 가족이랑 한번 왔는데 오다이바만 오지게 조지고 왔다. 그래도 그때 아사쿠사는 다녀왔더라. 전혀 기억에 없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가본 적 있는데?! 하고 다시 안 갔다. 거기서 뭘 했는진 모르겠는데 1월에 가서 오미쿠지 결과가 나는 좋게 내 동생은 안 좋게 나왔고 당고를 사먹었는데 더럽게 맛 없었던 것만은 기억이 남.


이번 자유여행 컨셉은 디즈니를 가고 집사카페를 간다. 나머지는 모르겠다. 였고 오죠사마 데뷔였으므로 다 까먹기 전에 후기를 남기려고 함. 엄청나고 어마무시한 장소였음엔 틀림없으니 말이다.


우선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예약을 해 줬는데 12시 오픈을 놓쳐서 3-4인석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여 친구의 친구가 합류하여 친구, 친구의 친구, 나 이렇게 셋이서 3시 30분 예약으로 3시 20분에 카페 앞에 도착함.


이미 가기 전부터 우리의 긴장감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나름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오샤레한(예쁜) 옷을 입고 나오...려고 했는데 나는 생활한복 한 벌이랑 평상복 가져간 게 다였음. 내 26인치 캐리어 1/4도 안 채워서 감. 그래서 생활한복을 입고 갔다.


여하튼 카페 앞에 도착하여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내려가도 되나???' '저 사람들 내려간다' '우리 앞 시간 예약일지도 몰라' '어어 사라졌다' 등등의 대화를 하면서 굉장히 굉장히 쫄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친구를 내려보냈고 친구를 따라갔음. 내려가니 머리가 희끗한 장발을 하나로 묶은 집사님이 예약 확인을 하시고 손 소독 하고 체온 재고 안 의자에서 잠깐 대기를 시켜 주셨음. 어떤 아가씨 컨셉을 잡아야 하는지 토론하고 우리끼리 한국어에 오죠사마(아가씨? 영애?)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는가 따위를 얘기하다가 들어섰다.


들어가서는 따로 마련된 공간에 집사님 한 분(총괄)과 풋맨님(실제로 테이블 서빙 해주시는 분) 한 분이 자기소개를 하고 우리를 맞아주시고 겉옷과 가방을 받아주심. 난 사람 이름도 얼굴도 정말 기억을 못하는데 친구가 나중에 정리해서 적어준 바로는 집사님은 시이나 님, 풋맨님은 타마키 님이었음. 내가 휴대폰을 우리끼리 얘기하느라 손에 들고 있었는데 가방에 넣으시라고 해서 가방에 넣음.


이 곳의 기본적인 인사법은 "오카에리나사이마세(돌아오셨군요)" 임. 사실 나의 일본어 실력이 출중하지 못하여 "오카에리나사이마세 오죠사마(돌아오셨군요 아가씨)"라고 해도 심장에 딱히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이 그나마 인생의 한줄기 빛임.


집사님이 코트를, 풋맨님이 가방을 들어주시는데 10년을 데일리로 메고 다닌 가방은 아무리 봐도 오죠사마 가방은 아님. 친환경전사 오죠사마라고 하자.


그리고 그들을 따라가면 예쁜 장식용 피아노를 지나 풋맨님이 예약된 자리로 안내해 주심. 그런데 우리는 3인인데 6인짜리 개 큰 테이블로 안내받음. 벽난로(조명) 바로 앞의...매우 부담스러운 테이블이었음. 정말 모든 것이 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가게는 예약 만석이었어서 이렇게나 많은 오죠사마가 계시는 것에 놀라움을 느낌. 풋맨님이 가방을 빈 자리에 놓고 의자를 하나하나 빼서 우리를 앉혀주시고 무릎 위에 냅킨을 올려주심. 테이블 크기가 정말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는 테이블 담당 집사님 안 계실 때 "우리가 이렇게 오늘 만난 이유는 결혼 동맹을 통해 프랑스와의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다" 따위의 말을 지껄이기 시작함. 코트는 옷장에 넣은 후 열쇠를 상 위 왕관 모양 칸에 살짝 담아줌. 그리고 물잔을 갖다주시고 엄청 화려한 유리병에서 물을 따라주심. 나중에 찾아보니 베네치안 글라스라나 뭐라나. 그리고 메뉴판을 가져다 주시는데 일본어랑 영어 중에 뭘로 가져다드릴 지 물어봐서, 친구가 둘 다 가져다 달라고 얘기함. 결론적으로 나는 영어 메뉴판을 보고 친구 둘은 일본어 메뉴판을 봤다. 메뉴판을 가져다주신 다음 메뉴 설명을 하나하나 해 주시는데...일어랑 영어 메뉴판 페이지가 달라서 약간 따라가기 힘들었다. 나랑 친구의친구는 월 한정 디저트 플레이트를, 친구는 애프터눈 티 세트인 안나마리아를 시킴. 차도 같이 나오는데 추천받아서 시킴. 홍차+스트레이트+무가향으로 추천받았고 우롱에 홍차 섞은 조합인...지금 홈페이지 찾아보니 카나리Canary라는 차를 시켰다.


기본적으로 Swallowtail이 나비 이름이기도 하고 Swallowtail suit라고 하면 제비꼬리 정장, 즉 연미복인지라 모든 집사님과 풋맨님들이 연미복을 입고 계시는데 현실에서 연미복 입은 사람... 본 적 있어? 피아노 치는 사람 말고 연미복 입는 사람이 있어??? 굉장히 충격적인 광경이었음. 친구와 친구의 친구는 되게 꼿꼿한 걸음걸이와 인사법 멋있다고 얘기함.


여하튼 항마력이 부족해서 정신이 반쯤 나가버렸음에도 불구,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진 않았다. 담당 집사님이 우리한테 말을 시킬까 안 시킬까 여기 몇 번 와본 친구에게 먼저 물어봤는데 첫번째 왔을 땐 별로 안 시켰고 두번째 왔을 때는 특이한 조합으로 와서 그런가 말 많이 시켰다고 했다. 어떤 말을 시켰냐고 물으니 그냥 평범한 대화였다고 함. 여튼 우리가 일+영+한 섞어가며 대화하고 있어서 그런가 그냥 우리끼리 재밌는 게 컸고 딱히 개입하지 않으셨음.


차에 따라서 찻잔이 다르게 나왔고, 친구는 노리타케, 사진 봐도 다 똑같이 생겨서 자세히 안 봐서 뭔지 모르겠다, 친구의 친구는 웨지우드 와일드 스트로베리, 나는 니코의 골든 리리를 받음. 이 중 일본 브랜드인 니코만 처음 들어봐서 아주 야아아악간 실망. 죄송해요 이런 오죠사마라서. 그런데 이 찻잔은 위로 넓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주둥이와 바닥 부분 넓이가 같은 원통형이라서 신기했음. 일본 브랜드라는 거랑 리리 부분을 제외하곤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노매너 오죠사마 이구역의 갑 답게 찻잔 들고 밑에 들여다 봄. 우리끼리 오죠사마로 평생 산 게 아니라 소공녀 오죠사마라서 매너도 예의도 모른다고 말함.(...)


중간에 주문 설명할 때랑 주문 받을 때랑 다른 풋맨 분이 와서 받으셨는데 주인님이 불러서 가셔서 다른 분이 주문받는다고 하심. 우리 엄마 아빠가 부르신건가 봄. 현대인의 언어로 퇴근이라고 하는 그것이 일어난 것 같았음. 중간에 집사님도 한번 같은 이유로 교체됨. 교체된 집사님은 토키토 님, 풋맨님은 호시나 님. 교체된 풋맨님 아무리 봐도 손을 달달 떠시는 것 같아서 혼자 되게 유심히 봄.


필요한 게 있으면 종을 울려서 집사님을 부르면 됨. 그런데 전날 친구랑 갔던 다른 가게도 종을 울려서 사람을 부르고, 오천팔백만년 전에 갔던 오사카의 아무 메이드 카페도 그런 식이고, 갑자기 의문이 들기 시작함. 어느 테이블이 종을 울렸는지 어떻게 알지? 우리끼리 사실은 디지털 종이라 테이블 정보가 어딘가에 뜬다던가 사실은 종마다 소리가 다르다는 헛소리를 하기 시작함.


여하튼 디저트가 나오고 되게 친절한 하이톤으로 이건 뭐고 저건 뭐고 디저트와 요리의 컨셉과 재료에 대해서 설명해 주심. 디저트는 눈사람 머랭, 선물 모양 레어 치즈 케이크, 피스타치오 크림 올라가고 딸기 들어간 크리스마스 트리 컨셉 타르트, 티라미수,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사진이나 전자기기 금지인 이 순간 어마무시한 고통을 받고 말았다.



사진 찍고 싶어... 사진을 찍지 않고 여기 손 대기 싫어...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퍼옴.


사실 플레이팅도 예쁘고 디저트도 맛있는데 가격 대비 특이한 재료를 많이 쓴 건 아님. 그냥 평범한 메뉴를 플레이팅+접객+맛으로 승부보는 곳임. 사실 먹는 데 관심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한 끼 디저트 4만원을 내면 재료부터가 급이 다른 데도 굉장히 많을걸. 스왈로우테일은 기본적으로 다 맛있지만 이게 무엇인고? 싶은 재료가 들어간 메뉴는 없음.


친구는 3단 트레이 애프터눈 티 세트를 시켜서 집사님이 트레이를 내려주심. 뭐부터 내려줄까 물어 제일 윗단을 골랐다가 마음을 바꿔 제일 아랫단을 내려서 먹음. 다 아가씨 마음이니까 원하는 순서대로 드시면 된다고 함. 차는 굿즈 주전자에 굿즈 워머를 덮어서 보온 상태로 둠. 혼자 차 마시고 나 혼자 따라마심. 원래 차도 다 따라 주시는데... 일본어 못해요 오죠사마로 보였는지 난 혼 안났음. 근데 주전자 제법 뜨겁더라. 왜 따라주는지 조금은 알겠음. 친구도 한 플레이트 다 먹은 다음 다음 플레이트 내렸다가 혼남. 마지막 플레이트는 집사님이 바꿔 주셨다. 바꿔 주시면서 접시 위 구성물 설명 한번 해주심.


중간에 T2? 라고 하는 셔벗같은 걸 쳐주는 메뉴가 있는데 그거 누가 시켜서 저 멀리서 구경함. 양동이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길래 이제 저기서 토끼같은 거 나오는 걸까 같은 소리 함.


예약시간 마감 20분 전에 빌지랑 첫방문 쿠폰? 네임카드?를 줬는데 친구가 바닥에 떨어트림. 주으려고 했으나 집사님에 의해 저지당하고 주워주심. 조금 구겨져서 새 걸로 드릴까요? 하고 물었고 친구는 괜찮다고 했고 나는 집사님의 그 미안하고 안된듯한 곤란하고 난처한 말투에 속절없이 터져버림.


친구가 화장실에 가자. 하고 굉장히 결의에 차서 말했고 같이 갈 순 없으니 나 먼저 가라고 함. 떨리는 마음으로 종을 울림. 종을 내가 울리니 유난히 더 크게 들림. 우리 담당은 아닌데 그냥 근처에 계시던 분께서 옴. 토이레 이키타이데스를 외치고 집사님 따라감.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친구는 항상 오테아라이란 말을 썼음. 나는 영애품위 실격인걸까? 집사님은 가방은 가지고 갈 필요 없냐고 물었고 필요 없다고 답함. 화장실까지 안내해 주시면서 돌아올 때는 이 붉은 융단 위에 서 계시면 모시러 온다고 하시고 화장실 앞까지 모셔다 주시고는 떠남. 정말 민망함에 속절없이 내적 외적 비명을 질렀던 것 같음. 화장실 갔다가 붉은 융단에 서 있으니 다른 집사님이 자리까지 마중해줌. 사실 일본어에 자신이 없어서 내가 듣고 이해한 게 맞나 하고 약간 쫄아 있는 상태였음. 여하튼 그래서 무사히 자리까지 돌아감. 의자 빼서 앉혀주시고 다 드셨으니 냅킨은 필요없냐고 필요 없는 접시도 가져가 주심.


친구도 화장실 갔고 친구의 친구가 집사님이 기다리냐고 물어봐서 그건 아니고 그냥 저기서 기다리면 아무 집사님이나 데려다 준다고 했음. 음식은 맛있었으나 음식을 제외한 이 카페의 모든 것이 너무너무 부담스러워서 "답은 혁명 뿐이다 혁명을 통해 공화정을 이룩하자"를 외침. 그런데 친구가 가방을 들고 안내 없이 성큼성큼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겠음. 그러한 자립오죠사마의 행동 굉장히 당차고 혁신적이어 보였는데 몇 걸음 가지 않아 집사님에게 잡혀서 자리까지 함께 돌아옴.


계산은 친구 카드를 빌지 사이에 끼우면 계산 하고 되돌려주는...미국식 그러나 팁은 필요 없는 방식으로 했고 그 계산한 내역을 주시고 마차를 준비 중이라고 말 데리러 간다고 안내해 주시는 교체된 집사님을 가만 보는데...외알안경을 끼고 있는 것임. 나는 순간 마음 속으로 놀라 저 안경이 어떻게 된 꼬라지인지 침침한 눈으로 굉장히 자세히 살폈음. 원래 외알안경 모노클은 백인들은 눈 두덩이가 깊어 눈 뼈 사이에 끼우는 것임. 그래서 아시안은 신체 구조상 낄 수 없음. 열심히 관찰한 뒤에 일행들에게 내 관찰 사실을 열심히 설파함.


원래 모노클은 이러저러한데, 저 분 안경 보았느냐, 모노클인데 안경다리와 코받침이 있다. 그리고 교정시력이 한 눈에만 들어가서 정말 드럽게 시력에 안 좋은 안경이라고 함. 그런데 그런 것을 단지 컨셉만을 위해서 끼고 있다. 일행들이 다들 제대로 못봤다고 나갈 때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며 갑자기 나는 안경다리 흥미전도사가 되어버림. 플레이트를 집사님이 교체해줄 때쯤부터 인생을 가장 즐기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무언가에 꽂혀서 집사님들과 인터랙션의 기회는 아직 한 번 남았다. 나가는 길에 집사님들의 안경을 칭찬하라. 고 말했고 나는 몸서리치며 나는 못한다. 하려면 너가 하여라. 고 녹아내림.


여하튼 여기 기술한 외에는 딱히 집사님과의 대화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눈사람 너무 예뻐서 먹어도 되냐 먹어치워 버리라면서 우리끼리 대화하는 게 너무 재밌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차가 와 우리는 나갈 시간이 되어버림. 집사님이 오셔서 의자 두개를 동시에 빼 주시는데 완전 프로같았음. 에스코트 따라서 나가면서 계단 조심하라고 하나하나 다 알려주시고, 계단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식이라 왜 이런진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따라감.


외투를 입혀주시고 백팩도 메는 거 도와주시고, 친구가 풋맨님 안경 칭찬함. 되게 쑥스러워 하시면서 뭐라고 하셨는데 못 들음. 그리고 거울 보고 옷 매무새 보고 나가기 전에 친구가 집사님 안경 칭찬함. 반밖에 없지만요 하셨음. 다녀오십시오 배웅을 받고 건물을 나섬. 개 부담스럽다. 답은 역시 공화정 뿐이다.


여하튼 컨셉은 둘째치고 일단 음식이 맛있었고 컨셉질을 빼더라도 접객 퀄리티가 상당해서 어떻게 직원 교육을 시키고 이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는지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기업에서 운영하는 카페이고 대부분 정직원 형태로 고용된다고 함. 차 종류가 다양하고 찻잔도 다양하게 구비해 놓고, 되게 섬세하게 대접해 주는 데서 오죠사마고 나발이고 컨셉 따위 어찌 되었건 상관없지 않나 싶었음. 개인적으론 접객 퀄리티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이정도 가격대면 디저트 재료 같은 데서 확 차이가 나는 것들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테니 음식으로서의 가성비만 따졌을 때는 더 좋은 데가 있을 것 같다.


가는 길에 집사란 단어를 하루 종일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한국에선 고양이랑 살고 있는 사람을 집사라고 해요' 같은 것을 친구의친구님께 가르쳐 드림.


그렇게 너무 즐겁게 집사카페에 다녀왔고, 다녀온 다음에도 자꾸만 기억에 남아 후기를 대충 남기고 다음날 친구랑 디즈니 갔을 때도 디즈니 입장 전까지 집사카페 얘기를 계속 함. 접객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음식이 맛있었고 컨셉질은 어찌되었건 좋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끝났으면 제목에 1이 붙지 않았겠지. 그리고 나는 3일 후 다시 거기 홀로 앉아있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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