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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먀우 Jun 24. 2023

취업일지: 독문과에서 프로그래머까지

도움은 안 되지만 적어보는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다 이야기

여태까지의 브런치 글의 주제와 맞지 않는 글이지만서도 적어보는 취업일지. 집사카페는 맞았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그래도 아직 해외 문화기행과 인생 테마이지 않을까요?


내 취업 일지가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정보나 자료는 아무것도 없을 것임을 알아서 여태 적지 않았었음. 진짜 정말로 나와 같은 루트를 타거나 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고, 나도 딱히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온 게 아니라 그냥 눈 앞에 좋아보이는 옵션, 하고 싶은 일들을 적당히 고르다 보니까 이까지 온 것이라서. 그러나 세상에는 하고 있던 일에 한 발 걸쳐놓고 반바퀴정도 진로를 트는 걸 계속해서 기존 걸 잃지 않고 다음 걸 시작한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음. 근데 항상 그냥 눈 앞에 편한 경로를 택했지 최선을 탐색한 건 아님. 난 몰랐는데 생각보다 그냥 큰 욕심 없이 대충 사는 사람이더라고.


그러나 워낙 특이한 루트다 보니까 한번 적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싶어 걍 적어둠.


대강의 이력을 요약하면

고등학교: 이과 1학기 이후 문과로 전과

대학: 독어독문+심리학

석사: 인지과학(인지심리+인공지능)

인턴: 석사 중 방학때 7주

학생 잡: 주 10시간

풀타임 잡: 2년+a

인디게임 개발: 일년 반

방통대: 컴퓨터과학과(인디와 풀타임2와 겹쳐서)

풀타임 잡2: 일년 반

풀타임 잡3: 현재


써놓고 보니 왜 어디 가서 얘기 안하는지 알 것 같기도 자랑할 게 없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하튼 원체 특이한 이력이다 보니 그냥 이런 경우도 가능하다. 하는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사옵니다. 반응이 올 건덕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응이 온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이야기 전개가 가능할지도.


일단 나는 고등학교때 이과를 한 학기 하면서 수학을 모의고사와 내신 전부 7등급을 기록했는데 그 때문은 아니고 내 맘에 깃든 예술인의 자아가 영화 시나리오 쓰겠다고 학교 합법적 땡땡이를 위해서 동네 백일장이란 백일장은 전부 나가서 글쓰기 하고 그러면서 문과로 전과함. 그때 당시 '지금 전과하면 사탐 어떻게 처음부터 시작해?' 라는 애들이 있었는데 과탐도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무슨 문제인가라고 생각함.


그러나 나의 작고 초라한 예술인의 자아는 고3 8월에 학교장 추천 특별전형으로 본 한예종 면접에서 '거기 공부 잘 하는 지역이지 않냐 부모 반대는 없냐' '내신 성적은 왜 이러냐'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왔는데 몇 명이나 지원했냐 (나 혼자였음)' 같은 세속인간빔을 맞고 나가떨어짐. 면접에서 나와서 엄청 울어서 친척이 면접 잘 못 봐서 그런 줄 아셨는데 한 10년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거 아니고 그냥 내가 좋아하고 하고싶던 게 이게 아니구나 하고 세속 빔 맞아서 운 거였음. 나는 그냥 어떤 영화를 좋아하던 소비러 오타쿠였을 뿐임.


세상에 하고싶은 일 하기싫은 일이 아주 명확하고, 취향이 까다롭고, 또 생각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금새 손절치고 다른 거 하는 능력 하나는 뛰어난 사람으로서 아주 깔끔하게 11월에 남아있던 한예종 영화과 일반전형도 맘 접고 이때부터 걍 수능공부 해서 내신도 갖다 버리고 정시100%로 수능 몰빵으로 대학 감. 원래도 수능공부 하고 있긴 했고, 고3들어 처음 봤던 수능 문제의 논리적 개연성을 참 사랑하긴 했음. 내가 더하기 빼기를 참 못하거든. 근데 수능은 더하기 빼기 지저분하게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몰입하고 푸는 방식 알면 풀 수 있더라고.


당시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들어간 학교는 학부제였음. 그리고 안정 지원으로 넣은 데라서 어학도 원래 좋아하니까 뭐 크게 전공 정하는 데 노잼으로 시들어 죽지는 않겠다 싶어서 인문학부에 들어감. 당시 성적으로 갈 만하던 과 넣은 데는 위쪽에서부터 다들 약간씩 하향지원을 하면서 예비번호 한 바퀴 돌 만큼을 받아서 때려치움.


그리고 인문학부에 진학하고, 1학년 내내 학점은 좋았는데 정작 딱히 갈 학과가 없는 것임. 당시 영문학과는 4.0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그때 1학년 학점이 3.9였나 그래서 못 갈 것 같았고 (그 해 빵꾸나서 3.9로도 가능했단 소리를 한 10년 후에 들음) 소거법으로 때리다 보니까 중어중문학과 아니면 독어독문학과를 생각했음. 그래서 미래와 전망을 생각해서 중어중문학과에 가면 나는 일본어를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어떤 동아시아인을 만나도 걱정이 없다! 하고는 마지막에 맘 바꿔서 독어독문학과 들어감. 이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최근에 블로그 찾아보니까 이 전공 신청을 일본 가족여행(이라고 쓰고 아빠 출장 따라 끌려갔다고 읽는다...오다이바 업계 컨벤션 구경하는 게 4일 일정 중에 반이었음 ㅡㅡ) 중에 100엔 내고 10분간 쓸 수 있는 호텔 컴퓨터에서 간신히 했는데 ㅡㅡ 학교 사이트에서 뭐 다운받아야 해서 그거 받는 데 10분 꽉 채웠던 기억이... 근데 이때 뵌 가족 거래처 일본분이 “동양의 문화권은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이기 때문에 접하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나중에 배우기도 쉽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미국이나 유럽의 문화를 배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시아로 돌아오세요.” 라고 했다고 블로그 어디에 적혀있더라. 잊고 살아갔는데 10년 후에 보니까 엄청나게 좋은 말 아니야?


그래서 독문과에 들어감. 갔는데 교수님이 '여러분들 어차피 상위 대학 지망했다가 떨어져서 여기 있고 영문학과 지원했다가 6지망까지 굴러떨어져서 여기 있는 거잖아요' 하면 다들 공감해서 까르르 웃는거야 세상에 난 1지망으로 적었는데 교수님이 너 학점 좋은데 여기 왜 왔냐고 하셨음. 여하튼 그래서 분명히 어딘가의 어떤 학위와 교습 자격이 있으실 교수님께서 독일어라곤 한 마디도 모르고 독문과에 굴러떨어진 1학년은 교양만 듣고 2학년때 갓 전공 진입한 대학생 친구들에게 '고양이die Katze' '강아지der Hund'를 가르치는 세계관에서 공부함.


뭐 여하튼 복수전공의 시기가 왔고 인기학과는 학점 제한이 있었지만 나는 학점 커트라인으로 걸리진 않을 정도였었어서 일단 취업 잘 된다고 누구나 하는 경영학과와 내가 하고싶었던 심리학을 2, 3전공으로 신청함. 안 되면 전공 철회하지 하는 마음으로. 근데 한 학기 들어보니 경영학이 너무 재미도 없는데다가 학점도 안 나오는거야.


그러고 이 시기에 인생 방황하느라 절에 가서 머리도 밀고 휴학하고 그러고 살다가, 하반기에는 교환학생을 경영 대학(걍 Fachhochschule인데 편의상)으로 독일로 갔음. 근데 경영학 너무 재미 없어서 전공 철회 하고 1년 예정이었던 교환학생도 반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옴.


이제 졸업이 다가오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었음. 어릴때 정보처리기능사를 땄었는데 그 때 비주얼베이직이랑 배우던 거 재밌었었어서 졸업이 조금만 더 남았더라면 3전공으로 컴공이나 들을걸 하고 생각했는데 막학기에 생각해봤자 이미 늦었어. 집에서는 중간에 휴학 할 때도 계속 빨리 졸업해서 대학원 가는 게 낫지 않냐고 얘기했었음. 문과 비상경 여자는 3년은 백수라고 생각하라고 하던 때였고 내 학점도 4.0을 간신히 맞춰서 졸업하긴 했지만 탈인간급은 아니었고 가진 거라곤 외국어 자격증들밖에 없었음. 와 나 진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어학 시험 다 쳐봤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음(2023년 현재까지 토익, 토스, 토플, 아이엘츠 아카데믹, 아이엘츠 제너럴, 텝스, ZD(B1), Telc(B2, C1), TestDaF, DSH(뮌헨), JLPT 구2급, JLPT N1급 쳐봄). 그리고 나는 당시에 한국에서 일하면 과로사하는 줄 알았음. 우리 학교는 사랑해요샘숭학교였는데 샘숭이 모두의 동경과 선망인 동시에 과로사 소식도 종종 들려와서 무서웠음. 그리고 이때는 인간이란 것을 매우 무서워했고 매우 서툴렀기 때문에 나는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없다는 굳센 믿음이 있었음.


그 와중에 대학원을 딱 두 군데 넣었는데 둘 다 떨어짐. 자대 신경심리 대학원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지원했는데 둘 다 떨어짐.


그래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 (독일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 인원 수에 제한이 없고, 기존에 독일에 6개월 이상 체류하지 않은 자에 대해 1년 비자가 1회 발급됨) 받아서 8월에 졸업하고 중간에 엑스포 안내요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기알바 좀 하다가 11월에 비행기 탔음.


그러고 1년간 놀았음. 11월 내내 터키 여행 다녀오고, 12월부터 하이델베르크의 독일어 어학원에 등록해서 어학원 숙소에서 놀았음. 이때 정말 너무 행복했음. 대학생때까지는 내가 내 선택으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는데, 외국 나올 수도 있는 이런 자유가 너무 행복했음. 이 시기에 플라이트 라이징을 정말 엄청나게 열심히 했음. 주로 그냥 자전거 타고 게임하고 어학원은 3시간 수업에 맨날 한시간 지각하고 그러고 살았음. DSH는 1, TestDaF는 전 영역 3으로 B2 수준에서 어학은 끝남.


독어로 대학 들어갈 자신도 없었고 성적도 못 받아서, 영어로 수업하는 인지과학 석사를 시작함. 저 1년의 기간동안 별로 할 일이 없어서 집에 처박혀서 자유를 만끽하면서 진로 고민이나 해 제꼈는데, 신경심리(뇌과학) 쪽이나 인지과학(융합학문) 둘 중에서 고민했음. 일단 독일은 석사 진학을 하려면 학부와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함. 안 그러면 학교에서 까이고 학교에서 운 좋게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비자가 안 나옴. 그래서 심리학이랑 연관될 수 있는 걸 했었어야 했고, 둘 다 심리학이랑 관계가 있고, 관심도 흥미도 있었음.


근데 진로를 찾아보니까 신경심리는 생물학쪽과 관계가 깊고 인지과학이 좀 더 다양한 적성 찾아 런 할 수 있는 분야였음. 그리고 독일에서 노동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고급 인력 노동 비자인 블루카드를 받으려면 IT쪽이 유리했음. 블루카드는 독일어를 B1 이상 하면 21개월 후에 영주권도 받을 수 있었음. 그래서 그걸 노리고 인지과학 루트를 타게 되었음. 당시 독일 내에 있는 지원할 수 있는 인지과학 다 지원했고 다 합격해서 지난 해 대학원 다 떨어진 자존감 회복하고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 때는 학, 석, 박 전 과정이 개설되어 있던 유일한 학교였던 오스나브뤼크 대학에 석사과정 입학.


오스나브뤼크 대학의 인지과학 석사과정은 심리학, 신경과학, 철학, 전산언어학, 인공지능, Neuroinformatics(이게 머신러닝쪽), 중에 두 가지 전공을 정하는 거였고, 따라서 학사 전공 연관성도 저 모든 분야에 컴퓨터공학, 수학 등등을 전부 어울러서 받아줌. 사람 뽑을 때는 백그라운드나 흥미를 고려해서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뽑으려고 노력한다고 들었던 것 같음.


여하튼 그러하여 석사과정을 다니던 중에 유니티라는 게임엔진을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음. 중고등학교때 게임 만들겠다고 설친 적도 있고, 학사과정 막학기에는 유니티 플레이메이커(FSM) 이용해서 (한줄설명: 코드 쓰는 거 아니고 그 노드로 선 이어서 뚝딱뚝딱 하는거) 앱을...만들...까요? 한 적도 있음.


멀티 에이전트 어쩌구를 저쩌구 하는 저쩌구 프로젝트 하다가 (대충 설명하면 심즈처럼 AI많이 돌아다니는 거) 거기 담당자인 T한테 나 요새 VR에 흥미가 생겼는데 어떻게 뭘 하면 좋을까? 라고 했더니 자기 회사에서 VR 프로젝트 하고 있는 것들 있다고, 흥미 있으면 메일 쓰라고 해서 오 회사 견학이라도 시켜주나봐. 하고 메일을 썼더니 방학때 시간 얼마나 돼? 라고 물음.


그렇게 같이 석사 하던 K와 함께 7주간 인턴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월 세전 600유로 받는 일이었어서 회사 쪽도 크게 부담은 없이 우리한테 일 시킨 것 같음. 인터뷰도 딱히 별 거 없이 체크만 하는 분위기였고. 그리고 7주가 지나고 일주일에 10시간 일하는 미니잡/학생 잡의 케이스로 계약 연장 권해서 1년동안 일주일 10시간 일하고, 석사논문 쓰고 나서는 정규직 제안 받아서 정규직 시작함.


지금 생각하면 담당자였던 T가 되게 드문 오픈마인디드 인간이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커넥션으로 어물쩡 일 시작되는 경우도 이 동네엔 정말정말 많음. 오히려 한국이 공식적으로 포지션을 오픈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잘 신뢰하는 편임. 물론 인턴십인지 모르고 인턴을 시작하게 된 건 ? 였지만, 이 어리둥절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을 통해서 잡을 얻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님. 그리고 독일 같은 경우는 학생 잡이 고용으로 연계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같이 일하면서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은 본인이 원하면 고용으로 연계가 됨. 오히려 저런 식으로 오래 한 회사에서 인턴 일을 하다가 튕겨나와서 다른 일을 하려고 하면 뭔가 인턴으로 써봤는데 문제가 있었나? 하는 식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들음.


여하튼 그래서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컴퓨터공학 전공은 아니었던 만큼 애매한 포지션에서 애매한 일을 하게 됨. 이력서 상에는 Software Engineer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UI, UX 방면에도 관심이 많기도 했고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같은 건 정말 하나도 몰랐던 만큼 UI, UX 관련되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걸 실제로 소프트웨어에 integrate 하는 등등의 일도 하게 됨. 이 과정에서 내 포지션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제대로 된 가이드 없이 혼자서 엄청나게 고민하게 되었고, 2년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프로그래밍을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었음. 그 전에도 여러가지 공부를 해보려고는 했는데 독일에서 자격 상 뭘 하기가 정말로 쉽지가 않음... 대학을 가는 것도 어렵고. 온라인 강의인 Fernstudium 신청하기엔 독일어로 프로그래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지가 않아서... 한국 방통대는 오프라인 시험 때문에 외국에서 들을 수 없었고. 코세라를 들을 만큼 열의가 넘치진 않았음.


여하튼 그러다가 어찌저찌 대 역병의 시대가 찾아오고 어찌저찌 한국에 와서 혼자 게임 만들다가 이게 아니구나를 1년정도 하고 방통대 입학 기간 놓쳐가지고 귀국하고 1년 후에 방통대 편입하고 2년만에 졸업하고 그 기간 동안 심심해서 취직을 했는데 이게 맞나 줄타기를 일년 반을 하고 현재 이직해서 여기. 승진을 한 적도 없고 뭘 거창하게 성공해본 적도 없는데 뭐도 붙고 근데 고양이도 없고 집도 없어서 성공한 인생은 아닌 것 같음. 근데 이대로 살다 보면 고양이도 집도 내가 원하면 생길 것 같음. 인생이란.


어릴 때는 내 인생 이러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가 컸는데 사실 이제는 그냥 인생 앞으로 크게 망할 것 같지도 않고 프로그래밍 재밌고 뭐 프로그래밍은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분야라고 하긴 하는데 솔직히 베이스 지식은 크게 안 바뀌기도 하고, 이 세계는 인간이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다 만들어서 여기까지 해 놓은 분야라서 인간이 모르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지식이 전부 인간 활동의 산물인 결과물이라서 노인정에서 십자말풀이 하는 감각으로 걍 홀홀홀 하며 살아가고 있음. 몇 년 전까지는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언제 은퇴하나 했는데 요샌 진짜 아무 생각이 없어... 크게 욕심도 없는 사람이고.


뭐 그랬습니다. 각각의 선택을 내릴 때 정말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는 잘 없고, 그냥 눈 앞에 합리적으로 드밀어진 선택을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음. 그냥 내가 진짜 잘 하는구나 싶은 건 어 이거 아닌데? 싶을 때 손절 치고 다른 거 하는 걸 정말 저비용으로 잘 하는 것 같음. 그리고 극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기존에 하던 걸 유지하면서 살짝 방향 바꾸는 것과. 근데 적었는데 뒤로 갈수록 현생이랑 가까워져서 뭐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해 홀홀홀 하는 느낌으로 힘이 빠지네요. 여하튼 누가 함 정리해달라고 해서 정리했는데 쓸모가 있을까요? 지난번 100군데 여행갔다 왔다는 글 딱 사십몇명 읽었더라? 이번 글도 그정도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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