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글/사진] [조치원 이야기]
집으로 떠나는 여정 - 카페 로비
세종시가 새로이 조성되면서 조치원을 떠나 신도시로 옮겨간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자 조치원에는 자연스레 빈집이 늘었다. ‘카페 로비’는 버려진 하숙집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꾸민 공간이다.
주택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카페 로비는 주택이 늘어선 골목 어귀에서 카페가 아닌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나는 처음 찾은 동네에서 이리저리 길을 헤매다, 결국 지나치는 모든 집을 한 번씩 기웃거려야만 했다.
이 집인가? 저 집인 거 같기도 하고.
골목이 시작되는 첫 지점에서 드디어 만난 카페 로비. 입구에는 흔한 간판 하나 없이 도로명 주소 표지만이 덩그러니 붙어 있다. 이곳이 카페 로비임을 드러내는 표시라고는 대문에 그려진 캐릭터 그림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이곳이 카페라는 걸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낙서로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출입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목조가 인상적인 실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목재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는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조화를 이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방이 트인 1층과 달리 2층은 자잘하게 분리된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은 방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모습을 보며 카페로 바뀌기 전 옛 하숙집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지금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좌석이지만 그 전에는 누군가 이곳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했을 것이다.
작은 방을 하나하나 돌아보다 방마다 붙어있는 카페 로비 캐릭터 그림을 발견했다. 언뜻 보면 문어같이 생기기도 한 이 꼬마 유령 캐릭터는 폐가였던 주택을 카페로 바꾸는 공사 도중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령처럼 로비 캐릭터도 카페 벽, 테이블 위, 대문 앞 등 카페 곳곳에서 불쑥불쑥 등장한다.
카페에 길고양이들이 자주 와요. 올 때마다 밥을 주다 보니 여기가 길고양이들이 밥 먹는 곳이 됐어요. 얼마 전에는 문 앞에 새끼고양이가 죽어 있어서 카페 마당에 묻어주기도 했답니다.
‘풍비’라는 이름을 붙인 작고 어린 고양이는 그렇게 카페 로비의 품을 떠났다. 어린 고양이의 죽음이 안타까웠던 사장님은 루이보스 밀크티의 테마를 ‘풍비’로 잡았다. 음료 잔에 새끼고양이를 그려 넣고 판매수익 일부를 길고양이를 돕는 데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길고양이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장님을 보니 낯선 이를 경계하는 길고양이들이 이 공간에 마음을 연 이유를 알 것 같다. 따스한 마음이 담긴 이곳에는 딱딱하게 얼어붙은 마음도 녹이는 포근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