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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Jan 18. 2021

[책갈피] 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세계문학전집137] 인생의 베일 the painted veil - 서머싯 몸




13


그는 아주 과묵했다. 그의 조상과 출생, 그가 받은 교육과 그녀를 만나기 전 그의 삶에 대해서 그녀가 아는 내용은 모두 그녀가 직접 캐물어서 알아낸 사실들이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단지 질문 그 자체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듯 했다. 그녀가 호기심을 못 이기고 질문 세례를 퍼붓기라도 하면 그의 대답은 하나같이 퉁명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녀에게 숨길 게 아무것도 없으므로 대답하기가 곤란하진 않지만 타고난 은둔자적 기질 때문에 그가 그런다는 걸 그녀는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건 그에게 지루한 일이었다. 그리고 부끄럽고 불편했다. 게다가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20

그녀는 월터를 잘 알지 못하지만 찰스는 월터를 전혀 몰랐다.




22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평균 이상의 이해력이 필요한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35

"매력, 그 매력이란 놈은 결국 성가신 존재로 변하고 말죠. 별로 재미는 없지만 조금은 진실한 사람을 대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38

"모르겠습니다, 당신 곁에 다가가는 것이 소름 끼칠 만큼 당신이 그를 반감으로 가득 채웠는지, 그가 사랑에 불타오르면서도 어떤 이유 때문에 그것을 내색하지 않기로 작정했는지."




46

"나를 경멸하나요, 월터?"

"아니."

망설이는 그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나 자신을 경멸해."




47

"왜 스스로를 경멸하죠?"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난 당신을 비난하지 않아."




48

"알겠지만,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




57

모퉁이 하나만 돌면 죽음이란 놈이 감자를 땅에서 캐내듯 인명을 앗아 가며 활개를 치는 이때에




58

"도(道).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 누구는 위스키에서, 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 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곳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66

"그리고 이번에 월터도 마찬가지로 멈춰 버린 기계와 너무나 흡사했죠. 그게 너무나 두려워요. 그것이 단지 기계일 뿐이라면 그 모든 고통과 가슴의 상처와 불행은 얼마나 부질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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