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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윤 Nov 14. 2022

퇴사할 결심

지난 1년간의 배움을 회고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퇴사라는 큰 이벤트를 치렀다. 중요한 결정에 이유는 수 만 가지라, 주변에서 이유를 물으면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써 보는 나의 퇴사 일기 :)


1년 전의 선택     

 작년 가을, 나는 이런 갈증이 있었다.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가 있는 (그래서 풀면 임팩트가 매우 큰)', '닮고 싶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문제에 끝까지 집착할 수 있는', '챌린징 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주고받는' 곳에 너무나도 가고 싶다!


 그리고 대표님과 면담을 하고 나서, H이 나의 니즈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곳임을 확신했다. C님은 내 프로젝트를 빠르게 실험해 본다면 무엇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OMTM(One Metric That Matters)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최초의 면접관이었다.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지독한 호기심이 이끌었던 것 같다. 이 사람과 일하면, 나는 얼마나 성장할까? 너무 궁금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로켓

 10평 남짓한 공유 오피스로 첫 출근을 했다. 첫 스크럼은 충격 그 자체. 모든 것을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었다. IT스타트업에서 인턴을 여러 번 했지만, 제품팀과 가까이 일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개발 용어와 툴, 프로세스는 모두 낯선 것들이었다. 특히, 도메인 지식의 장벽은 생각한 것보다 더 높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무식하게 닥치는대로 정보를 주입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Client Meeting Notes를 참고하여 잠재 고객과 클라이언트사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우리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 서비스 소개서와 1-pager를 열심히 읽었다. 한 달이 지나니,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의 상태에서 겨우 '무엇을 모르는지는 안다' 정도로 넘어온 기분이 들었다.


 신규 입사자 분들과 외부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품을 내다 팔려면, 제품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불가능했기에. 이맘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다고 느껴졌다. 회사에 나가는 날들이 엄청 설렜고, 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즈니스팀 회의를 통해, 전체 Funnel을 함께 고민하고, OKR을 세웠다. (이게 맞는지 틀린 지 확신할 순 없지만)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들이 무척 재미있었다.



 상반기 초 뛰어난 분들이 속속 합류했다! 경험은 적고, 욕심은 많았던 과거의 나. 정말이지 우당탕탕 진행했던 J님의 웨비나는 역대 웨비나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힘들었던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J님과 함께, 포상으로 함께 한 하얏트 애프터눈 티.



 아난티로 워크숍도 갔다.


 Daily Learning 작성했던 시절. GA4 공부를 했었군!


 광기의 제이미 님..


 Farewell Party 고량주


 Playbook에서 시작된 원데이 클래스, PO세션. Operation Cost를 낮추기 위한 고민들을 하고, Iteration을 통해 타깃과 주제를 고도화해나갔다.


 데스커에서 진행하는 양양 워케이션도 갔다.


 마지막 프로젝트, 고객사 세미나. Social Proof를 강조하며, 고객사 인터뷰를 열심히 했는데.. 웨비나까지 이어지다니 감개무량!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위해서 소소한 굿즈도 제작했고 (시간이 타이트해서 디자인은 직접함) 생각한 대로 플랜이 작동하지 않아, 콜드 메일을 직접 돌리기도, 인플루언서를 직접 섭외하기도 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진짜 열심히 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르게 해 봤을 것

돌이켜보면,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많다. 그 때의 내가 틀렸던 생각들. 주니어 같은 마인드셋을 버리고, 더욱더 프로페셔널해지고 싶다.

임팩트의 크기에 집중하기. 현재의 리소스에 얽매이면 큰 그림을 놓친다. 필요한 리소스의 범위를 예측하고, 리소스와 임팩트 사이의 신뢰 수준을 높여서, 논리적으로 설득하자.

메타인지하기. 나의 에너지의 총량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총량을 늘리는 노력하기. (운동을 더 일찍 시작할걸!) 지나친 오버페이스가 당신을 번 아웃되게 만든다.

일을 되게 만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하기. 그 첫 번째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상상력의 빈틈을 원하는 디자이너도 있고, 모든 것을 정해서 전달해주길 원하는 디자이너도 있다는 것.

외부에서 멘토를 찾고 도움을 구하기. 선의를 가지고 본인의 경험담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Pay it forward.

내가 해낸 결과물과 성과에 충분한 자부심을 갖기. 안주하는 것이 아닌데, 스스로에게 당근을 너무 주지 않았다!

칭찬과 감사를 더 많이, 자주, 과하게 표시하기. 당신의 도움이 이렇게 성과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알려주고, 다음 프로젝트에도 기꺼이 나를 도와주고 싶게 만들기.

조언을 구할 때는 나의 답을 먼저 말하지 말 것. 오픈 마인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자.

당장 결과물이 안 나와도 기다려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급하게 달린다고, 자전거가 비행기의 속력으로 갈 순 없는 법.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잘 포장해서 전달하기. 내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루어지길 원했다면 설득하는 과정도 분명히 필요했다.




이제, 비로소 알게 된 것

Signle Owner라는 무게감이 처음에는 부담되고 버거웠다. 하지만, 나는 책임과 자율을 갖고 일하는 것을 가장 재미있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Owner는 Project의 전반과 아웃풋을 책임지는 사람이지, 그 모든 것을 직접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매니징을 잘하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화하고, 내부에서 안되면 외부에서 소싱할 방법을 찾자. 내 리소스는 무한정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다 하겠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다시 돌아가 임팩트의 크기를 어떻게 키울지에 집중하자.

Fail Fast. 너무 길게 고민하지 말기. 결국 부딪혀봐야 아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

동기부여는 스스로 하는 것. 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을 했을 때, 즐겁게 성장하고 일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아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몇 가지의 조언들

 돌이켜보면, 너무너무 감사한 인연이다. 뛰어난 PO님들과 가까이 일하면서 느낀 것은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2가지 영역에 답한 이해와 균형을 갖춘 사람이 드물다는 것. 회사의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당면한 다양한 과제들을 빠르고 탁월하게 수행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력임을 깨달았다.

 특히 리모 님이 내 매니저셨던 것은 너무 큰 행운이었다. 지금까지 조직생활을 하면서 어떤 분을 보고, 내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나도 L님처럼 커뮤니케이션 Soft Skill을 발전시켜야지!


 시니어분들께 들었던 인상 깊은 이야기, 브런치에도 공유하고 싶은 부분만 남겨본다.

나쁜 버릇이 든 주니어 : 작은 스타트업에서만 일하다 보면, 갇힌 사고를 하기 쉽다. 확장성에 대한 고민들을 스스로 많이 해라. 큰 기업에 가서 해볼 수 있는 경험들도 해 보고. 주니어의 5년이 그 이후의 커리어에 많은 영향을 준다.

또다시 모험을 하는 선택 : 엄청나게 큰 성공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문제에 얼마나 끝까지 몰입해봤고, 하나의 목표를 책임지고 이끌어봤나의 ownership의 경험을 높이 사는 곳들이 분명히 있다.

재밌게 일하는 법 : 일이 재밌으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 상황과 사람이 힘들더라도 바로바로 아웃풋이 나온다면 동기부여가 되는 법이니까. 성장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에 가면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의식적으로 Small Win을 만들어라.

내가 옳음을 증명하는 것 : 모두가 틀렸다고, 그 시장은 그렇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음에도 도전해서 증명해내는 것? 그게 정말 짜릿하고 재밌다.




짧은 리프레시, 그리고 지금의 생각들

더 좋은 Input을 부어주기!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것들로 결과물을 만들어왔는데, 한 단계 퀀텀점프한 Output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Input을 많이 많이 주입해야겠다.

나의 자생력이 궁금하기도 하다. 회사 밖의 나는 과연 스스로의 힘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인지. 대학생 때의 나보다 더 성장했을지. (과외 시급을 넘어설 수 있을까?)

Generalist to Specialist. 회사의 성장 속도만큼 개인도 성장해야 한다. 조직이 커지면서, 필요한 롤이 달라질 때 내가 여전히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뾰족한 역량을 갖추자.


 퇴사 날이 우연찮게도 문화의 날이어서, 회사 사람들과 단풍이 든 청계산을 올랐다. 내려와서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서 막걸리와 두부전골을 먹었는데, 선선한 가을밤 바람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입사했을 때는, 노란 선정릉을 함께 산책했었는데 진짜 딱 1년이 지났다는 게 실감 났다. 시간의 속도가 가끔 무섭다.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흘러가는 삶이 아니라 거스르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올해보다 더 기억에 남는 내년을 만들어야지!



생각을 정리하러 송광사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E.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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