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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HR Mar 28. 2023

답 없는 인사평가 이야기

평가 : 대상의 가치나 수준을 평하는 행위

 하루가 멀다 하고, 시중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를 기치로 최신 트렌드, 방법론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흔히 많은 인사 담당자들이 알고 있는 MBO, KPI, OKR 등이 바로 그 예이다. HR 컨설팅 업계에서도 인사평가 관련 프로젝트는 매 시즌마다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사골 같은 주제이다. 하지만 그간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평가제도만큼 optimal soultion을 찾기 어려운 주제도 없을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절대평가, 상시 피드백과 수시 면담,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등을 적용하면 우리 회사의 고민이 일순간 사라질까?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답 없는 인사평가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Q1) 인사평가 그 자체만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일 수 있을까?

A1) 결론적으로 필자는 공정/객관성을 담보하기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사평가 자체는 객관적인 프레임과 정교하게 성과와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론과 지표 등의 포장지를 가지고 있으나, 최종단에서 결국 평가자(사람)의 주관성이 크게 개입되는데 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섣부른 이야기지만, 그간 평가제도를 기획/운영한 경험에 비춰보면 오히려 객관성과 공정성은 피평가자가 얼마나 수용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령 받아들이는 사람이 결과와 피드백 내용을 온전하게 공감하고 이해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반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면 평가자의 판단에 대한 강한 의문을 품고 이의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등치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에 결국 평가 이슈는 리더십과 연결되기도 한다).

Q2) 인사평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필수불가결 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A2) 우리나라 상용 근로자 중 평가제도와 결과를 신뢰하고, 공정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추정컨대, 10명 중 8~9명은 연말 자신의 평가 결과에 아쉬움을 가질 것이 당연해 보인다. 사실 우리가 평가 결과에 더 목매고, 울분을 토하는 이유는 지난 1년 간의 노력과 결과에 대해 합당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겠으나 결국 보상 이슈로 귀결된다(연봉 인상률, 인센티브 등). 이처럼 평가는 조직 내 다양한 인사영역에 활용된다. 가령 앞서 언급했던 보상뿐만 아니라 승진, 직책 보임, 조직 개편 등 다양한 인력운영과 연계되기에 근간이 되고,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조직 내 평가제도가 없으면 인력운영이 불가능할까? 필수불가결한 제도/영역임에 틀림없지만, 사실상 인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회사는 굴러간다. 비단 일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국한된 이야기겠지만 평가를 다양한 인력/조직운영에 명확한 근거(evidence)로 활용하지 않아도 다른 이유와 명분을 대위하여 진행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인사평가가 연말연초에 직원들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근거 자료로만 쓰이는 등 의미가 퇴색되거나 가치절하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Q3) 평가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는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A3) ChatGPT를 위시한 AI(인공지능)가 다양한 HR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작금의 현실에서 평가의 주체가 인공지능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수많은 케이스를 통한 자가학습과 로직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AI가 평가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될까? 예상컨대, 먼 훗날 인공지능이 평가 주체가 되더라도 낮은 고과를 받게 되면, 시스템 알고리즘과 로직, 인풋(input) 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것이 뻔하다.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평가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목적인 동료평가를 시행하면 공정한 평가가 될까? 수년간 동료평가 제도를 운영해 본 입장에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동료평가를 처음 시행하는 원년이라면 꽤나 솔직한 평가 의견과 의미 있는 내용들이 도출될 수 있겠으나, 여러 해 동료평가를 진행하다 보면 특정인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될 수도, 유의미함이 퇴색되어 일괄 응답 내지 특이사항 없음으로 갈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낮은 고과를 받는 피평가자라면, 동료평가 자체(peer group 선정 등)도 의심할 것이 뻔해 보인다.


 모든 인사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반드시 명심해야 하고, 유념해야 하는 기본 원칙은 "본질을 생각하고, 본질로부터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사평가는 최종단에서 사람이 결정한다. 결정의 주체는 평가의 대상이 되는 객체의 성과와 역량 수준을 가늠하여 판단을 내린다. 평가 결과의 수용성을 높이고 정당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이의제기 절차도 투명하게 제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피평가자에게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설명/설득하기 위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귀결된다.

평가 제도가 추구하는 객관성과 공정성마저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성과 측정을 정교하게 하기 위한 방법론을 고민하고 이에 천착하기보다는 판단의 주체가 되는 평가자의 역량 향상과 마인드 교육이야말로 가장 정도(正道)에 가까우면서도 심플한 정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 회사의 평가 제도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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