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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HR Dec 23. 2024

감독과 리더 : 승리를 설계하는 법

 개인적으로 '축구(football)'라는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약 20년 전이다. 아마 대한민국 축구의 상징이자 아이코닉한 존재인 박지성 선수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 경기장을 활보하며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허슬 플레이(hustle play)를 보여줬던 그때부터 푹 빠졌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일정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늦은 새벽에도 눈을 비비고 일어나 축구경기를 시청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승리를 갈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축구 경기만큼 내게 도파민을 선사해 주는 것도 없다.


 축구는 매우 격렬하고, 화려한 스포츠이자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105x68m 규격의 운동장에서 팀별 11명의 전사가 자신의 위치에서 미리 약속한 전술과 전략을 수행하며 치열하게 상대방의 골문을 노린다. 반대로 11명의 적이 우리 진영을 공격할 때에는 대인방어 혹은 지역방어 형태로 골문을 사수한다. 이러한 공방 싸움은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는 90분 내내 이어진다. 흔히 축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 영화와 같다는 시쳇말이 있다.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누가 이기고 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의 플레이 패턴을 열심히 분석하고 그에 맞춰 촘촘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철저한 준비가 골망을 가를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불확실성이 주는 짜릿함과 재미 때문은 아닐까?


 축구라는 팀 스포츠가 조직 및 운영되는 모습은 마치 HR에서 주로 고민하는 주제와 많이 닮아있다. 가령 축구는 '감독(manager) 놀음'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필드 바깥에서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의 개인 역량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이다. 감독 선임 결과에 따라 소속 클럽이 상위권에 있다가 한순간에 강등권으로 추락하기도 하며, 창단 10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케이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축구선수의 개인 기량이 바탕이 되며 11명의 역량이 팀으로서 결집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나, 역량이 태동하고 하나로 합쳐져 시너지가 되는 그 시작점엔 감독의 리더십이 존재한다. 이는 마치 일선 기업 현장에서 각자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모여 팀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리더십으로 조직성과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경기력=조직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감독의 리더십과 영향력이 매우 중요하기에, 감독의 리더십은 필드 위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 일지를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축구는 조직단위의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감독이 공격부터 수비까지 체계적으로 전술을 수립하고 각자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축구는 데이터 분석과 통계에 바탕하여 일종의 잘 짜인 시스템처럼 운영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선수들의 디테일한 포지셔닝과 약속된 연계 플레이,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 등을 사전에 수립하고 이를 체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지시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또한 상대 팀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우리 팀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확립한 이후 팀의 승리를 위해 11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주지시키는 것도 감독의 고유 역할이다. 조직 내 리더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팀이 처해진 내외부 상황을 잘 분석하고,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명확한 R&R을 부여하며 각자가 수행하고 있는 고유의 업무 영역에서 조직성과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리딩하는 것은 팀장의 고유 역할이다. 현대축구에서 아무리 감독의 전술역량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경기에서 승리를 하지 못하면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네 리더도 승리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과 창출을 위해 구성원을 견인하는 'winning system'을 만드는 것이 리더에게 요구되는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둘째, 좋은 감독은 사람관리 차원에서 선수 개인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이자 동기부여가(motivator)이다. 세계의 모든 이목과 함성이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 집중되었던 2002년으로 되돌아가보자.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월드컵을 앞두고 파란 눈의 외국인 감독 거스 히딩크가 선임되었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 전 수많은 친선경기와 훈련을 통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표팀 선수들을 기용해 보며 장단점을 상세히 분석했다. 장고 끝에 발표한 최정예 월드컵 엔트리 명단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그리고 조용한 성격 탓에 남에 눈에 크게 띄지 않은 J1~J2리그를 오가던 교토 퍼플상가의 박지성 선수가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화려하고 빛나진 않았지만 헌신적인 플레이와 높은 전술 이해도,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는 멀티 플레이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박지성 선수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여 강점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하였다. 그 결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발돋움함과 동시에 네덜란드 무대에서도 사제지간의 연을 맺었고 그 이후 박지성 선수는 꿈의 무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는 성공 신화를 쓰게 된다. 이처럼 좋은 리더는 구성원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개인의 역량이 기저에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어떤 감독과 리더를 만나는가에 따라 성공한 혹은 그저 그런 플레이어가 되는가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스포츠는 항상 잔인하다. 승자와 패자를 구별하는데 천착하고 승자에게는 열렬한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패자에게는 수많은 비난과 지적이 난무한다. 그 잔인한 기로에 감독의 리더십이 서 있다. 오늘날 조직 내 리더십 수행자들이 당해 연도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공과를 판단하는 시기에 당면했다. '성공하는 조직으로 나아가느냐' 혹은 '아쉬움과 자기반성으로 재정비에 돌입하느냐'와 같은 갈림길에서 감독이 보여주는 리더십에 착안해 조직관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실 세계에서 조직목표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일관리와 사람관리에 매진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네 리더들이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감독이 경기를 운영하고 지휘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여 승리하는 리더십을 펼치기를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 : Pixab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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