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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D 문화 브로셔 Sep 21. 2022

영화 군함도 리뷰

무거운 주제에 흩어지는 흐름

사람들은 아마도 남을 보려고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군함도에서 일본의 잔악함을 대상화하며 맘껏 비난하고 미워해줄 마음을 갖고 그것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만큼 진지한 주제를 오락 액션 영화로 만들어서 불편했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애국주의나 국가주의의 대중적인 편향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악평들이 많은 것은 이미 알았고 기대 없이 보았기에 나는 어쩌면 담담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타자의 모습이 보이기보다는 우리의 모습이 반영되어 보였다. 그건 굳이 나쁜 조선인이 등장해서가 아니다.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짓는 안경은 바로 벗어버렸다. 그 때의 그 잔악함과 비인간적 행태들은 지금도 비슷하게 존속하고 반복되고 있음이 보였을 뿐이다.     

군함도에 들어서면 방송되는 급여에서 빼가는 수많은 항목들은 지금 보기에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형식 논리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 논리적으로 당연히 노동자가 물어야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들이 지금 보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는 알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형식 논리를 세워서 노동자에게 갈 것을 착취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영화에서 논란이 되는바 중에 또 하나는 전형화되지 않은 등장인물의 캐릭터성 때문이다. 일본사람은 악으로 조선사람은 선으로 간단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악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그리고 선은 지고지순하게 그려서 악에 대해서 강렬하게 비난했으면 하는 기대를 버리고 그렇게 보려했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건 악한 조선인들의 등장이었다. 남 욕하러 나왔는데 내 단점이 드러나서 기분 상하게 되는 상황이랄까. 그러나 그런 단순한 것보다야 이렇게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리얼에 더 가까울 것이다. 악의 발생을 핏줄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은 차라리 더 위험한 마취다.     

윤학철은 너무 리얼한게 문제였을게다. 변절자 카테고리에 넣어도 무방하겠지만 대의와 정의를 위해 일하는 가운데 자신의 도덕적 부조리함을 눈감아주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떠올라서 난 차라리 불편했다. 그게 너무 지금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의 윤학철? 너무나도 많다.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는 류승완 작품이 항상 2퍼센트 모자란 느낌을 받는데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느끼게 된다. 관객의 감정선을 끌고가는 연출에 있어서는 대단히 드라이하게 간다. 뭐 일부러 그렇게 연출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류승완의 연출 스타일인듯 싶긴한데 이렇게 굵은 선의 영화를 만들면서도 감정선이 부드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삐거덕 삐거덕 덜컹 거리는 것에는 답답함과 짜증마저 나려고 했다. 류승완 작품에서 앞에서부터 왕창 풀어놓고 끌어올려놓아서 막판에 정작 본격적인 액션이 나올 때는 살짝 김빠지는 연출이 자주 반복된다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     

영화라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소재의 아야기를 구겨넣으려다보니 이야기가 매끄럽게 해소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액션 영화의 스토리를 단순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저런 사람 얘기를 이리저리 섞다보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해서 타당성이 많이 떨어지게 느껴지게 되고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느낌은 몰입도를 해치게 된다. 특히 이렇게 진지한 소재가 들어가면 더더욱 조심스러운 문제다. 충분히 설명해놓지 않으면 온갖 오해에 뒤덮이기 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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