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강사 '김미경'의 강연이나, '동치미' 프로그램의 영상짤들을 유튜브에서 몇 번 본 죄로, 나는 유튜브를 켤 때마다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대면해야했다. 바로 '결혼하기 괜찮은 배우자 선별하는 방법'이 주제인 영상들이다. 당연히 '결혼 자금에 대한 남녀의 차이'도 이 주제에 맞물려 톱니 바퀴처럼 줄줄이 영상이 보인다. 이 영상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건 결혼 자금에 대해서만큼은 유부녀들이 강력하게 남녀평등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혼 여성이 3억은 있어야 집을 전세든, 매매든 마련할 수 있을 거라며 남자가 3억, 여자는 1/3 수준으로 1억 정도로 혼수 비용 있어야 한다고 하고, 미혼 남자는 그에 발끈한다. 40-50대 여자들도 요즘은 같이 해와야 한다고 발끈.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없는 30대 여자도 결혼 자금을 같이 마련하거나 본인이 더 했다고 한다.
난 좀 머리가 아프다.
거꾸로 타고 올라가 보자. 그 여자는 왜 '남자가 3억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 할까?
3억은 집값이다. 집이 있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준 건 바로 부모님들과 대한민국 사회 통념이다. 집이 있는지 없는지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남자보고 집해오라고 하면 욕을 하고, 결혼하면 남자와 여자가 함께 벌어 집을 사야 한단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벌기 위해 출산을 늦추면 아이는 언제 갖냐고 '여자가' 압박을 받는다. 임신과 출산은 생물학 적으로 여자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육아는? 손주를 봐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조부모님들이 늘어가고 있음과 동시에 어린이집의 양과 질은 턱없이 낮다. 3년의 시간이 한 생명의 인격을 좌우한다면 엄마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면 함께 벌어서 갚아나가고 있는 집값은?
물론 20,30대 남자한테 집값인 3억을 해와라도 말이 안되지만.
여자도 같이 벌어서 집을 사야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아기를 생각하는 가정이라면.
아기를 포기하고 둘이 사는 딩크족한테는 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딩크족은 또 딩크라고 욕먹지 않나?
+ 며느리한테 요구하는 당연한 시댁의 권리는 주장하면서 결혼자금에서는 왜 남녀평등을 요구하나. 명절에 시댁부터 가는 것도, 시댁에 가면 자연스레 부엌에 가야하는 것은?
차라리 집이라도 있으면 매달 나가는 생활비가 많이 줄으니, 여자가 출산, 육아를 위해 희생할 형편이 경제적으로 생긴다. 마이너스 나면서 애기 낳고 키울 순 없지 않나.
+ 근데 또 이렇게 말하면 남자는 돈 버는 게 희생 안 하냐고 하지만, 출산, 육아 한다고 해서 갑자기 투잡뛸 거 아니고 본인 일하던 거 계속 하는 거니 희생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 나의 생계를 위해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거지, 애 낳는다고 갑자기 투잡뛰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집'에 그만 좀 집착하자는 거다. 사실 한국은 전세 제도도 있고, 월세도 미국 보다는 비싸지 않아서 결혼하기 더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전히 다른 문제들이 많아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는 것이지만) 한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전세 제도를 찾아보기 힘들고, 월세도 100만원은 우스운 지역들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 모기지론을 통해 집을 산다.
참! 미국도 남자에게 집을 해오라고 할까? 미국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남자들은 한국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드는 것 같다. 우선 '다이아 반지'. 미국 여성들의 손에는 새끼 손톱 만한 다이아가 올려진 반지가 끼워져 있다. Engagement ring이라고 불리는 이 반지는 대게 남자가 여자한테 청혼할 때 준다. 통상적으로 남자는 본인의 연봉의 1/4 정도 되는 금액의 반지를 산다. 8천만원이 연봉이라면 2천만원짜리 반지를 사서 프로포즈를 한다. 게다가 결혼식을 한국에서처럼 하면 아마 3배의 비용이 들 것이다. 집은 사실 남자쪽 부모님이 해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다운 페이를 마련해주시거나.
fracking money made more men dad-material, but it didn’t make them husband-material.
나는 부모님의 노후 자금이 문제가 없다면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자식들에게 집사는 비용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원이 없다고 욕할 수 없다. 대신 부모의 경제적 형편도 현실에 기반하듯이 이제 막 결혼 자녀들도 현실적으로 봐주길 바란다. 한동안 아기를 낳지 않고 맞벌이하는 부부들을 응원해주어야 하고, 얼마나 모았냐를 물어보는 것은 관심이 아닌 간섭이니, 그런 부분에 주의하는 것. 그 정도의 현실적 태도는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집이 있다면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는 아이를 가질 형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어야 하니까. 뿐만 아니라 부동산은 좋은 투자이다. 하지만 집을 사야한다고 고집하는 순간. '너희 집은 전세니? 자가니?'를 물어보는 문화가 형성되는 순간. 집값에 묶여 결혼도, 애도 갖지 못하는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초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