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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May 21. 2023

'자발적 주부 3년'을 계획하다.

남편을 외벌이로 몰고 나 스스로를 주양육자로 만들기까지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쓴 지 3년이 지났다. 그 3년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쓴 글이 딩크 고민이었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 고민하던 나와 남편은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정을 내린 게 2019년 12월이었고, 이 결심을 브런치에 썼던 때가 2020년 5월이었다. 2020년 1월부터 써 내려갔던 글을 5월에 올릴 수 있었다. 그 5개월간 나의 몸에 아주 변화무쌍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5개월간 글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5월이 되어서야 글을 올린 것. 그때, 이미 내 뱃속엔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대학교 2학년때였나, 1학년때였나,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대학 학점 제도가 뭔지도 몰랐던 대학 새내기 시절이라고 해두자. 나는 그저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해 가며 수강 신청을 했었다. 물론 궁금한 강의 2개에 나머지는 오티에서 만난 친구들과 떼 지어 다니기 위한 수강 신청 정도였다.  그렇게 심리학을 만났다. 학점제도 따위는 철저히 무시한 나는 3년간 교양으로 심리학을 수강했다. 누가 보면 심리학 4수라도 하는 줄 알았겠지만, 그저 심리학 수업이 재밌었다. (시험을 잘 봤다는 말은 아니다.)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0-3세. 사람이 태어나서 3년간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론적인 내용은 솔직히 기억도 안 난다. 그저 21개월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와 바로 걷는 대신, 10개월 만에 나와야 하는 인간. 그 내용들이 내 뇌에 콱. 박혔을 뿐. 10개월 만에 나왔으니 나머지 11개월은 내가 뱃속에 품고 있듯 돌봐줘야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과 생후 3년간의 애착이 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는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으니 내가 뭐라고.. 더 이상 쓸 필요도 없다. 


아기를 좋아하던 나는, 나중에 아기를 낳으면 꼭 3년은 아기를 내가 키우겠다고 다짐했었고 그것이 나의 육아관이 되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12월, 한국에 잠시 다녀온 나는 남편과 상봉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결정의 편지'를 건네고 아기를 갖기로 결심했다. 그때 우리의 집 중 방 1개는 아기방으로 할지 우리의 서재로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텅 빈 방이었는데, 2020년 한 해 동안 그 방은 아기방으로 꽈악 채워지게 된다. 


'자발적 주부' 3년. 꿈 많은 나는 3년간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2015년 미국에 와서 영주권을 받고 새집을 사기까지의 과정. 이 과정은 마치 내가 이 '자발적 주부'를 실행하기 위한 모든 계획처럼 느껴진다. 나는 단순히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외벌이로 몰지 않았다. 3년 동안 육아를 하면서 느낀 것이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지만 이 브런치 매거진에 '육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쓰지도 않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의 3년이라는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의 유튜브를 보면 그 댓글 중에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부모에게 너무 가혹한 내용'이라고 따지는 글을 아주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남편을 3년간 외벌이로 몰고, 나 스스로 3년간 육아를 하는 주부가 되기 위한 계획이 얼마나 가혹? 한지도 보여주고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육아 얘기는 (아기가 매일 얼마나 더 사랑스러워지는지는 백과사전과 같은 양이 나올 수 있으므로) 삼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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