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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Dec 22. 2023

한파속 연휴를 보내는법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몇달간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바쁘다가 연말이 되어서야 그나마 조용해진 어느날 부서 리더님이 부르셔서 왜이렇게 연차가 많이 남았냐며 빨리 쓰라고 하셨다. 남은 연차 1~2개정도 쓸까 했는데 이 말을 듣고 빨리 연차를 안쓰면 본인도 연차를 안쓰겠다는 리더님보다 무서운 부사수의 무서운? 독촉으로 남은 연차모두와 크리스마스 연휴와 함께 연말에 꽤 긴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연말에 오래쉴줄 알았으면 가까운 일본행 비행기라도 끊어놓을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연휴 1일차에 늦잠을 늘어지게 자보려 했으나 그동안 맞춰진 생체리듬은 무시 못하는지 평소와 같이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래도 출근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으로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아침 9시였다. 거실에 나와보니 아빠는 출근했고, 엄마와 동생은 연말이라 약속이 있다며 나갔고 오랜만에 나만 집에 덩그러니 집에 있었다. 비몽사몽한채로 운동을 하러 센터에갔는데 나가자마자 칼바람으로 잠이 확 깼다. 어제보다 더 추운것 같았다. 평소라면 한창 일할시간에 운동을 하고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가니 해방감이 들었다.


집에 갔는데 아직 12시도 채 되지 않아 뭘할까 고민하다가 휴가기간동안 바빠서 못읽은 책상에 쌓여진 책이나 다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2주에 1권은 읽으려고 하는데 그동안 몇달간 바빠서 출퇴근길에 읽고 싶은책은 엄청 주문시켜놓고 펴보지도 않아 겉표지가 빳빳한 책들이 여러권 쌓여있었다. 독서 편식을 하는 편이라 쌓아논 책은 대부분 경영경제에 관한 책들이었다. 최근 관심사와 가장 밀접한 책을 뒹굴그리며 읽다보니 금새 1권을 읽었다. 책1권을 다 읽고나니 늦은 오후가 되어있었다.


책을 읽을 때 음악을 틀어놓고 읽는 편인데 요즘처럼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올때마다 듣는 노래가 있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이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추운나라인 핀란드의 민족음악 특징을 잘 살린 독특한 선율이 특징인 작곡가이다.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는 특히 바이올린의 특색을 잘 살려 바이올린의 화려함과 시벨리우스만의 독특한 선율, 그리고 북유럽 특유의 스산함이 담긴 곡이다. 그래서인지 겨울, 특히 칼바람이 부는날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가 생각이 난다. 개인적으로사라장이 연주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마스터피스라 생각이드는데, 사라장의 과감한 활시위와 스트라디바리우스 보다 터프한 소리를 내는 그녀의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이 그 어떤 연주자보다 시벨리우스 바이욜린 협주곡 D단조를 보다 쫀쫀하게 잘 표현해 낸다고 생각한다. 


한파속 긴 연휴에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나는것도 좋지만 조용히 혼자 음악을 들으며 읽고 싶은 책을 읽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회사에가면 나를 찾는 사람과 일에 시달려서 그런지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이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매일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반복되면 이시간 또한 지겨워질지도 모른다. 남은 연휴동안 쌓아논 책들을 다 읽으며 조용히 생각을 개워 낸뒤 내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gpS_u5RvMpM&t=39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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