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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Dec 24. 2023

화이트크리스마스, 산타는없다.

아리아나그란데 Santa Tell Me

2023년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이브인 오늘 아침 밖에서 눈쓰는 소리가 나서 잠을 깨 창밖을 보니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오랜만에 화이트크리스마스 인것 같다. 눈이온걸 보자 아침에 예약한 운동을 갈까말까 한참 고민을 하다가 나가지 않으면 뒹굴거리다 하루를 허비할것 같아서 문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와도 설레지 않고 눈앞에 닥친 일들을 걱정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어른이 됐나보다. 


산타 할아버지가 엄마였어...?


운동가는길에 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엄마아빠 손을잡고 눈을 보며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를 보니 어렸을때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걸 깨달았던 크리스마스가 생각이 났다. 유치생이었던 1990년대 후반  텔레토비가 신드롬처럼 유행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텔레토비를 보다가 유치원버스를 타러가는게 일상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갔다가 텔레토비 인형을 쫙 전시해놓은 문구점 앞에서 발길을 떼지 못했다. 노란색 나나를 좋아했는데 나나인형을 사달라고 그앞에 주저앉아 떼를 썼다. 당시 어린 동생을 유모차에 태우고 있던 엄마는 정말 단호하게 떼쓰면 내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준다며 빨리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단호하게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나름 반항이라고 엄마 뒤를 멀찍이 떨어져 따라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장에서 떼를 쓴 죄로 안방으로 불려 들어가 엄마에게 혼났다. 단지 나나인형이 갖고 싶었던 건데 인형을 시주지도 않고 엄마가 혼을내서 너무 억울했다. 그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머리 위를 봤는데 선물이 있었다. 산타할아버지가 놓고 간거라고 생각하며 좋아했다. 선물을 뜯어보니 텔레토비 인형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나나인형이 아니라 빨간 뽀인형였다. 뽀인형을 보고 실망해서 울었다. 당황한 엄마는 "왜 산타할어지가 너가 좋아하는 텔레토비 인형 주고 가셨는데 왜울어." 라고 했다. "나는 뽀 싫어. 나나 사줘"라고 떼를 썼다. 그러자 엄마는 "왜 뽀가 더 빨갛고 귀엽잖아~"라며 나를 달랬다. 


그 어린나이에 산타할아버지가 내가 갖고싶은 텔레토비 인형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엄마가 어제 시장에서 나나 인형을 사주지 않았던 사건이 겹치며 산타는 엄마라는걸 깨닫고 배신감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본 엄마는 내가 텔레토비를 좋아하는줄 알았지 나나를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그냥 엄마눈에 귀여웠던 뽀인형을 내가 좋아하겠거니 생각하며 산타인척하며 사주었던 것이다.




허구의 인물을 믿는척 하기


산타가 엄마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티를 내면 매년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은 하지 않았다. 텔레토비 인형 사건 이후로 산타할아버지를 믿는척 했다. 초등학교 입학후 저학년때까지 크리스마스즈음에 산타를 기다리는 친구들을 보며 나름 사회생활을 해야했기에 산타할아버지가 있는척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당시 나도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친구들이 너무 어려보였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즈음 갖고싶은게 있으면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바비인형을 주겠지?라며 엄마 아빠앞에 넌지시 티를 냈다. 

하지만 산타는 엄마아빠였기에 초등학교 입학후에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항상 내 머리맡에 책들이 놓여져있었다. 바비인형대신 책 선물을 보며 실망한나머지 엄마아빠가 산타할아버지인거 다 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사실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 산타할아버지의 발걸음이 끊겼다. 우리집 산타할아버지는 내가 갖고싶은 것보다 엄마가아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것들을 두고 갔다.


산타는 없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유치원 때 산타할아버지인척 선물을 준비했던 엄마가 지금의 내 나이쯤이니까 엄마도 정말 어렸다는 생각이 든다. 딸의 동심을 지켜주려 크리마스가 되기 전에 이것저것 생각하며 준비했을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면 진짜 내 산타할아버지는 엄마아빠가 맞는것 같다. 가끔 엄마한테 왜 그 때 뽀 인형을 줬냐고 내가 나나를 좋아하는지 몰랐냐고 엄마를 놀리곤한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그럼 너도 부모 돼봐. 자식이 원하는걸 맞추는게 쉬운줄 알어? 그리고 갖고싶은거 다 사주면 어려운줄 모른다니까" 라고 말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어린이들의 환상이자 기대이다. 산타를 믿지 않게 된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환상과 기대를 지켜주기위한 산타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nlR0MkrRk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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