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춤, 선생님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수학여행, 그날의 선율

by 써니장



소규모 테마 수학여행의 마지막 밤,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무대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각 반이 준비한 화려한 무대가 하나둘씩 끝나갈 무렵, 나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선생님, 떨리세요?"


며칠전부터 함께 연습했던 두 명의 학생들이 내 옆에서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솔직히 떨렸다.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그것도 내 제자들 앞에서, 전교생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춤을 추게 될 줄이야. 오 마이 갓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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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다른 반들이 너무 잘해요. 우리도 특별한 무대가 필요해요"


그 순간, 나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럼 샘과 같이 나가볼까?"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찐이요? 선생님이요? 제가 율동과 음악은 준비할께요. 와, 이거 대박! 이건 무조건 1등이에요!"


그렇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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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테마 여행 하루 전, 학생들은 종일 전국 모의학력고사를 치렀고, 모두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가 끝난후 40분여분 동안 거울이 있는 교실에서 비밀 긴급 연습을 했다. 더도 말고 그 시간동안 충실하고 집중하자고 했다. 학생들은 익숙한 듯 가볍게 몸을 움직였지만,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오렌지 캬라멜의 까탈레나곡으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율동 순서를 외우는 것만으도 벅찼고, 내 동작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고... 사실 나는 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으니까. 밤늦게까지 유튜브를 보며 홀로 연습했지만, '이건 정말 무리야, ‘내가 미쳤지. 왜 한다고 했을까’ 하는 후회만 밀려왔다. 가뜩이나 소테마 여행 전체 통솔관리 교사로 신경쓸게 많은데 말이야. 오 마이 갓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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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다. 보통 이런 무대는 철저히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춤을 춘다고?


"선생님, 너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겨요!" "처음 터닝할 때는 소리를 지르면서, 그냥 신나게! 그게 감동 포인트예요!"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즐기자. 망가질수록 더 재미있을 테니까. 우리 반이 믿고 맡긴 무대라면, 나도 최선을 다해야지. 하지만 나는 지금 울고싶다.



드디어 사회자가 우리 반의 순서를 알렸다. 무대에 나설 순간이 다가오자, 내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두 배는 빠르게 뛰었다. 몇분이 지나면 으건 내게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은 7반. '써니샘의 아이들'입니다!"


우리 반의 팀리더가 1분 30초 동안 먼저 멋진 댄스를 선보였고, 무대는 흥겨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잘 나오던 음원(MR)이 갑자기 뚝 끊긴 것이다. 순간, 강당 전체가 술렁였다.


그때, 무대에 있던 두번째 댄스 학생이 무대 아래 앉아 있던 나를 보고 손짓했다.


망설일 틈도 없었다. 나는 맞춰 입은 농구 유니폼을 정리하며 심호흡을 깊게 한 뒤 무대로 걸아 나갔다. 강당이 다시 한 번 술렁였다. 학생들의 엄청난 웅성거림이 들렸다.


‘선생님이 무대에 올라왔다고?’ 예상 외인데?'


깜작 쇼처럼 무대 인사를 몸으로 하고 이어갔다.


끊긴 음악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학생들과 첫 스텝을 맞추며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점점 박수 소리가 커지고, 환호성이 들리자 어느새 몸이 가벼워졌다.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리듬을 타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동작을 맞춰갔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담아 강렬한 웨이브로 춤을 추었다. 평소 교실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세 명이 함께 손을 뻗었다.


완벽한 마무리.


음악이 멈춘 순간, 강당은 몇 초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폭발적인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진짜 찢었다. 최고였어. 우리 반도 이런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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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한켠에 자리한 조용했던 우리 반 전체 학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다른 반 학생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었다.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또 벌어졌다.


우리가 1등을 했다.


사회자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무대였다며 다음 나올 팀을 은근히 걱정하는 모습으로 극찬했다. 함께 여행을 온 교감 선생님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우리 반이 최우수상을 받는 순간,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나를 붙잡고 흔들었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우리 반 진짜 최고!"


그 순간, 나는 말할 수 없이 벅차게 행복했다.


이건 단순한 춤이 아니었다.


함께했던 시간, 함께 만든 무대, 웃음과 설렘이 춤이 되어 피어난 재밌고 아름다운 기억.

그날의 춤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반짝일 것이다.



그 후 학교에서 학생들은 복도에서 나를 보면 장난스럽게 내 춤동작을 따라 했다. 그들의 휴대폰 속에는 수없이 많은 영상이 담겼고, 아마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며 또 한 번 웃었겠지.


"선생님, 다음 무대 언제예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 무대는 없어!"


그리고 덧붙였다.



"다음엔 너희가 가르쳐주는 걸로 하자."


그렇게 그렇게 나의 첫 춤은 최고의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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