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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 온 밤

by 원더혜숙

주워 온 밤



등 굽은 아버지

오토바이에 밤 반 포대를 싣고 왔다


저 양반 또 주워오네

엄마는 썩은 밤을 도려냈다


후두둑 떨어진 호두, 고추 꼬투리, 향긋한 송이버섯

부엌에는 아버지가 주운 열매 냄새가 가득했다


그 시절,

풍족했는데도

삼 형제는 더 먹으려 다퉜다


아부지, 비 오는데…

와, 어디 갈라꼬?

그의 젖은 보라색 셔츠에서 김이 났다


자식들 키우기 위해 주웠던 밤이

아까워서 주워 온 밤이

싱크대 한켠에 덩그러니 말라있다



한국 고향 집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자주 산에 밤을 주으러 가셨다. 그날은 비가 오고 있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아버지가 마당에 들어왔다. 뒷좌석에는 밤 반 포대가 실려있었다. 아버지가 계속 밤을 주워 온다고 엄마는 불평하면서도, 썩은 밤을 도려내고 있었다. 그걸 얼려서 밥에 넣어 먹으련다는 엄마가 말했다.

“한 번은 20만원. 한 번은 10만원. 그렇게해서 60만원 벌었어.”

“아부지 용돈 하면 되겠네.”라고 내가 말했다.

그때 거실에 들어선 아버지 셔츠와 바지 끝이 다 젖어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느타리와 송이, 고추와 호두를 웃으시면서 식탁에 내려 놓으셨다. 엄마는 자꾸 주워 오는 아버지를 탓하면서도 다듬고 또 다듬었다. 부창부수.

그러나, 이제는 그것들을 먹을 사람이 없다. 먹을 게 천지인 지금, 자식들이 자라 떠난 지금. 그들의 거실 한쪽 소쿠리에는 까 논 밤이 말라갔다. 이 시에서는 아직도 열매를 주워 자식들을 먹이려는 아버지의 자식이 담겨있고, 습관이 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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