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원을 딱 하나만 다니고 있습니다. 무슨 학원일까요? (친구들의 대답을 조금 기다림)
네! 바로 레고 학원입니다. (당시에는 실제 레고 학원만 다니고 있었음)
제가 레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각의 다른 모양의 블록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 된 모습의 매력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모양의 우리 반 친구들이 하나 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선생님을 돕고 우리 반을 이끄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학년] 반장 선거 당일까지 나갈 것인지 결정하지 않다가 아침에 나가겠다고 해서 급조한 연설문!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유도함. 그다음에 학원이라고 하면 보통 영어, 수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레고 학원"으로 인식에반전을 줌. 그리고 짧고, 간결하게! 지루하지 않게! 만약 레고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다면 "제가 36개월 일 때 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취미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이런식으로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고 뒤로 연결 할 수 있을 것 같음.
안녕하세요, 저는 회장 후보 OOO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캐릭터는 파란색이고 아주 빠릅니다. (실제로 파란색 셔츠를 입고 갔음)
그리고 아주 작습니다. 바로 저처럼요. (실제로 반에서 키가 작은 편이었음)
무슨 캐릭터 인지 아실까요?
네! 바로 소닉입니다.
제가 소닉을 좋아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빠르게 나타나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와 같이 어려운 친구들 돕고 반 전체를 돌아보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학년 예비 투표] 3학년 때 당일에 급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4학년이 되기 전부터 연설문 밑작업을 아들과 같이함. 실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서 출발해 보자 했고, 여기서 잘 살려야 되는 부분은 "아주 작습니다. 바로 저처럼요." 보통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애들이 리더가 되기 더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역이용하기로 함.
안녕하세요, 저는 회장 후보 OOO입니다.
저희 집은 늘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습니다.
그중에 제가 좋아하는 시리얼은 후르츠 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후르츠 링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향과 맛이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향과 멋을 가진 우리 반 친구들이 하나 되는 반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학년 본 투표] 사실 위의 '소닉' 연설문은 몇 달 전부터 미리 작업을 한 것이지만, 본 투표에서 쓴 '후르츠 링'은 당일 아침에 예비 투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후르츠링을 먹다가 급조한 것임. 맨 앞에 레고를 변주해서 만들었고, 사실 '소닉'의 서사가 더 좋아하서 '소닉'을 본 투표에서 써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예비 투표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아야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닉'을 먼저 하기로 함. 예비 투표에서 '소닉'으로 이미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고 본 투표에서 당선!
아들은 회장 선거가 시작된 3학년 그리고 올해 4학년까지 학급 회장을 하고 있다. 물론 위의 연설문들은 거의 다 내가 써준 게 맞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해야 의미 있지 엄마가 도와주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내 대학교 전공을 이럴 때 말고는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연설문 작성' 이벤트는 나에게 재미있는 소일거리다. 1년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 글은 혹시라도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쓴 것도 있고 애써 만든 추억을 잊지 않고자 써놓는 것도 있다.
그리고, 나와 아들은 내년 3월을 준비하고 있다! 부디, 내년 초에도 이 글의 후속 편을 쓸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