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너무 후킹 하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만 10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후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0억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엄청나게 큰돈이다. 한 달에 200만 원씩 저금할 수 있다고 할 때 500달이 필요한 돈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산이 10억이라고 하면 엄청난 부자로 여겨지고는 했으나, 지금 10억은 왠지 어딘가 빈약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10억이라는 단어가 아파트라는 단어를 만나면 그 초라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0억짜리 아파트에 관심을 둔 나와 당신은 분명히 대한민국에서 평범으로 분류되는 사람일 것이다. 물려받은 것이 꽤 있으시거나 대출이 아주 많이 나오는 고소득자는 분명히 아닐 테니 말이다. 현재 대출이 70%까지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두었을 때 (권장하기로는 2-3억) 많게는 6-7억 정도의 대출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고, 가능하면 취득세까지 합쳐서 10억 안짝으로 집을 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일 테다.
취득세까지 10억으로 결판를 보려면 아파트 가격은 최대 9억 5천만 원 정도의 아파트를 알아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 서울에서 10억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어딘가가 부족한 못난이 아파트 들이다. 교통, 학군, 인프라, 연식 모두 매력적인 아파트 들은 방 3개를 기준으로 최소 13억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 1억만 더 있었으면, 2억만 더 있었으면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냉정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기대를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 종종 로또를 산다.)
누구나 집을 살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지만, 10억짜리 집을 생각하고 있다면 고민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꼭 서울을 고집할 게 아니라면 서울 근교에 대안이 많기 때문이다. 광명뉴타운, 부천, 미사, 구리, 구성남, 검단, 송도, 청라까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새 아파트에 편안히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데 그놈의 서울이 뭔지, 서울, 그놈의 서울에 발목이 잡혀 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서울에 있고 자녀들이 이미 학령기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혼 혹은 예비 신혼인데 10억짜리를 알아보고 있다면 음, 조금은 당신이 부럽다.
10억으로 짱구를 굴리면서, 간혹 유명한 부동산 카페에 질문도 올리고는 했다. 그러나 누구도 속시원히 대답해 줄 수 없었다. 결국 결정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정말 서울에서 10억짜리 아파트가 얼마나 있는지 말이다. 그래서 자치구별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기준은 500세대 이상이고 가격이 9억에서 10억 사이인 아파트이다. 따로 가격은 적지 않았다. 가격이 계속 변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목표처럼 취득세까지 10억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2025년 1월 기준 대부분 9억 5천 언더로 찾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아파트를 추천해 주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고 솔직히 투자적 관점과 실거주 관점을 줄타기하고 있는 소시민중에 한 사람이다.
솔직히 수많은 아파트 정보를 찾아보면서 든 생각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이 가격이라는 현실이다. 지금 구매하려는 아파트가 10억인데 엄청난 호재가 기다리고 있어서 15억이 될만한 아파트는 없다. 다만, 전체 인플레가 일어나서 강남아파트 평균이 50억이 되면 현재 이 아파트들이 15억까지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못난이들도 어느 부분에서 나에게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예산이 10억 일 때 당신한테는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 신축? 학군? 교통? 직주 근접? 투자성? 실거주? 10억이라는 큰돈으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제한적이라는 걸 느낄 때 조금 삶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대출 포함 10억으로 이렇게 많은 선택지를 얻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다.
전반적 리뷰를 해보자면, 대부분 1990년 후반대에서 2000년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였다. 신축이나 재건축 대상 물건의 경우 초소형이었다. 나는 서울 전체의 자치구별 리스트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독자분들은 관심이 있는 자치구만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공부를 많이 하고 정보가 많아지는 것의 단점은 그럴수록 더 선택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굳이 이런 리스트까지 만드는 것은 내가 그만큼 간절한 실수요자라는 뜻이고, 또 이 아파트들이 향후 어떻게 시세가 바뀔지 궁금한 투자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10억 아파트, 과연 만족스러운 결정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