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겠지만 나는 한때 조금은 독특한 삶을 원했다.
부처님이 오신 날 EBS에서 방송한 프로그램을 보고 그곳의 울창한 자연 속 사원에 들어가 머리를 박박 밀고 여자라는 성도 버리고 철저히 한 인간으로 사는 삶을 꿈꾸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가부좌를 하고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느끼며 명상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속에 자유의 바람이 불었다.
머리를 박박 밀고 결행하듯 극단적으로 살지 않아도 주변 지인처럼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명상에 몸 담고 살고도 싶었다. 행복 명상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지인의 꿈이고 지금은 그 일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언니는 항상 명상하며 살다 보니 인자하고 자비로운 여인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여하튼 그런 삶을 꿈꾸던 내가 지금은 결혼을 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산다.
철저히 혼자만을 꿈꾸던 내가 평일에는 이모님들의 잦은 방문, 주말에는 시동생 아이들까지 이런저런 가족들에 부대끼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역시 세월이 약이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가끔씩 올라오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명상도 하지만 꾸준히 되진 않는다. 명상도 운동처럼 꾸준히 해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2층 베란다 탁자에 앉아 자주 밖을 내다보며 예전 꿈꾸었던 삶을 회상해본다.
결혼 생활의 소소한 행복 덕분인지 마음속에 불던 자유의 바람도 희미해졌다. 드넓은 자연 속 사원에서 살지 않아도 내가 앉은자리에서 만족하게 되었다.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판단하는 내가 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