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대한 욕구불만인지도 모른 채 광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열심히 사댄다.
지나고 나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물건을 그 순간에는 꼭 필요한 것만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결국 결제버튼을 누르고 만다.
미쳤구나 이제 그만해!
이성을 짓누른 눈과 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조한다.
물건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는 그들의 꼭두각시다.
일을 끝낸 후 후회하는 양 벌게진 눈은 지그시 감는다.
손은 죄책감을 감추듯 책장을 펼친다.
속죄하듯 열심히 하는 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