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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하리 Jun 04. 2019

제2일 ② : 25일 간의 우리집, 캠퍼밴을 받다

2시경에 마우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예약을 하고 비용까지 모두 치르고 온 상태라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신원을 확인하고 차를 받는 과정이 매우 빨리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마우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계약하지 않고 마우이 아시아 총판을 통해 계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긴 시간 동안 비행을 하여 피로한 상태에, 낯선 나라에 와서 바싹 긴장된 의식에, 익숙지 않은 말로 계약 사항을 하나씩 다시 점검하고, 잔액을 확인하여 잔금을 치르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일찍 지불을 하긴 했지만 우리는 어차피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기 때문에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빌리기로 한 차(Maui Platinum Beach)에 대한 설명과 안내는 이동식 DVD 플레이어로 봤다.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 DVD로 안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당황스럽지 않았다. 

사람에게 직접 안내를 받고 싶으면 그렇게 해달라고 말하면 된다고 했으나 한국인 직원이 오늘은 쉬는 날이라기에 DVD를 천천히 보기로 했다. 

잘 모르겠는 부분은 다시 돌려 가며 봐도 되니까.^^ 

나중에 보니 같은 DVD가 차에도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은 반복하여 보기도 하고, 각자 이해한 것을 서로 이야기해 가며 캠퍼밴 생활에서 실수를 줄이려 노력했다. 


이번에 빌리는 캠퍼밴은 지난번 호주에서 빌린 것보다 훨씬 크고 급이 높아서인지 설치되어 있는 것들이 다양했고 그런 만큼 새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우리가 DVD를 보는 사이에 둘이 놀다가, 심심하다고 보채기도 하다가를 반복하던 아들들은 빨리 캠퍼밴에 오르고 싶어 했다. 

큰아이는 ‘캠핑카’도 아닌, ‘캠퍼밴’도 아닌 ‘캠핑차’라는 새롭고 낯설지만 맞는 용어로 계속 우리 차를 찾았다. 

‘뉴질랜드에서 보물찾기’라는 책에도 캠퍼밴이 나오는데, 그 책에 나오는 캠퍼밴에도 마우이 심볼과 글자가 그려져 있어 큰아이는 우리가 빌리는 차와 만화 속의 차의 상표가 같다는 것을 알 만큼 커 있었다. 


사내아이들의 성향인지 장거리 비행의 피로 탓인지 빨리 차에 타고 싶어 했지만, 챙길 것들이 꽤 있었다. 

차에 가기 전에 사전 구매 연료(Pre-purchase Fuel Option)도 구입하고 화장실용 화학 약품(Toilet chemical)도 구입했다. 

차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 말고도 하루 65달러나 지불하면서 가입한 프리미엄 팩(Premium Pack)에 포함된 피크닉 테이블(Picnic table), 의자, 어린이 카시트(Child Seat), 부스터 시트(Booster Seat), GPS 등을 받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고, 마지막 크라이스처치에서 차를 반납할 때의 안내까지 받느라 마음만큼 출발이 쉽지 않았다. 


드디어 건물 오른쪽 끝에 있는 주차장에서 캠퍼밴을 인도받았다. 폴크스바겐(Volkswagen)을 개조한 플래티넘 비치(Plantinum Beach)! 

좋은 차라는 것은 알고 왔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호주에서 빌렸던 자그마한 토요타(Toyota)의 하이에이스(Hiace)를 개조한 보이저(Voyager)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하긴, 차 길이만 해도 2미터가량 차이가 날 정도 크기도 다르고, 가격 차이 또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내장도 아기자기하면서 고급스러웠고, 차에 신발을 벗고 타도 되도록 꾸며져 있었다. 

서양 문화권을 여행하다 보면, 우리와 문화가 다른 탓에 신발을 신고 실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불편하다. 

게다가 어린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그것은 더욱 불편하다. 바닥에 앉고 뒹굴며 생활했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디를 가도 바닥에서 놀곤 하는데 그 바닥은 우리처럼 깨끗하게 걸레질이 된 바닥이 아닌, 신발을 신고 그냥 돌아다니던 바닥이니까. 

그래서 신발을 벗고 탈 수 있게 꾸며진 것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바로 이 녀석과 이제부터 여행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비로소 여행 기분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빌린 Maui의 플래티넘 비치. 6인용 캠핑카이다.


바로 차를 몰고 나가 달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기내식으로 나온 낯선 향의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한 채 배고프게 있는 아들 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끼니때가 되면 우리의 식탁이었다가 저녁이면 침실로 변할 캠퍼밴 뒤편에 짐들을 대충 싣고 차를 마우이 안의 주차장 넓은 곳으로 옮긴 후 아내는 준비해 간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은 우리 아들들이, 특히 큰아이가 너무도 좋아하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음식이다 

                                             

아이들은 차 안에 들어가자마자 운전석 윗 부분의 2층에 올라가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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