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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31. 2023

7월의 두번째 월요일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 휴가

여행보다는 휴가라고 해야 조금 더 알맞을 것 같은 아주 짧지만 꿀맛 같았던 시간이었다. 남동생이 비행기표를 사주고, 남편이 호텔을 예약해 주고, 양가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호사스럽게 보낸 1박 2일. 아기를 낳고 나서 처음 아니 코로나 그늘의 3년 만에 처음으로 나간 해외여행이라 예전처럼 여권만 챙겨 떠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꽤 가벼운 여행이었다.


남동생과 백팩을 하나씩 나눠 메고는 각자 예약해 둔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에서 만났다. 환전해 둔 돈도 찾지 못했는데 신용카드 한 장 덜렁 들고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110 볼트 전압 콘센트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참 있다 발견했으니 여권, 지갑, 휴대폰만 가지고 여행 다니던 손 빠르고 발 빠른 여행자의 삶에서는 많이 멀어진 것 같았다.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고 중간중간 물도 커피도 술도 마셔가며 꽉 찬 이틀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육아휴직과 친정엄마의 짧은 방학으로 완성된 나의 휴가. 다녀오니 당연히 좋고 이전과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사이클을 조금이나마 되찾은 느낌. 나는 내 삶을 산다.



2. 폭염

매일 오후 아기와 1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아파트 단지를 돌기도 하고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100일 이전부터 유모차에서 10분 산책을 시작하다 어느새 30분으로 늘어나더니 이제는 1시간도 거뜬해졌다. 수유까지 준비해 가면 2시간도 외출할 수 있는 5개월 차 아기로 성장!


다만 우리의 산책을 막는 유일한 걸림돌이 있었으니 바로 폭염. 오히려 비가 오는 날은 아기띠에 우산을 들고 살살 걸어보기도 했는데 더위에는 장사 없다. 아기의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는 한여름의 폭염 산책. 선풍기와 유아차 쿨시트로도 잡히지 않는 더위에 아기를 노출시키는 것만큼 힘든 건 바로 유아차를 끌고 있는 남편과 나. 산책을 포기하는 날이면 아기를 미지근한 수영장에 폭 넣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더위 언제 끝나는 걸까. 더위가 끝나면 이제 우리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돌아오는 걸까.


3. 인연

아기가 50일 즈음 친정에 내려왔다. 단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조리원 동기, 동네 엄마 친구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아기의 발육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번 병원에 갈 수 없는 노릇이었고 육아에서 오는 크고 작은 불편함들을 같은 월령대의 아기들과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맘카페를 뒤지고 뒤져 우리 아기와 비슷한 아기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방에 들어갔다.


간밤의 아기는 잘 잤는지, 오늘의 아기는 건강한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엄마와 아기의 일상을 묻고 공유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유난히 하루가 길었던 날에는 오늘의 피로감을 고백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거의 3개월 동안 아기가 크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아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기가 자라면서 먼 이야기 같았던 이유식을 시작하고 첫 재료인 쌀에서 알레르기와 아토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서 조금 마음이 어려웠던 날. 누군가는 바쁜 와중에 이유식 책을 뒤져 레시피를 보내주고, 누군가는 자신의 아기도 그랬노라고 해결방법을 제안해주기도 했다. 괜히 엄마 된 마음에 미안함이 앞서 마트 수유실에서 눈물을 짜고 있던 그때 누군가는 커피라도 사마시라며 기프티콘을 보내주고 갖고 싶었던 턱받이를 선물했다. 마음이 든든하면서도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저 같은 시점에 각자 아기를 키운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이렇게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싶어서 든든했고, 직접 만날 일이 없어 위로를 갚을 길이 없어 미안했다.


아기를 키우는 주변 지인들에게 받는 위로만큼 가까운 듯 먼 인연들에게 받는 마음도 꽤 따뜻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육아는 장기전이고 나는 매일 적응하고 있으니까. 같이 적응해 나가는 인연들과 오늘도 힘내본다! 아가들아 건강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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