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첫 번째 월요일기를 적어봅니다
1. 2월
정신 차려보니 2월 그것도 중순이라니. 마지막으로 정신을 부여잡고 쓴 월요일기가 11월.
친정에서 받아 온 물심양면 도움을 뿌리치고 서울로 돌아온 게 10월 중순이었으니 그즈음부터 나는 육아에 전념하는 (하지만 중간중간 놀 틈이 생기면 무조건 뛰쳐나가 놀아재끼는) 엄마 그 자체였다.
그 사이 아기는 돌을 맞이했고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돌 기념 식사도 마쳤다. 스냅이고, 한복이고, 드레스고 모든 것이 나에게는 거추장스러운 과정이라 모든 것을 생략한 채 아기에게 여전히 큰 튜튜 치마 하나를 입혀 가족 식사를 진행했다. 그래도 아쉬울 것 같아 돌잡이 용품을 챙겨 테이블에 얹어두고 돌잡이를 했는데 아기는 축구공, 연필, 마이크를 잡았다. 7종 돌잡이 중에 3종을 잡았으니 조금 더 기다렸으면 내가 염원하던 청진기를 잡았을 텐데.
2월이 되면서 나의 삶은 전업 엄마에서 워킹맘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 복직까지 앞으로 3주, 양해를 구해 연차 열흘을 붙여 겨우 연장한 휴직 기간. 그게 아니었으면 당장 출근해야 한다는 건데 언제 1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났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하루는 정말 영겁같이 긴 데 일 년은 순식간에 흘러간 기분. 회사원의 삶도 나의 삶이니 정신을 잘 챙겨 다시 살아본다. 나의 삶.
2. 오늘도 집을 나왔습니다.
요즘은 점심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어도 무조건 차 시동을 걸고 본다.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돌봄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덕에 매일 점심 한 끼는 오롯이 내 선택에 따라 챙겨 먹고 있다.
운동이 있는 날은 운동을, 미리 약속을 잡아둔 날은 약속을 간다. 오늘같이 운동도 약속도 없는 날은 집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서 아기 물건들을 구경하거나 먹거리를 사는 편인데 이것도 몇 번 하니 재미도 없고 오히려 힘들어졌다. 오늘은 일부러 먼 길을 돌아 돌아 백화점에 와 먹고 싶었지만 거의 일 년이 넘도록 못 먹은 마라탕을 먹고 아기 이유식을 샀다.
그래도 이렇게 나와 조금이라도 콧바람을 쐬고 아기와 분리되고 나면 조금 나아지는 육아. 사실 외출보다 더 힘든 건 외식인데, 외식을 딱히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씩 점심마다 나가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다.
”아유 오늘도 나가볼까 어디 가지. “라는 혼잣말에 선생님은 늘 ”지금 알차게 잘 놀아야 돼요. 이제 곧 없을 시간이니까.”라고 말씀하신다. 맞아요 선생님. 좀 더 가열차게 잘 놀아볼게요.
3. 운전
임신을 하고 다시 잡은 운전대가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아기를 낳고 나서야 매일 깨닫고 있다. 아기가 6개월이 넘어가면서 외출이 조금 더 수월해지는데, 돌이 다 된 지금은 외출을 해야만 육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빈도가 매우 높아졌다.
요즘엔 아기의 낮잠 시간을 활용해 미술관, 박물관, 카페, 음식점을 다닌다. 차에서 자는 아기로 성장하면서부터 외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제 날도 슬 풀리고 따뜻해지기 시작해 외출이 더욱 기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대부분은 주말에 다니긴 하지만 주중에 공동 육아 스케줄이라도 잡히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강행군을 하게 된다. 그 강행군의 중심에는 운전이 있고, 그 덕에 나는 엄청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늘 같은 집에서 늘 같은 책을 읽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짧고 굵게 시간을 보내고 오면 아기도 나도 어쩐지 에너지가 도는 느낌.
누군가 임신을 준비한다면 나는 꼭 추천하고 싶다. 운전을. 출산 후 답답한 마음도 운전으로 풀 수 있으니 지체 없이 운전대를 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