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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an 11. 2021

자연에서 배우는 엄마의 자세

로빈 월 키머러, <향모를 땋으며>

작년 한 해동안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땋으며>를 고른다. 로빈 월 키머러는 <향모를 땋으며>에서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는 상호 호혜성의 아름다움을 유려한 문체로 전해준다. 나는 이 책을 산책할 때마다 가지고 나가서 읽었다. 걷다가 잠시 앉아서 책을 있다가 또 걷기를 반복했다. 책을 읽고 나서 걸을 때면 대지 위에 펼쳐지는 생명들의 꿈틀거림이 느껴져 가슴이 울렁거렸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경외감이 밀려들었다.


로빈 월 키머러는 자연은 이미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공존하며 살고 있는 그 세계 속에는 우리 인간들이 지녀야 할 삶의 모습도 숨어 있다. 엄마 됨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사과나무는 좋은 엄마다.
해마다 세상의 에너지를 자신에게 모아들였다가
자식에게 전달하여 열매를 맺는다.
자식을 세상에 내보낼 때는 세상과 나눌 수 있도록
단맛이라는 여장을 단단히 챙겨 보낸다.
- 로빈 월 키머러, <향모를 땋으며> 146쪽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들을 전달함으로써 자식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른 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나눔을 챙겨주는 것. 이는 엄마 또는 양육자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는 나에게도 의미 있는 배움을 준다. 어디 교사뿐이겠는가 모든 어른들-이 세상을 앞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땅은 콩과 토마토로, 군옥수수와 검은딸기와 새소리로 우리를 사랑한다.
선물의 소나기와 가르침의 큰 비로.
땅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우리에게 먹고사는 법을 가르친다.
좋은 엄마가 그렇듯.
(중략)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농사일을 가르친 진짜 이유다.
내가 떠난 뒤에도 아이들을 사랑해줄 엄마가 영원히 함께 있도록.
-로빈 월 키머러, <향모를 땋으며> 183쪽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연은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서 사랑을 지켜줄 수 있다. 하늘은 보다 높은 세상을 꿈꾸고 실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땅은 다양한 생명들을 키우며 인간이 감사와 공존의 미덕을 갖추도록 도와준다. 바다는 넓은 가슴으로 겸손함을 가르친다. 우리는 자연에게 받았던 사랑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연이 자연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인간 동물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자연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그곳에서 찾는 답은 오답일 수밖에 없다. 작년 한 해는 인간의 오만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해였다. 코로나 19부터 시작해서 폭우와 수해피해, 그리고 한파까지. 이 모든 것이 인간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사랑의 연결 고리인 자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이는 인간의 의무다. 모두가 엄마가 될 순 없지만, 모두가 더 큰 엄마의 사랑(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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