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금색공책>
매우 침울한 상태로 지냈다. 재닛의 엄마라는 내 인격의 단면에 아주 많이 의지했다. 줄곧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 안의 나는 지루하고 초조하며 죽어 있는데 난 여전히 재닛을 위해 평정을 유지하고 책임을 다하며 살아 있을 수 있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 도리스 레싱, <금색공책2> 중에서
재닛이 떠나면서 들었던 생각이 또 있다. 아무런 압박감도 없을 때 시간은 어떤 다른 모습을 띠는가 하는 점이다. 재닛이 태어난 이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난 편안하게 움직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있다는 건 시계를 늘 의식하며 살아야 함을, 어떤 순간에 앞서 완수해야 할 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재닛이 태어났을 때 죽어야만 했던 그 애나가 지금 다시 태어나고 있다.
- 도리스 레싱, <금색공책2>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