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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y 07. 2022

이사 결심

아이 없을 땐 집 볼 줄 몰랐지

집을 내놨다.

14개월 된 내 아이를 더 안전하고 편리한 곳에서 키우고 싶었다. 지금 사는 곳이 나쁜 곳은 아니다. 20년 넘은 평범한 구축 아파트 단지다. 직장과 처가댁도 가깝고 편의 시설도 기본은 된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굳이 서둘러 이사 갈 이유는 없는 곳이다. 그래도 여러모로 더 나은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역시 아이다. 아이가 부모를 움직이게 한다. 이 글은 현재 거주 환경에서 어떤 요소를 느껴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써둔다.




| 이유 1. 담배충

지금 단지는 별도의 흡연 부스가 없다. 단지 내 금연 개념이 없다.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를 딱 내리면 담배 냄새부터 난다. 입구 옆 정자에선 늘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운다. 나름 밖에 나와 핀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동 출입구와 너무 가깝다. 여기에 길빵을 서슴지 않게 하는 아저씨들, 분리수거하러 나오면 아는 사람들끼리 분리수거장에서 담소 나누며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자주 보인다. 여하튼 아이들과 비흡연자들도 오가는 길목에서 흡연을 이해할 수 없다.


| 이유 2. 단지 내 자동차/오토바이

요새 새 아파트들은 단지 내 차/오토바이 출입이 안 되는 곳이 많다. 차는 모두 지하주차장으로 보내는 형식이다. 아이 키우기 전엔 몰랐는 데 이게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예측을 잘하지 않는다. 무작정 튀어 나간다. 이럴 때 운전 험하게 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만나면 바로 사고다. 이번에 와이프와 이사 가고픈 아파트 단지를 가봤는 데, 차나 오토바이 걱정 없이 널찍한 놀이터에서 맘껏 뛰노는 애들. 아빠와 캐치볼 하는 아이. 여유롭게 유모차 끌고 나온 아기와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그렇게 부러웠다.


| 이유 3. 도보권 큰 공원 없음

우리 가족은 주말에 차 타고 가는 큰 공원 몇 군데가 있다. 단골 공원이랄까. 초록 초록하고 탁 트인 장소가 도시엔 흔치 않아 차를 타고서라도 간다. 그러나 그곳을 차가 아닌 걸어서 또는 자전거 타고 오는 사람도 많다.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말이다. 그런 걸 보면 아이 있는 집에 도보권 공원은 중요한 것 같다. 아이에겐 몰보다는 공원이 더 즐거우니까.


| 이유 4.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굣길에 차도를 만나지 않는 아파트. 아 이거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것.


| 이유 5. 도보권 상권/시설

우리 와이프는 장롱면허다. 어차피 차도 한대고 운전도 어렵다 보니 보통은 유모차로 걸어 이동한다. 이럴 수 록 도보권 상권 종류를 봐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소아과, 산부인과, 아기 미용실(버블스토리 등), 실내 놀이터, 키즈카페, 수영장, 다양한 종류의 학원, 중형급 이상 마트, 문화센터 등등 있으면 상당히 좋다. 이곳들을 매번 운전해서 가야 하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 이유 6. 남향

지금 사는 집은 동향이다. 고층이라 해가 완전 안 들어오는 건 아닌데 역시 남향을 이길 순 없는 거 같다. 왜 어머님들이 "집은 남향"을 고집하셨는지 살아보니 알았다. 아이 키우는 집은 빨래 양도 상당하다. 아이가 있으니 난방도 아껴 틀 수 없다. (아가가 춥다는데!) 그래서 애 키우는 집이야말로 더더욱 남향을 가야 했다.


| 이유 7. 먼지

지금 사는 집은 고속도로 바로 옆이다. 차로 어디 나가기엔 편리하다. 그런데 진짜 먼지는.... 살아보니 알겠다. 정말 잘 쌓인다. 고층이라 좀 덜할까 했지만 예외없었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어도 수만 대의 차량이 뿜는 작은 먼지들은 어쩔 수 없다. 결국 '공기질은 지엽적으로도 차이가 있다'는 게 결론이다. 그래서 고속도로로부터 멀어지겠단 결심을 했다. 게다가 지금 사는 지역은 디젤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산업단지 근처다. 아무래도 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 새로 보고 있는 단지는 위 이유들을 다 해결하는 곳이다. 그런 곳을 찾았고 방문해 매물도 몇 군데 보았다. 물론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들 것이다. 부동산 지금 사면 상투잡는 거다, 시기가 별로다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완벽한 때를 맞출 수 도 없고 당장 내 가족을 위한 환경이 더 중요하단 결론을 내렸다. 생각보다 집이 늦게 나가 이사가 많이 미루어질 순 있다. 그래도 앞으로 1년~1년 반 정도 내로는 이동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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