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의 노하우를 구합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한지 일주일, 저는 지금 하루 하루 회사생활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여느 회사처럼, 한 명의 직원이 그만둔 것 뿐인데 제 멘탈이 왜이리 산산조각 났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무늬만 경력자였던 그 친구가 남겨놓은 산더미 같은 일 때문인지, 내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사건이 반복되어 그런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만 커집니다.
제가 이리 답답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버텨낸 시간보다 앞으로 버텨야 할 시간들이 아직 까마득히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육아휴직 대체자로, 1년 6개월 계약직으로 이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보통 외국에서는 '계약직'으로 고용한 사람들에게 해당 분야의 일만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는데, 이놈의 회사는 그럴 기미가 없습니다. '한국'과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다라고 위로를 해보지만,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내 머리가 너무 복잡합니다.
올해 초에 입사했으니, 제가 버텨내야 하는 시간은 아직도 '8개월'이나 남았습니다. 매일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보면, 이 기간 또한 금세지나가리라하고 믿고싶지만, 부질없는 믿음임을 알기에 제 기분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습니다. 아마 내년 초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약기간이고 뭐고 신경도 쓰지 않고 훌쩍 떠나버렸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책임져야할 가정이 있기에, 그 가정의 '가장'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 오늘 하루도 버티고, 또 버텨냅니다.
어렸을 때 저는 '버틴다'는 말이 참으로 멋진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모진 풍파를 겪어도, 내 자신이 아무리 쓰러질 것 같아도 '버텨내는' 모습... 그 모습은 제게 아주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인내심이라고는 코딱지만큼 존재했던, '버틴다'는 말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나 하는 줄 알았던 저였기에 이 단어가 실제 내 인생에 적용되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나이기에, 이제는 한 단계 더 성숙한 인간이 되라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버팀'의 시간을 선물해주려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지만 이 생각으로 얼마나 '버텨'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8개월 동안 또 어떤일이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매일 매일이 버라이어티한 회사 생활이거든요. 그래도 이 한 가지 '버팀을 배우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제 조각조각난 멘탈들을 이어붙여 보려 합니다. 버팀이라는 걸 배워간다면, 어쩌면 나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버틴다는 말의 잔인함을, 나는 오늘도 마음에 새기며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려봅니다. 그리고 그 버텨내는 시간 속에서, 내 마음속 어디 한 군데는 성장하고 있길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