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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희 Sep 10. 2020

열정이 식어갈 때쯤

스위스부터 이탈리아까지 히치하이킹 여행

2년 전 여름 이맘때였나, 스페인 남부부터 스위스까지 히치하이킹 여행을 하고 있었다. 최종 목적지 이탈리아 밀라노를 목전에 두고, 심플론 패스라 불리는 산 중턱에 내렸다. 차들이 밀집해 있는 주차장에서 나는 여지없이 팻말을 들었다.


"ITALY"


그러자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주차장에서 내쫓으려나보다 생각해 조심스레 행동하니, 이렇게 묻는다.


"너 어디에 가니?"


"아.. 저 도모도솔라까지 가요!"


바로 최종 목적지인 밀라노로 간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가는 길에 위치한 도모도솔라에 간다고 말했다.


"나 밀라노에 가는 길인데,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그곳까지 태워다 줄게."


'이게 무슨 말이야? 밀라노까지 간다고?'


사실 나는 밀라노로 간다고 다시 상황을 설명하자, 흔쾌히 알았다며 차에 타라고 한다. 차에는 부인과 8살 정도 돼 보이는 아들이 함께 타고 있었으며, 내가 뒷좌석에 앉자마자 과일 한 더미와 먹거리를 잔뜩 안겨주었다.


"먼 길을 떠날 테니 든든히 챙겨둬."


남편은 본래 이탈리아 사람이고, 부인은 프랑스 사람이었다. 현재는 가족들과 함께 부인의 고향인 프랑스 릴에 살고 있으며, 시댁이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여름휴가를 맞이해 밀라노에 가서 시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이탈리아 남부로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어제는 제네바에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루 묵었으며,

릴부터 이곳까지 자동차로만 달려온 것이다. 마치 내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이곳 스위스까지 달려온 것처럼.


"요즘 너처럼 히치하이킹하는 사람은 처음 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로에서 히치하이커들을 종종보곤 했는데,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


그래서 호기심에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던 것이고, 차에 탈것을 흔쾌히 제안했던 것이다.


"나도 네 나이 때 배낭 하나만 메고 여행을 다녔어.


캠핑과 히치하이킹은 일상이었지. 차뿐만 아니라 선장과 이야기해 배를 히치하이킹한 적도 있어."


더 놀라운 것은 정확히 나와 같은 24살의 나이에 유럽을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했으며,

모로코를 포함해 스페인 동부, 지중해를 따라 여행한 코스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것이다.


30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우리는

다른 시대에, 같은 여행을 했으며,

여행자 그리고 운전자로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이탈리아 남자는

나의 무모하지만 패기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20대를 회상했고, 이를 함께 공유했다.




언젠가는 나도,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다가 나와 같은 여행자를 길에서 만나겠지.


그리고 이탈리아 아저씨가 그랬듯이 나의 20대를 돌아보고, 추억을 회상하겠지.


그때는 나도  마디 덧붙이고 싶다.


나도 너처럼 뜨거웠던 때가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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