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기록하는 이유
콜롬비아 여행 첫날, 도심 외곽에 있는 호스텔에 머물렀다. 어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콜롬비아에 도착한 나는, 아침 일찍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았다. 조식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익숙한 언어가 등 뒤로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퇴사 후 세계여행만 2년째, 보고타에 위치한 이 숙소에만 2개월째 머물며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 원효형님이었다.
'남미 여행 중 처음 만난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니.'
형님과 오랜 대화를 나누며 여행지의 정보들을 공유했고, 별생각 없이 떠났던 남미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시간을 보낸 지 5일, 나는 북부 카르타헤나로 떠나야 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다음 만남은 지구 반대편에서 이뤄졌다. 얼마 전 연락이 닿아 형님도 귀국하셨다는 소식을 알 수 있었고, 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바로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이다.
스페인 카디즈를 생각하면 우연히 호스텔에서 만나 함께 여행했던 축구선수 안드레스가 떠오르고,
모로코 페즈를 생각하면 위기의 순간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모로코 친구 타릭이 떠오른다.
한순간의 결정으로 만날 수 있었던,
혹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같은 여행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다.
나는 여행 중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본래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지금까지 여행하며 한국인 동행을 따로 구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외국인 친구들은 사는 곳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날 만나 그날 친해진 뒤, 다시 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물론 나중에는 이런 관계가 되려 편하고 부담이 없어 좋았지만.
그럼에도 우연한 기회가 닿아 만난 한국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만났던 원효형님이었다.
콜롬비아 북부 카르타헤나에서 바랑키야로 가는 비좁은 봉고차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네왔다.
중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사 후 남미 세계여행을 하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루카스형이었다. 루카스형과 콜롬비아 여행 중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더불어 형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여행이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왔고, 형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그때의 추억을 돌아보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 유튜버로 꾸준히 커리어를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형의 모습을 보며, 나의 목표도 돌아볼 수 있었다.
여행 중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다. 그 사람과 나눈 대화 몇 마디에 여행지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했던 여행을 곱씹어 보며,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오간다.
마치 영화를 처음 볼 때, 그리고 두 번째 볼 때 느낌이 다른 것처럼.
'아마도 가장 나답고 행복했던 순간을 공유한 사람들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만큼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도 소중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방법은 없을까?'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한 가지 방법은 매일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다.
스쳐갈법했던 일상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이 글을 작성하는 행위도 여행을 곱씹어 보는 나만의 방식이며, 일상이 여행이 되는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