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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킬 마이 론리 Jun 18. 2019

그 카페 앞 고양이는 두 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물 한 방울 못 마시고 침을 흘리기만 했다

내가 거의 매일 가다싶이 하는 상수동 한 카페 앞에는 적어도 1년 전부터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긴 그릇이 각각 하나씩 있다. 올봄까지는 꽤 몸집이 꽤 크던 고양이 리옹이가 찾아왔으나, 언제부터 보이지 않고 조금 더 작은 고양이가 찾아왔다. 직원들에 따르면, 그 고양이 이름은 레오랬다.


레오는 생후 3~4개월쯤 돼 보였다. 사람을 경계했으나 목이 마를 때는 그곳에서 물을 찾았고 배가 고플 때는 어김없이 사료를 찾았다. 나는 그런 레오가 예뻐 바로 옆 편의점에서 츄르를 사서 가져다가 바치고는 했다. 레오는 차 밑에 숨어 눈치를 보다가 어느새 다가와 하나를 다 비워줬다.


카페 앞에는 사료와 물그릇이 있다


며칠 전, 초여름 날씨에 그 카페는 창문을 모두 열고 나를 비롯한 손님들은 해를 즐겼다. 내가 앉았던 자리는 일자로 된 바 테이블에 바로 앞 창문이 붙어있는 곳이었다. 한참 작업을 하던 중 창밖으로 그 그릇 두 개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 직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직원 중 한 사람은 주저앉아 눈시울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카페 맞은 편 음식점이 열기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 부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는 담배를 피울 겸 밖으로 나갔다. 멀치감치 바라봤을 때 분명 레오가 물을 마시고 있었다. 별 일이 아닐까 싶었으나 따라나온 애인은 더 가까이서 레오를 바라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내게 다가왔다.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레오가 아파". 애인의 첫 마디였다. 피우던 담배를 끄고 레오를 다가가 살펴봤다. 입 주변이 온통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수염 몇 가닥은 오그라들어 있었다. 물을 할짝, 그리고 할짝 아주 느린 간격으로 먹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양이 더 많았다. 침이 입에서 턱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을 마시는 것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 아이와 정말 똑같이 생긴 작은 고양이였던 레오


어째서 그렇게 되버린건지 알 수 없었다. 아파서 그루밍을 못했는지 몸은 더러워져 있었다. 냄새가 지독했다. 병원에 가야만 했다.


직원들은 레오를 담을 상자와 츄르를 고무장갑을 낀 채 가져왔다. 레오는 겁을 먹었다. 물그릇 앞에서 5m쯤을 이동해 주춤, 경계, 다시 주춤. 그는 카페 옆 담을 훌쩍 넘어갔다. 그리고는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담 뒤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었을 뿐더러,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 두 시간을 그 앞에서 레오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캣잎을 뿌리고 츄르를 흔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안녕 잠깐이지만 널 만나 기뻤어


나와 애인은 이후 사흘을 한 시간씩 동네를 돌며 레오를 찾아다녔지만 레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레오는 그 잡동사니에 파묻혀 죽었을지도 모른다. 물도, 밥도 입에 못 댄 채 고통스럽게.


카페에 갈 때마다 그 동네 마실을 돌며 때로는 사람들을 한참이나 응시하던 그 고양이는, 물그릇 앞에 앉아 직원이 흔드는 낚싯대 장난감에 무심한 척하다가도 이내 팔을 뻗던 그 고양이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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