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콧물을 삼키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여름이가 유월 말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력이 없더니 왼쪽 팔에 오버그루밍으로 인해 콩알만 하게 털이 빠지고 빨갛게 상처가 생겼다. 링웜에 옮은 것인지 걱정이 돼 병원에 다녀왔고, 약을 복용하니 점차 나아져 안심하는 도중이었다.
상처부위에 짧은 솜털이 자랄 때쯤, 여름이가 재채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두 번이었다.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으나 자연스러운 재채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여름이는 요란스러운 재채기를 하루 종일 하더니 어느새 콧물까지 잔뜩 흘렸다. 코가 막히는지 숨소리도 좋지 않았다. 병원에 가봐야 했다.
고양이를 이동장에 밀어 넣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여름이는 항상 그 이동장에 들어갈 때면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밀어 넣고, 택시에 태우니 겁먹은 채 동공이 커졌다. 야옹, 우는 아이가 측은했다.
병원에 도착해 한참을 기다렸다. 여름이가 겁을 먹었을 때 내는 울음소리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코가 막혀 가르릉 숨소리를 내면서도 야옹, 야옹 울어 슬펐다.
검진을 받아보니, 아이가 구조될 당시 걸렸던 허피스 바이러스가 잠복해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며 다시 올라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길고양이들은 허피스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저분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충분히 영양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이 허피스로 죽고, 여름이는 운 좋게 그중 살아남은 아가 고양이 중 하나였다.
날씨가 더워지며 에어컨을 틀어놓은 게 독이었을까. 계절이 급격히 바뀌는 이 시기에 허피스 바이러스가 다시 올라왔으리라. 저녁식사를 하면 그 앞에 와 앉아 놀아달라고 울던 아이는 훌쩍이고 재채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잠시 일어나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올 뿐 숨숨집과 이불 위에서 하루 종일 잠을 잔다.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가 며칠이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전에 처방받은 약을 먹었고, 면역력에 좋다는 영양제를 시켰다. 부디 건강하게 금세 일어났으면 좋겠다. 철없던 나는 고양이를 키우며 오늘도 책임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