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킬 마이 론리 Dec 22. 2018

작은 고양이가 꿈 속을 온통 헤집는 사이

하루에 스무 시간을 자야만 하는 고양이에 대하여

2018년 10월 7일, 여름이를 데려온 바로 그날 이후 사흘간 도통 깨어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여름이는 거의 사흘을 잘 먹지도 않고 잠만 잤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네가 단지 아기라서 그랬을까.


새끼고양이는 하루에 20시간을 잔다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웠다. 여름이는 네 다리 달린 동물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잤다. 이렇게나 많은 동작을 할 수 있다니!  

그가 그 기나긴 잠에 빠져들기 위해 가장 먼저 집에서 가장 푹신하거나, 가장 따뜻한 곳을 찾았다. 주로 쿠션으로 된 의자 위나, 개어놓은 이불이 여름이 자리가 됐다. 덕분에 이 집 아랫목은 화장실 앞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여름이는 어느새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기 시작하더니 이내 늘 깊은 잠에 들었다. 집 안에서 돌아다녀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큰 소리를 내도 도통 깨어날 줄 몰랐다. 우리를 만나기 전까지 고된 여정이었을 것이다. 단잠을 깨울까 손 대신 마음으로 그저 한참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부디 좋은 꿈을 꿨으면

그보다 더 깊은 잠에 들 때면 어느새 다리를 편 채 옆으로 누웠다. 때로는 그 모습이 사람 같아서 놀라웠다. 여름이는 마치 늘상 부족한 내 잠마저 대신 자는 것 같았다. 내게도 여름이가 대신 자주는 잠이 내게 고요와 평안이었다. 좋은 꿈이기를 바랐다.


조금은 불안했던 것도 같다. 여름이가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여름이가 아주 가끔 일어나 밥을 먹거나 목을 축일 때면 안도하곤 했다.


나흘째 되는 날 그 걱정은 산산조각났다. 바야흐로 캣초딩 주인님이 군림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젤리 보여줘서 고마워


작가의 이전글 작은 고양이, 여름아 네가 왔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