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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ang magazine Feb 08. 2019

[정지영] 순간의 즐거움, 건강한 외로움


순간의 즐거움, 건강한 외로움

정지영 인터뷰


정지영

지영씨를 알게 된 건 술 자리에서였다. 파리에서 막 석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비교문학을 공부한다는 분. 술 자리가 맺는 인연이 대게 그렇듯, 지인의 지인으로 알게되어 오래 알던 사이도, 자주 보던 사이도 아닌 그냥 술자리에서 한 번 스쳐갈 수도 있는 인연이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함께 닿았던 그 순간을 소중하고 추억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거칠게 스치는 만남이 아닌, 함께 '맞닿았던' 순간으로 느껴지는, 그리고 그 닿음을 놓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을 둘러싸는 분주하지만 조용한 삶과 작은 사물에도 생기를 넣을 것 같은 이야기가 궁금했다. 다른 땅에 있지만, 인터뷰한 시간도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듯 따뜻한 온기로 채워줬던 신기한 이 사람. 프랑스 파리에 있는 지영씨를 페이스타임으로 만나보았다.


▶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니 또 새롭고 반갑습니다. 지영씨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삶을 구성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자유롭게 소개부탁드릴게요.

시간이 지날 수록 자기 소개는 어려워지기만 하네요. 나를 분명 가장 잘 알아야할 내가 나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나를 구성하는 것들은 너무나 많고. 일단 지금 저는 파리 근교 이브리라는 도시에 살고 있고, 비교문학을 공부해요. 내 방에는 중고로 5유로에 사온 이케아 램프를 켜놓고 있어요. 밝은 불을 꺼놓고 이걸 켜는 순간에는 남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내가 되어서 요즘엔 이런 때를 좋아합니다.

또 저는 배우는 걸 좋아해요. 프랑스어를 십 년 전부터 배우고 있고 오늘은 수영을 배우다 왔고 내일은 살사를 배우러 가는 날이에요. 참 발레도 시작했고요. 아직 학생이라 이곳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요. 배우는 것이 돈이 많이 들지않고 초급자들도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아서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마음껏 시험해보고 있는 중이고요! 신납니다 신나요. (웃음)


 거창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소소한 삶이 정말 풍요로워 보여요. 지금 공부하고 계시는 비교문학이라는게, 보통 사람들이 흔하게 접하는 학문은 아니잖아요. 프랑스에서 비교문학 공부를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는 번역을 하고 싶었지만 번역공부는 싫었고 여러 세계문학을 넓게 공부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음악을 준비했었어요. 그때도 갑자기 진로를 바꿔서 국문학 쪽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했거든요. 그때 문학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문학을 도구삼아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문학을 도구삼아 번역을 하고 싶어요. 문학을 당연히 좋아하고, 삶을 재밌게 해주긴하지만 곁에 있는 느낌일 뿐이에요. 문학공부를 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기 보단 이걸 도구로 제가 좋아하는 세상을 다른 관점, 시각으로 보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에요. 

사실 요즘 책도 잘 안보고 있어서 (웃음)… 문학을 공부한다고하기엔 부끄러운것같아요. 이제 막 한학기 끝냈어요.


 문학을 도구로 음악을, 번역을 하시는 거네요. 대게 사람들은 전공 공부를 하고 한 가지 분야에 속하게되면서 분야를 바꾸는 것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는데, 그런 생각을 뒤집는 생각인 것같아요. 겉으론 관련없어보여도, 결국엔 기존의 것을 도구로 삼아 어떤것이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기 마련이라는것인거죠. 한학기를 끝낸 소감이 어떠세요?

 초반에 많이 울었죠. 두려움이 많았어요. 문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보니깐… 프랑스 애들은 기본적으로 읽었던것을 나는 안읽었기 때문에 불안했는데 또 놀긴 놀고 싶고. 학교에 와보니 애들이 너무 똘똘하고 생각도 깊은거에요. 반면에 저는 너무 어린애같고 바보가 된 느낌이었어요. 한 한기 동안 지내면서 느낀 것은 바보인걸 받아들이는 법, 인정하는법을 배웠어요.(웃음) 가만보니까 프랑스애들도 공부하는데 엄청 힘들어하는거에요. 수업시간에 너무 어려운 얘기가 나오니까요. 애들도 다 같은 애들이었던거죠. 그걸 알고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모른다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히려 인정하는 것이 마음 편하죠.



저는 순간의 즐거움이 미래의 뿌듯함보다 중요한가봐요. 

살다보면 내 마음대로 안되는게 많잖아요. 그건 내 세상 속의 시간만 존재하는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해외에 공부를 하거나 그러면 현지인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지만, 결국 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거든요.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들도 느낄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공부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으셨을 텐데요.

요즘 사실 제 공부에 흥미를 그리 많이는 느끼지 못해서 포기하고 전혀 해보지 않았지만 막연히 하고 싶었던 미술이나 영화를 공부해볼까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근데 이미 지난 날에 포기 카드를 다 써버려서 이제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끝까지 안 하면 창피해서. 포기하고 났을 때의 창피를 생각하면 좀 도움이 되려나. 요샌 그냥 내가 다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기뻐할 가족들 얼굴을 생각하며 참고, 그래도 힘들 때는 여기 한국학과 친구들하고 감자탕 먹고 학교 욕하다가 이거 해서 우리가 무얼 하나 한탄하면 나아져요. 혼자는 아니구나, 앞날 고민 동지들이 옆에 같이 있으면 힘이 나요.


 결국은 처음에 지영씨를 조금 주눅들게 했던 주변 친구들이 이제는 큰 동지가 되었네요. 역시 뭐든 처음 시작할때가 낯설고 두려운건가봐요. 예전에는 포기 카드를 많이 쓰셨다고요?

사실 제가 프로포기러거든요. 물론 포기하면 편하기만 한 건 아닌데, 적절한 타이밍에 포기하고 다른 걸로 넘어가는 것도 저의 재주예요. 포기를 해야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버티는 동안 괴로움밖에 없다면 해내고 나서도 개운하지만은 않을 것 같거든요. 저는 순간의 즐거움이 미래의 뿌듯함보다 중요한가봐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이뤄놓은 건 별로 없지만, 제 그런 삶을 내가 사랑해줘야지 뭐 어쩌겠어요.(웃음)


▶ 맞아요. 예전에는 포기하면 지는 것 같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했던 저의 습성이 있었는데요. 요즘 보면 포기라는게 꼭 나쁜 것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미련을 갖고 계속 버티는 것이 바보같다는 생각이에요. 포기는 새로운 시작을 너무 부정적인 느낌이 들게끔 만들어논 단어 같기도 하고요. 지금의 행복이 쌓이면 결국 전체적인 나의 행복도 많아지는 거니까 저는 더 좋은 것 같은데요?(웃음) 

프랑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신거에요?

대학생 때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1년간 왔어요. 진짜 많은 부분이 변했죠. 저의 말투, 옷 입는 스타일, 행동거지 자체가 변했어요. 20대 초반만해도 알록달록한 옷들이나 멜빵처럼 귀여운 것들을 입었는데 여기서는 못입겠더라고요. 여자가 귀엽고 애교부리는 그런 인상이 한국에서 미의 기준으로 보는 축이기도 하잖아요. 나이가 들면 겉모습도 어려보이려 하는 것도. 근데 여기서는 여자가 어리고 귀여운 여자들이 없어요. 왜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귀여워야했을까를 생각해보면, 한국남자들이 그런 여성상을 원하는 거기도하고요. 하지만 여기 여성들은 많이 달라요. 남자들에게 하는 태도가 나를 뭐하러 감싸? 내 한몸 내가 건사하지! 그런 태도요. 그런 영향때문에, 예전에 귀여워보이는걸좋아했었지만 지금은 제 말투도 많이 변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여름에 한국에서 돌아갔을 때 보니, 사람들이 옷도 자기 입고싶은대로 입고, 화장이나 스타일도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한국도 이제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정지영, 파리


▶ 나를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대목이네요. 프랑스에서의 삶 이외에도 지영씨 삶의 가치관에 큰 변화를 준 사건이 있을까요?

큰 사건이라기 보다는 깨달음이 있어요. 중3때 좋아했던 남자 애와 사귀다가 어느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너무 놀라고 저로서는 이해가 안돼서 정말 힘들었어요. 맨날 울고요. 생각이 많아져서 아파트 계단을 올라갔어요. 아래를 내려보는데, 저기 멀리 17번 마을버스가 지나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어요. 사실 그 전에는 세상이 내가 있는 곳에서만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가만히 보면서 마을버스가 지금 지나가고 있는 그 공간, 세상에도 시간이 흐르는걸 알았어요. 


그 순간 깨달았죠. ‘그 친구도 그 친구의 나름의 시간의 흐름이 있었겠구나. 그 친구도 그 친구의 시간 속에서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거겠구나.’  그렇게  점점 이해가 됐어요. 살다보면 내 마음대로 안되는게 많잖아요. 그건 내 세상 속의 시간만 존재하는게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른 공간에서 또 다른 사람의 시간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간 속의 시간과 이유에 맞게 세상이 돌아가는 거겠죠.




건강한 외로움을 배워서 만족스러워요.

앞으론 사람이 아닌 것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요.



▶ 지영씨의 현재의 삶은 어떠세요? 아무래도 이제 한 학기도 끝나셨고, 친구들도 점점 더 생기고 안정감도 찾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실 것 같은데요. 진부할 수 있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를 별 다섯 개로 표현하자면?

별 네 개요. 아늑한 방 있고, 하고 싶은 일 많고, 요즘엔 실은 많은 일 하지 않아도 행복해요. 내적으로 평안해지는 법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찾은 느낌. 갖고 싶은 건 많지만 돈이 없어서 다행이고. 잠깐 가지고 싶었던 물건도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걸보니 그런 것보다 더 깊은 풍요를 안고 사는 기분이네요. 프랑스에서는 사람들이 대체로 서로에게관심이 없고 평가를 하지도 않아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내 옆에 끔찍하리만치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감사하며 살아요.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봐도 되는 것도 이곳에서 사는 특권이에요. 예전엔 대학이나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을 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나대로 살 수가 없었는데 거기서 자유로워지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건강한 외로움을 배워서 만족스러워요. 부족한 별 하나는 친구들, 가족과 가까이 있고 싶다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것 때문이요.


 건강한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정말 좋네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건 지영씨가 좋은사람이어서 인 것 같아요. (웃음) 공부를 끝내시고 앞으로 직업을 선택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뭐에요?

스물 일곱이 되었는데 프랑스어 과외나 가끔 들어오는 통역일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제대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요. 직장을 갖고 싶은 생각도 딱히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들과 일 하는 것보다 혼자가 편하고 이것 저것 재지 않

고 싶어서 그렇기도 한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역시 외국어나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번역과 통역을 하는

것이에요. 다른 일은 못 할 것 같아요. 시도해본 건 없지만. 이 일들이 즐겁고 계속 하고 싶은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고, 내가 하면서 계속 성장하는 일이라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 아니라 내가 끊임없이 배워야지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서 인 듯해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말을 가르치고 말을 전달하는 건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일 수밖에 없으니까. 사람이 아닌 것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일이라 하고 싶어요. 나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아요. 나 말도 당장 내일 다른 사람이 와도 해낼 수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면 어딘지 섭섭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내가 아닌 다른사람, 인공지능 등이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직업을 선택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인 시대죠. 열심히 일을 했더니 미래에 제 직업이 없어지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그렇다면 돈으로서의 가치를 떠나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음…낯선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싶어요.

제가 요즘 소소하게 하고 있는 일이 있어요. 프랑스는 언어가 부족하면 행정적인 서류를 처리하는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지금 알바삼아서 한국인들 대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15유로씩 받으면서 도와주고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그걸 빌미로 사람들 만나는게 좋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피아노치시는 분이었죠. 그분은 한국으로 돌아가실거라 전기요금을 해지하는 것을 요청했어요. 얼굴이 되게 예쁘셨는데, 수심이 가득해보였어요. 한국으로 왜 돌아가는지 얘기를 하다보니, 그분은 프랑스에서 피아노를 배우시면서 행복하지 않으셨대요. 재능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선생님들한테 맨날 혼났고, 오히려 여기서 기가죽어서 돌아가는 셈이었던거에요. 제가 그사람한테 해줄말은 왜 못버텼어가 아니라 얼른 돌아가서 행복하게 지내세요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비록 한번 만나고 헤어졌지만, 그 분이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기도했어요.


 외쳐드리지 그랬어요! (웃음) 지영씨는 마음이 정말 따뜻하신 것 같아요. 그 분에게 그 기도가 닿았을 거에요. 지영씨는 다른 사람들은 힘들다고 하지만 내게는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일이나 활동이 있으세요? 나는 아무렇지않게 할 수 있는 행동들이요.

바느질하기, 질문하기, 발표하기, 모르는 사람에게 길 가다 말 걸기, 불 빌리기, 생각없이 일단 내뱉기.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데 사람들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겁을 내서 아무 말도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제가 불어를 지금처럼 습득할 수 있었던 건 일단 내뱉고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길 잃어버려도 안무서워하기랑 스마트 폰 없이 길 찾기요. 3월이면 이제 스마트폰 없이 산 지 1년이 돼요. 말하다보니 생각보다 많네요.(웃음)


 스마트폰 없이 살고 계신건가요?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데요. 나중에 실천해 볼 목록에 추가해야겠어요. 지영씨는 가까운 시일이나 먼 미래의 계획이나 방향이 있으세요?

미래를 그리는 것은 참 어렵네요. 

막연하게는, 파리에서 2년동안 공부를 끝내면 액상프로방스에있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출판사가 있거든요. 거기 오너분을 프랑스와 한국의 상호교류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알게됐거든요. 당시에 사회자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한국문학을 번역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야가 너무 신기했어서 일해보고 싶어요. 제 친구중에서 액상프로방스로 엑스로 일하러간 학생이 잇는데, 파리에서는 엄청 힘들어했는데 거기가니 엄청 편해보이더라고요. 한편으론, 공부가 끝나면 한국에 바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요. 이번에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 생각이 많이 바꼈거든요. 한국에 소중한게 참 많더라고요. 집에가면 맞이해주는 가족들, 언제든 부르면 볼 수 있고 옛추억을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들요.


그리고 또 다른 막연한 계획이라면, 프랑스 히피여행기를 쓰고싶어요. 지금도 제 블로그에도 소소하게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재밌는 일들 적어내려 가려고요.



파리는 성장통이에요.

지금의 이 '쉬움'도 좋지만 그 때의 외로움과 힘들게 하나씩 해나가던 모습이 가끔은 그립기도 해요.


정지영, 파리

▶ 저희 말랑이 마지막으로 궁금한 질문이 있어요. 지영씨에게 ‘파리’란?

지금 바로 떠오르는 말이라면, 

파리는 성장통이네요. (웃음) 


복합적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랑은 되게 안어울리는 도시같고, 한편으론 점점 제 것이 되는 도시 같고.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도시기도 하고요.


제가 2015년 9월에 처음 파리 도착한 날로 거슬러 가보면요, 그 때는 유심칩을 사는 데 실패했고, 계좌를 여는데만해도 이리저리 다니며 우여곡절을 겪었죠. 집에는 와이파이도 잡히기 않아서 인터넷박스와 유심칩을 겨우사서 엄마아빠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엄마...!"하고 터져나온 울음 뒤에 차가운 소파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지금은 그 때보다 두 살 더 먹었고, 모든 게 더 쉬워요. 파리는 이제 삶이 되다보니 몇 번 가본 길들이라 눈에 익었고 그런지 발걸음이 절로 맞는 길로 향하죠. 크게 헤맨 일 없이 모든 것들이 착착 흘러가는 요즘이에요. 이게 저에게 있어서 파리에요. 한 때는 매일이 새롭고 그야말로 발견의 연속이었죠. 지금의 이 '쉬움'도 좋지만 그 때의 외로움과 힘들게 하나씩 해나가던 모습이 가끔은 그립기도 해요.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말랑이 담은 정지영의 색

저는 배우는 걸 좋아해요. 

프랑스어를 십 년 전부터 배우고 있고 

오늘은 수영을 배우다 왔고 내일은 살사를 배우러 가는 날이에요. 

참 발레도 시작했고요.

Artwork by Vivi Shin

Copyright 2019. Mala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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