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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ang magazine Feb 09. 2019

[정규환] 나는 완전한 노예 해방이다.

첫번째 인터뷰, 정규환


나는 완전한 노예 해방이다.

정규환 인터뷰


정규환

규환 씨는 지인과의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삶”과 “다름” 에 대한 다양한 생각, 더 나아가 여러 사람들과 “행복”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들고자 했던 우리에겐 규환 씨는 실행버튼이었다. “앗! 이 사람이 내 첫 번째 인터뷰이가 되었으면.” 했다. ‘정규환’ 이라는 사람에게 자석에 끌리듯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 어떤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무지개색이라면 모를까. 다채롭다.  그는 막무가내로 보낸 인터뷰 제안서에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내주었다. 규환 씨가 아니었으면 첫 인터뷰 시작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프리터 족 정규환 씨. 2016년 말 퇴사, 그의 삶에 있어 전화위복이었을까.
 

▶ 안녕하세요? 자유롭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29살 정규환입니다. 
대학 시절 사회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영화사에서 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1년 정도 했어요. 
2016년 말 당시 다니던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이후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잡지나 원고 첨삭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그 외에도 선거운동 캠프, 카드단말기 A/S업체 등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프리터족이라고 볼 수 있죠. 

▶ 프리터족이 “프리 아르바이터”의 준말이잖아요.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일하고 쉽게 일자리를 떠나는 사람요. 규환 씨 삶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2016년 말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퇴사를 하고 개인생활 하고 있는 점인 것 같아요. 
정말 ‘인간생활’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감각을 체감하고 있죠.
일이 삶의 첫 번째 포인트가 아니다보니 긴 시간동안 여행을 할 수 있다든지, 현재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나는 원래 누워있었다 1년 전에도 누워있었고, 

나는 원래 항상 이래왔으니까 조급해하지 말자. 

퇴사 이후의 삶들이 제 삶에 현재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정규환


▶ 퇴사 후에 찾아본 변화가 남달랐나봐요.
시간이라는 절대적 개념에 있어서 회사에 재직중이 타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고정적인 수입이나 사회에 속한 안정감을 느끼는 한편 구속감도 느끼죠. 
그에 반해 퇴사 이후에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노동을 한다던지 긴 시간 여행을 간다던지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죠.

▶ 솔직히 퇴사 이후에 힘들었을 것 같아요. 구속감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처음에는 좋지만 가끔은 늘어져버릴 때도 있잖아요.
퇴사 후 한두 달 정도에는 가족을 포함한 주위시선이 부담됐죠. 
그러나 1년이 넘어가니 사라지고 오히려 개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퇴사 이후의 삶들이 제 삶에 현재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 대부분 퇴사 삼 개월 차가 되면 조급해하던데. 
면접을 지원해보기도 했죠.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심심해서 하는 것 같은 거예요. 
뭔가를 하긴 하는데 결국은 원하지 않는데 조급함과 부담감으로 하고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조급할 때는 이렇게 생각해요. 

“나는 원래 누워있었다 1년 전에도 누워있었고, 나는 원래 항상 이래왔으니까 조급해하지 말자.” 이런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어요. 뭐 새삼스럽게 조급해할 필요는 없는거죠. 퇴사로 인해 금전적인 부분에서 물론 힘든 점은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걸 얻은 것 같아요. 퇴사로 조급함을 느꼈던 시절은 있었지만, 원하지 않는 일이나 조급한 마음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알았죠. 온전히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현재 제가 정말 좋아하는 순간이에요.

▶ 조급함을 컨트롤 하는 법을 퇴사를 통해 깨달으셨군요. 개인 시간에 따로 즐기는 취미활동있으세요? 
종종 집에서 채소를 직접 키워서 먹고, 반찬도 만들죠. 재능이나 취미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서 잘은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안하기.” 가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아닐까 하는데요. 몽상하고 스스로만의 세계에서 상상하면서 재미있는 일을 생각하는 것이요. 속된말로 노예는 해방을 시켜줘도 다시 습관처럼 돌아온다잖아요
 하지만 저는 완전한 노예 해방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아요.

▶ 규환씨, 만약 다시 직업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가장 1순위로 무얼 고려할거에요?
내 영혼을 팔아야 하는 게 사회생활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버틴다는 게 힘든 일이죠.
저는 제 가치관과 잘 맞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일이라는 게 내 삶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해야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 하는 곳에서 제 삶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저의 성 정체성이 있다보니, 차별없이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또 다른 나는 비욘세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 삶의 방향


▶ 혹시 또 다른 규환씨가 존재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본 적 있나요? 그 ‘정규환’ 은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라나요? 
또 다른 나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의 억만장자요. 아예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뛰어난 탤런트를 가진 슈퍼스타가 돼서 누군가에게 희망이나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요. 이를테면 비욘세? (웃음)

▶ 지금 당장 정욘세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웃음)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은 규환 씨에게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면 가능한 빨리 포기하고 다른 집중할 것을 찾는 거죠. 

미련을 가질 필요 없이. 누구보다 빠르게 포기하는 거죠!
하지만 제가 게이의 입장으로서는 ‘결혼’이라는 제도는 포기하는 게 아니라 쟁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지금도 충분히 규환 씨 만의 삶을 잘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규환 씨만의 방식으로요.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긴 하잖아요. 만일 그 모든 게 해결이 되고, 누군가 강요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발적으로 지속하고 싶은 작업이 있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잡지 GQ에서도 동거를 주제로 글을 쓴 경험도 있어요.누가 써달라고 하면 쓰는데 자발적으로 쓰는 경우는 드물어서 글쓰는 걸 꾸준히 하고 싶은데요. 대신 비공개로요, 남한테 보여주는 것보다는 소소하게 하고 싶어요. 나만의 세계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내 둥지 안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요. 

작은 일이이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 규환씨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5년 후에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평범하게 돈을 벌고 싶어요. 그게 무슨 일이든 간에. 나를 위해서. 
안정적이면서 비밀스럽게 살고 싶기도 해요. 마치 집에 돌아왔을 내 우주가 있는 것 처럼요. 창작활동을 한다던지. 퇴근 후에는 직장에서와는 다른 나와 마주할 수 있는 공간. 서울이라는 도시와 근거리에는 있지만 최대한 자연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조용한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동물이랑요. 

▶ 인터뷰 내내 규환 씨의 한마디 한마디는 인터뷰 장소조차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가 느끼는 행복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이 전염되는 것처럼.

저는 외적인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요. 
나와 내 세계 이외에는 신경을 덜 쓰고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고 살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 수 있는 것이 삶에 있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지금 내 삶을 누구와 공유하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아침에 눈 떴을 때. 내 옆에는 지금 당장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고 강아지 흰둥이 이렇게 볼 때면 행복한걸요. 그리고 다른 사람 시선에 내 행복을 뺏기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를 지켜내는 방법을 찾는 것을 찾는 것이죠.


말랑이 담아낸 정규환의 색

그는 어떤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무지개색이라면 모를까. 다채롭다.

Artwork by Vivi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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