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목적으로 블로그를 만들고 대충 적어넣은 필명을 5년 넘게 그대로 썼다…가 드디어 바꾸었다. 진작 바꿨어야 했는데. 한 일 년 전부터 글을 업로드할 때마다 필명이 신경을 거슬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단, 내게 정말 맞는 이름인가 싶어서. 아직 내 주제는 모르고 있지만, 더 이상 주제를 모르겠는 글만 쓰지는 않으니까. 바꾼 이름도 신경을 거스르기는 하나, 아마도 어색해서일 것이다. 고심해서 정한 건 또 아니다. 앞 문장처럼 부정문을 즐겨 쓰는 버릇에서 비롯된 이름. 퇴고할 때 늘 문서 파일에서 '않', '아니', '없' 따위 표현을 검색에 돌린 후 너무 많다면 수정하곤 한다. 뭐,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뜻도 있고, 내가 영화, 음악, 예술인에 대해 쓰는 바가 주로 ‘아닌 것을 골라내고 남은 그럴 듯한 것들’인 듯도 하여 짜맞춰 보았다. 블로그, 브런치를 검색했을 때 저 이름의 사용자가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이름 바꾼 기념으로, 작년까지 인디포스트에 외부작가 신분으로 쓴 글 일곱 편을 모아 올린다. 이것도 진작 올렸어야 했는데, 한 해가 갔다. 저작권 때문에 본문은 일부만 인용하고 링크를 공유(+당시 브런치에 공유하면서 덧붙였던 주저리). 공홈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고, 네이버 포스트에만 남아 있다. 독자로서 인디포스트 공홈 분위기를 좋아했었는데. 여러모로 씁쓸하였다.
1. 2022년 9월: 하프얼라이브
"일부 트랙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하며, 하프얼라이브 본인들이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메이킹 비디오를 참고했다. 작품의 의미와 만든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아티스트로서 이들의 방식이다. 해석의 방향을 한정하는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대화를 여는 것에 가깝다. ‘우린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곡을 썼고, 이렇게 비디오를 찍었어. 그대들은 무얼 느꼈어? 설명을 듣고 새롭게 떠오른 게 있어?’하고. 작업물을 내보낸 후 문을 닫아버리지 않고, 열어 놓은 창구를 통해 팬, 다른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매일같이 창작의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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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이토록 ‘원 앤 온리(one and only)’일 수 있는 바탕의 한 축에는 ‘남들의 세속적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라는 태도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축에는, 아티스트로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 최근에는 다음 페이즈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듯 색다른 스타일의 트랙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귀에 흐르는 것은 보컬이 아닌 시낭송이다. 다시 한번 낯선 길을 향해 발을 내딛은 하프얼라이브, 다섯 트랙만 다루었지만 이들의 작품은 하나하나 특별하다. ‘어떻게 살아있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는,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면서도 개인적인 울림을 선사하는. 이 사려 깊은 예술가들에게 매번 영감과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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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글에서 적은 기억이 있지만 이 인간들은 크리에이티브 지니어스들이므로 또 적는다, 하프얼라이브의 오디오와 비디오는 늘 일관성이 있으면서 새롭다. 한번 컴필레이션 해서 쓸 때도 되지 않았나 해서, 뮤직비디오를 키워드로(개인적으로 h•a 음악은 시청,할 때 가장 완전히 와닿는 느낌이어서) 기획해 봤다. 헌데 글을 완성하고 얼마 뒤 2집 발매 소식이 들렸고… 지금은 아예 레코드가 나와버렸다. 리뷰를 따로 쓰기도 했던 Give Me Your Shoulders Pt. 1 의 일곱 트랙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 해도, 무려 열 여덟 트랙이 담긴 앨범이라 신곡 비율이 더 높다. 처음에 오디오로 들었을 때 왠지 심장에 !느낌표!가 떠오르지 않아서 왤까 갸우뚱 했는데, 노바디 비디오를 보고 !!!!!!!! 이렇게 됐다. 음악 자체로만 놓고 들으면 사실 내 본래 취향에 딱 들어맞는 그룹은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무브가 삽입된 비디오를 시청하면, 객관적 판단 불가 뭐 그런 상태가 된다. 이 친절한 아티스트들이 또 이런저런 플랫폼에 이것저것 설명하고 털어놓아 주는 중이라 뇌가 자꾸 자극을 받는다. 글이 이미 세 개라 그만 쓰기로 했는데 말이지.
2. 2022년 12월: SASAMI, Wet Leg, Superorganism
"30년이 지났음에도 도미노의 스타일은 변치 않았다.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소속 베테랑 뮤지션들이 원하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색다르고 실험적인 소리들을 꾸준히 영입한다. 작년에는 전설의 그룹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까지 이곳에 합류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도미노와 손을 잡고 정규 데뷔 앨범을 낸 ‘신인’ 뮤지션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지금 어떤 소리를 만들고 있을까? 올해 새 음반을 발매한 세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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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속한 음악 레이블이나 엔터테인먼트 컴퍼니 등을 평소 찾아보지는 않는다. 관심을 두었던 이름이라곤 None You Jerk Records나: 댈런 위크스와 !친구들!이 뮤직 비즈니스를 풍자하는 의미로 자가 녹음을 하며 표기한 ‘레이블’ 이름. 더 브로백스 레코드와 댈런 위크스 솔로 홀리데이 트랙들, iDKHOW의 Modern Day Cain 싱글, 그리고 내 기억으론 1984~ EP까지 이 이름으로 발매됐던 것 같은데(인트로덕션에 "presented by None You Jerk Records"라고 나온다.) 이건 현재 퍼블리시가 Fearless Records로 적혀 있다. 무튼 피얼리스는 jerk가 아니기를. 또 Walkie Talkie Records: The Cactus Blossoms가 1집 발매 후 직접 설립한 인디 레이블. 잭 토리의 말에 따르면 “Zero boredom”인 컴퍼니라고 한다. 뭐 그런 정도. 옆으로 샜다.
때는 n개월 전, 스트리밍이 막혀 있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보물같은 레코드를 다 들을 수 있게 됐길래 놀라서 찾아봤다니, 어딘가와 새로 계약을 했다더라. 레이블 이름이 익다 했더니만 악틱 몽키즈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이었고, 아티스트 리스트를 훑었더니 수퍼올가니즘 캣 파워 등등이 보였고... 대강 그렇게 저장해 두었던 사고흐름을 꺼내 글로 만든 것이다. 사사미 윁 레그 수퍼올가니즘 다 최고. 이들이 악틱처럼 쭉 도미노에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는 하다. 도입부에 예시로 든 아티스트 중 원래 블러드 오렌지도 있었는데, 퇴고하며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이름이 빠져 있었다. 최근 모네스킨과 하프얼라이브가 있는 RCA로 옮긴 것 같더라. 어디든, 그대들이 머무는 곳이 jerk스럽지 않기를 바라.
3. 2022년 12월: 맥심 밸드리
"어떤 문장으로 글을 열어야 할지 고민했다.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았음을 언급하며 시작하면 무난했을 테지만, 유명한 작품 이름을 빌려 맥심 밸드리를 소개하려니 내키지 않았다. 이토록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좁은 이미지로 덮어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잠재력과 표현력이 묻힐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던가. 이제 맥심 밸드리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화제작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에 출연했음을 말해도 될 것 같다. 앞서 웰메이드 리미티드 시리즈 <이어즈 앤 이어즈>에서 빅토르 고라야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얼굴을 알린 바 있었다. 그렇다, 맥심 밸드리는 배우다. 그러나 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고, 공연하고, 뮤직비디오를 감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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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닌 인디적 에너지(‘independent’/ ‘indie’라는 단어에 드리워진 뉘앙스는 ‘독립적인’ 만으로는 담기 어렵다고 본다. 맥심에게는 그 폭이 있다.) 는 주류의 쇼에도 어떤 ‘틈’을, 비주류적 매력과 존재감을 부여했다.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서 혼자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며 작품에 녹아들 수 있는 감각이 그에게는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대로 아름다운, 스스로가 ‘무엇’인지 앎으로 충분함을 깨달은 이의 멋과 여유를 지닌, 맥심 밸드리. 그는 배우, 감독, 뮤지션이고, 예술가다. 자유로운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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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을 위해 <이어즈 앤 이어즈>를 세 번째로 관람했다. 이디스 라이언스와 빅토르 고라야가 자꾸만 더 좋아지길래, 그들에 대해 따로 쓰려고 시도했었다. (자발적/비자발적) 아웃사이더들, 기이해져만 가는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불가능한 두 사람의 필연적인 유대감에 대해. 처음 봤을 당시 남긴 지버리시에 [이디스에게선 내내 죽음이 어른거리고 빅토르에겐 삶이 반짝이는데, 그게 서로 잘 어울렸다]고 적었었다. 그러나 한참 끄적이다 완성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n개월 후 갑자기 영감을 받아 완성.)
배우 맥심 밸드리,에 대한 덕질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일단 본 작품이 너무 적어서 그렇다. 물론 빅토르만으로도 그가 매력과 재능, 독특한 존재감을 지녔음을 알 수 있었다. 아직은 빅토르만 좋은건지 배우 맥심 밸드리도 좋은 건지 확신할 수 없어서, 기대를 품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단계랄까. 영화 속 맥심은 어떨지 좀 궁금하다. 그저 그런 상업작 말고 그가 지닌 끼와 깊이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작품으로. 인터뷰에서 웨스턴이 하고 싶다던데, 슬로우 웨스트 같은 거 멋지잖아.
그러나 뮤지션으로서의 맥심은 다른 얘기다. 송라이터 맥심, 보컬 맥심, 퍼포머 맥심, 전부 사랑한다. 이 글을 통해 어나더 허와 테라 트윈의 음악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게 되어 기쁘다. 어나더 허는 2016년도 작업이 마지막이… 이라기엔 두 곡 뿐이다. 그럼에도 꽤나 오랫동안 헤어나오질 못하는 중이다. 공식 음원이 없어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를 오가며 듣는다. 뭐, 지우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해. 테라 트윈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들을 수 있는 곡이 셋 뿐이지만 이미 내 최애 밴드 중 하나다.
4. 2023년 1월: 헨리, 조, 타츠오, 몬테, 닐
"인간은 대개 욕망한다, 부와 권력, 생활의 안정, 타인과의 관계, 혹은 한 잔의 모닝커피나 십 분의 낮잠을. 대개는 더욱 만족스러운 하루, 더 행복한 삶을 바라는 것이 ‘보통’, 그 구체적인 형태는 개인마다 다를 테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까닭 중 하나는 현실에선 꿈꾸기도 힘든 별난 것들을 욕망하고 상상하며 때로 실현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캄캄한 극장에 앉아 다채롭게 타오르는 붉은 빛에 취했던 경험은, ‘현생’에서 다르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욕망이 붉지 않다면, 무지갯빛도 아니라면, 썩어가는 녹색(데이빗 로워리, <그린 나이트>)조차 띠지 않는다면. 탁한 블루, 혹은 무의 흰색이나 까마득한 검정이라면 어떨까.
이 주인공들에게는 좀처럼 욕망이 비치지 않는다. 혹은 그것이 생이 아니라 사를 향한다. 진지하게 죽음을 계획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중 몇에겐 그럴 의지조차 남지 않은 듯하다. 날마다 조금씩 혹은 틈날 때마다 간헐적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고립시킨다. 그 ‘까닭’을 영화는 분명히 설명하거나, 은근히 암시하거나, 끝까지 공백으로 남겨둔다. 특별한 타인과 함께 삶에 변화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무욕이나 자기파괴욕이 어른거리는 다섯 남자의 심연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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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연적으로 끌리게 되는 캐릭터의 한 전형 모음 같은 글이다. 다른 전형은 아벳 나디르 스펜서 리드st가 있고, 또 다른 전형은 로사 디아스 레베st가 있고, 또또 다른 전형은 네이선 영 클라우스 하그리브스st... 아니 이건 그냥 로버트 시한이네. 이렇게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이어지니 여기서 맺도록 하자. 사실 전형 같은 거 없다. 다 각각 고유한 인간들이야. 몸살하지 않고 후루룩 힘없이 즐겁게(?) 썼다. 이런 인물들을 저만의 언어로 담아내는 연기를 목격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그러고 보니 다섯 배우 각자의 필모그래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가 이것들이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헨리, 호아킨 피닉스의 조, 아야노 고의 타츠오, 로버트 패틴슨의 몬테, 팀 로스의 닐.
5. 2023년 3월: 가스파르 울리엘
“가스파르 울리엘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넘었다. 애도와 감탄의 문장은 좀처럼 손끝에서 마르지 않는다. <안녕, 소중한 사람>의 포스터를 목격한 후 요 몇 달은 특히 그러했다. 그를 눈여겨보게 된 계기는 <생 로랑>. 내겐 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였기에 이전 필모그래피를 샅샅이 훑지는 않았었다. 작년 겨울, 그를 보내는 글을 쓰며 여러 작품을 처음 혹은 다시 관람했다. 그중엔 현재의 감수성과는 맞지 않는 십 몇 년 전 시대극들도 있었고, 사랑 받는 캐릭터의 프리퀄을 다루었으나 미움을 더 많이 받은 영화도 있었다. 작품이 어떠하였건, 가스파르 울리엘은 그 안에서 저만의 색으로 빛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가 발하는 빛은 환한 태양이나 백열등의 색을 띠고 있지는 않았다. 그늘져 있었는데, 때로 미스터리함에도 의뭉스럽거나 탁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한밤중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이는 수면의 다크 실버 블루. 묘사하자면 그런 색이었다. 차분한 내향성을 포함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군중 한가운데에 있다가도 별안간 자기 안으로 숨어버릴 것 같은, 때로 자발적 고립이 필요한 사람. 민감한 피부와 곧은 중심, 고유의 세계를 지닌 자. 그 아우라는 고독한 연쇄살인범이 흘리는 분노의 눈물에 어리기도, 여리고 섬세한 천재 디자이너의 가운에 스며들기도,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가족들을 찾은 예술가의 눈 밑 그늘에 드리워지기도, 혁명의 열기를 관찰하는 홈리스의 뺨에 묻은 먼지에 걸려 있기도 했다. 이 글은 가스파르 울리엘이 택한 특정 작품들에 집중하며, 그가 캐릭터의 옷을 입고 스크린에 빛이나 그림자를 더한 방식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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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023년 6월: 로사, 레베, 페이튼&리버, 닉
“퀴어 커뮤니티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이섹슈얼인데, 우리의 레프리젠테이션(representation)은 충분치 못하다”(의역, 링크 – ‘them’)
"‘바이섹슈얼’(bisexual)로 커밍아웃한 <하트스토퍼>의 스타 키트 코너의 말을 옮겼다. 과연 그렇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나 TV 시리즈 속 LGBTQ+ 캐릭터는 급증했고 그 다양성도 제법 훌륭하게 뻗어나갔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고, 바이섹슈얼의 경우 더욱 그렇다. 픽션의 역사에는 “페이즈다”, “욕심이 많다”, “한편을 택하지 못한다” 따위의 말들로 작품과 시청자에 의해 매도 됐던 바이섹슈얼(혹은 팬섹슈얼(pansexual)*)이 있었다. 여기서 소개할 것은 그들이 아니다. 양성애적 지향을 뭉뚱그리거나 왜곡하지 않았던, 경우에 따라 ‘바이섹슈얼’임을 명시했던 최근의 TV 시리즈들이 있다. 네 작품 속 멋진 ‘바이’들을 소개한다. 모두 동시대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며, 넷플릭스에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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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제이크), 레베(와 폴로), 페이튼과 리버, 그리고 닉.
사적이고 사심 가득하나 나름의 기준이 있는 셀렉션이다. 기준에 맞지 않아 제외한 인물들을 men 위주로 꼽아 보면: 로버트 시한이 팬섹슈얼로 명시한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클라우스,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왕좌의 게임> 오베린, 키트 코너와 <리틀 조>에서 함께한 벤 위쇼가 맡은 <어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의 노만 등이 있다. 그렇지만 오베린의 스크린 타임은 매력에 비해 너무 짧았고, 노만은 픽션 캐릭터가 아닌 실존 인물이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로키 역시 시리즈 <로키>에서 비로소 팬/바이섹슈얼로 확정됐지만 지나가듯 언급만 된 정도. 이 외에… 바이/팬섹슈얼 맨(한국어의 남성-남자는 영어의 male-man처럼 생물학적 성과 젠더를 구분해주는 느낌은 아니라서 요새 새삼 워딩을 망설이는 중이다.)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영화로 넘어가면 보다 다양한데, 일단 유명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와 올리버가 있다.
7. 2023년 9월: <프레시>, <로우>
"적다 보니 만나는 지점보다는 갈라지는 지점에 집중하게 되었다. 겹치는 소재로 이처럼 각자의 색을 지닌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프레시>는 노아 개인의 특수한 경험에서 출발해 분명한 표현법으로 사회적 미소지니를 비판한다. 와중 영화적인 볼거리를 개성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로우>는 쥐스틴의 욕망과 심리를 파고들며 힘의 관계/이미지에 카오스를 들이붓는다. ‘남성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이 허용되는 세계에 ‘순진한 먹잇감’이 되기를 거부하는 ‘괴물’ 여성을 던져 넣어 ‘물을 흐린다’. 깔끔하게 문을 닫으며 픽션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프레시>와 가능성이 소용돌이치는 열린 문으로 관객을 이끄는 <로우>. 두 작품이 남기는 불편함의 가치는 각각 필요하고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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