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나를 성장시키는 글쓰기

by 스페라

카메라 셔터처럼 눈 한번 깜빡하는 그 '찰나'에 우리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알 수 있는 건, 내가 살아온 나날들이 내 몸속에 장착되어 있고

직관이 한 번에 분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감각이 항상 옳을 수는 없지만, 살아보니 크게 틀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경험을 통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통계를 내고 의식조차 못한 채

그것을 이용해서 나와 어울리는 사람을 찾게 된다.

이것은 글쓰기에서도 통하는데, 글을 쓰다 보면 글 속에는 '내'가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쓰다 보면 나도 모르는 글에 대한 직관이 생기고, 나와 어울리는 글을 찾게 되고 쓰게 되고 읽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 작가의 글인지, 찰나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이것은 신기하게도 내가 아는 작가에게서만 혹은 유명작가에게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글을 한참 배우던 시절,

내레이션 과제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원본에 있는 내레이션을 듣게 되었다.

원본에 있는 글을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규칙이었는데 규칙을 어긴 나는 그 순간부터

나만의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과제는 해야겠기에 최대한 비슷하지 않게, 단어나 전체적인 글의 톤을 달리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단번에 그 글이 내 글이 아님을 아셨다.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을까?


나이가 들고 나도 익을 때로 익어갈 때쯤

친구가 딸아이 논술 숙제를 좀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메일로 받아서 읽는데 난, 한 번도 그 아이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도 단번에 아이가 쓴 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짜깁기한 글이라는 걸 단번에 느끼는 순간, 그때 그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올랐고,

선생님이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친구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하고 아이에게 물어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직접 쓴 글이 아니라고 하더란다.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묻는데... 나는 그냥 그냥...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냥 그냥 알았다는 말은 정말이다.

특별히 어떤 이유를 콕콕 집어서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알게 되었고,

굳이 말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찰나에 사람을 알아차리는 것과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다.

글쓰기를 가까이하다 보면 이렇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감각을 키울 수 있다고나 할까.


글에는 '내'가 들어있다.

내가 들어 있는 글은 살아있고, 그것을 본 독자들은 나를 장착하며 또 하나의 감각을 익혀 갈 것이다.

많이 쓰자,

많이 쓰면 보다 많은 것들이 나의 세포 하나하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것이 훗날, 나를 어떤 사람으로 성장시킬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반드시 성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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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내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 썼습니다.

조금씩 꺼내놓다 보니, 어느새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한편씩 쓰는 동안 조금 단단해졌고, 즐거웠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지만 포근한 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연재는 끝이지만 글쓰기는 계속되겠지요.

쓰는 삶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니까요.

모두모두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나는 쓴다]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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