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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급식백선생 Aug 07. 2020

나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

차, 집, 땅, 유튜브, 브런치

 군대를 다녀오고 난 28살 무렵, 처음으로 내 소유의 차가 생겼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처음으로 차를 소유한다는 기분은 인생에서도 손꼽을만한 설렘이 아닌가 한다. 나의 차량이 생긴다는 것은 나의 행동반경이 엄청나게 넓어진다는 뜻인데. 넓어진 행동반경으로 인하여 그 이전보다 더욱 폭넓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적어도 이동거리로 인한 제약으로 못하게 되는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개인 차량의 소유로 인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행동반경의 증대와 이동의 편리함이 아닌 ‘온전한 개인의 공간’이었다. 이 넓디넓은 우주에서 내가 소유한 차량 안의 2평 남짓한 공간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것’이었다. 그 안에서 잠을 자던, 누워서 음악을 듣던, 부스러기를 흘리면서 음식을 먹던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방황하는 주인공이 홀로 차를 몰고 한적한 곳에 가는 장면도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었으니까.(그리고 그것이 이해가 되었으니까.)


 결혼 후에 당당하게 내 집을 마련하였다.(정확히 말하면 우리 부부의 집. 대부분이 대출이지만 그래도 당당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일생의 최종 목표였을 내 집 마련을 잘도 달성했다. 집을 가지고 나니 왜 그렇게 어른들이 집에 집착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길고 짧은 여행이나 외출의 끝자락이 되는 장소. 

 항상 현관운을 열고 들어오면서 하는 생각은 ‘역시 집이 최고야!’.

 내 생활의 터전이 되는 공간.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우주안 내가 소유한 공간은 그렇게 조금 넓어졌다.


 얼마 전에 유튜브를 시작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온라인 개학’의 일환으로 개설한 채널이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작년 즈음부터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미약하게나마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관심종자의 기질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기에,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도 있었고 혹시라도 잘 되면 부업으로서의 용돈벌이도 기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플랫폼에 자그마한 나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자동차와 집과는 달리 돈이 들지 않는 공간이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지는 한 달 여 남짓. 영상으로 남기는 콘텐츠와 글로 남기는 콘텐츠의 차이를 어렴풋이 알 때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작가 선정’이라는 시스템이 왠지 모를 도전정신과 호승심을 자극했다. 유튜브가 ‘대외적인’ 공간이라면 브런치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사용하려는 방향을 정했다. 구독자도, 수익도, 조회수에도 자유로운 편이니(하지만 아직 온전한 자유를 얻지 못해 신경 쓰인다. 무척.) 개인적인 생각을 정선하고 정리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어릴 적에는 비가 오는 게 싫었다. 그때 내가 소유했다고 여긴 공간은 ‘밖’이었다. 비가 오면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의 내가 주로 놀던 장소에 갈 수 없었다. 지금은 비를 좋아한다. 집에서 창밖에 보이는 축축한 풍경을 좋아하고, 주차된 차 안에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비가 와도 나의 공간은 건재하기에.


 미니멀 라이프와 무소유에 공감하지만, 아직 공간의 소유에 관한 집착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적한 동네에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나면 그때쯤 만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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