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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급식백선생 Aug 22. 2020

나는 댓글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 댓글러를 지향한다.

인터넷 댓글은 8% 사람만이 작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 중 절반 정도는
단 한 번도 댓글을 남겨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인터넷이 처음 생겼던 시절부터 인터넷을 즐겨왔지만, 나는 댓글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인터넷을 경험한 지 20여 년 되는 시간 동안 댓글을 남긴 것은 분명 10번 이하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명확한 이유는 없다. 단순히 귀찮음이 반쯤, 원인모를 부끄러움이 조금(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 이미 이슈가 지나버린 콘텐츠를 보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구경꾼 입장인 경우가 다수.

옛날 말로 '눈팅족'이었던 것이다.


 인터넷에는 다 따라잡을 수도 없을 정도의 수많은 정보들이 생산되고 있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러한 콘텐츠들을 생산하거나 퍼 나른 적이 없었다. SNS의 대 유행을 이끌었던 그 흔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싸이월드에는 계정을 가지고 있었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나는 온전한 '소비자' 였던 것이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얼마 전 유튜브와 브런치에 나만의 공간을 개설했다. 20여 년 만에 정보의 '생산자'에 도전한 것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인터넷 생태계를 관찰하니 '댓글'이라는 녀석은 참으로 의미 있는 존재였다. 이제껏 정보의 소비자로 살 때에는 몰랐던 것을 몇 가지 깨닫게 되었다.


1. 댓글은 정보의 생산자에게 힘을 준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의 인정으로부터 안정감과 힘을 얻는다. 나 역시도 타인의 평가에 자유로워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아직은 거기에 집착하고 있는 단계이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보는 입장이 되어보니 소비자의 반응에 크게 마음을 쓸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조회수에 신경을 쓰게 되고, 누군가가 '좋아요'나 '라이킷'을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마음을 담은 댓글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댓글'이었다. 콘텐츠에서 궁금한 내용을 묻는다던지, 짧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 하다못해 질책의 내용이라도 생산자에게는 큰 의미를 주게 된다. 마음을 담은 장문의 댓글을 보고 있자면, 적어도 그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댓글은 콘텐츠의 연장선이다.

 인터넷에 생산되는 여러 콘텐츠는 댓글을 통해 완성된다.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을 읽을 때 그 제목과 내용의 흥미를 끄는 정도가 그것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되지만, 해당 게시글에 달린 '댓글 수'역시 클릭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댓글에서 일어나는 추가적인 토론이나, 본문을 보완하는 정보, 혹은 전체를 꿰뚫는 유머와 같은 댓글은 본문의 질을 높여주는 추가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sake L 의 영상. 20만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어떤 경우에는 댓글이 본편의 콘텐츠를 뛰어넘는 경우도 흔하다. 예컨대, 유튜브에  'sake L'이라는 채널에는 큰 의미 없는 영상에 20만 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이런 경우는 댓글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 댓글은 콘텐츠의 생산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콘텐츠 제작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의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상에 생산된 콘텐츠에는 누구나 댓글을 달아 자신의 감상을 표현할 수 있다. 고단한 시간을 달래주는  노래를 불러 준 가수에게, 안일한 일상에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하는 강연자에게, 작은 취미활동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 강사에게, 큰 웃음을 터트려주는 크리에이터에게, 힐링이 되는 글을 써주는 작가에게 직접 소비자로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프로 댓글러를 지향하고 있다.

콘텐츠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감상을 적는다. 궁금한 게 생기면 작성자에게 직접 질문을 남긴다. 지금도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감히 적기도 한다.


 의미 있는, 긍정적인, 생산적인 댓글을 꾸준히 남겨보려고 한다.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악플을 잠식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차원에서 라도 댓글의 순기능을 향상하도록 사용하고자 한다.


 아주아주 미약하게나마, 인터넷 생태계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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