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즈음부터, 우리 반 아이들에게 유튜브에 관해서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존재했던 키워드인 '정보화시대'는 아직도 건재하고, 최근에는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키워드까지 추가되었다. 여기에 '1인 미디어'라는 키워드를 더하면? 당연하게도 '유튜브'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그것을 공식적으로 가르쳐 주겠다고 공언하기에는 조심스러움이 앞서기도 한다.
1. 시대의 흐름
지금은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이다. 그 1인 미디어는 결국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유튜브 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종 공중파 방송과 포털사이트의 사용량을 뛰어넘은지는 오래고, 이제는 그들조차 유튜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교육계에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주기로 개정된다. 그 안에 담을 내용을 협의하고 적용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대의 흐름에 딱 맞거나 앞서가는 내용을 담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그러하다는 것이고, '교사교육과정'에는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
2. 개성 표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가 유행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이전에도 '싸이월드'는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한 복판에 있었다.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가치를 브랜딩 하는 데 있어 유튜브는 무척이나 효과적인 수단이다. 국내에 한정된 플랫폼이 아닌, 세계적으로 가장 거대한 플랫폼 안에 개인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일이다.
3. 교육의 목적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가운데 '창의융합형 인재'가 있다. 창의융합형 인재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재는 지식정보 처리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공동체 역량, 의사소통 역량, 자기 관리 역량, 심미적 감성역량을 갖추어야 길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보고 '유튜버'를 연상하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기호일까?
3. 초등학생에게 유튜브를?
사실 초등학생은 인터넷 세계에서는 '초딩'또는 '잼민이'라는 말로 불리며 비하당하기 일쑤다. 15년 전에도 '초글링'이라는 말을 하며 여름방학을 두려워하던 어른들이 많았다. 초등학생은 아직은 어려서 인성적인 측면이나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초등학생 희망 직업에 '유튜버'가 등장했다는 뉴스 기사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이고, '초등학생 유튜버의 일탈'이라는 가십거리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 심심치 않게 노출된다.
4.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 UCC: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 즉 개인이 직접 만든 작품. 대부분 영상 콘텐츠로 인식된다. - 1인 미디어: 개인이 만든 UCC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트렌드를 추구하는 것 - 유튜브: 제작한 UCC를 업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
유튜버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고, UCC를 제작하여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UCC를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가르쳐주고,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한 1인 미디어 채널을 구상하는 방법을 지원한다. 그리고 유튜브 플랫폼을 통하여 그것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능력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유튜버가 지녀야 할 가치와 도덕성, 저작권에 관한 개념까지 잘 교육할 수 있다면 '초등학생 유튜버'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5. 전통적인 가치와 방향이 다르지 않다.
'지식과 기능을 익히고 창의성과 심미적 안목을 갖춘 바른 인성을 지닌 어린이'를 기르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통적인 가치인 지(知), 덕(德), 체(體)에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이 더 해졌다는데 말이다.
촬영과 편집을 하는 데는 예술적인 심미안과 기기+프로그램 사용의 기능을 익혀야 한다. 콘텐츠를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에는 창의적인 사고와 개인의 개성을 담아야 한다. 자신의 채널을 공개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능력과 더불어 깨끗한 인성 역시 갖추어야 한다. 제작하는 영상의 내용에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야 말로 '지식과 기능을 익히고 창의성과 심미적 안목을 갖춘 바른 인성을 지닌 어린이'를 기를 수 있는 최고의 프로젝트 수업이 된다.
칼은 타인을 해할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정에서 칼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유튜브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이미 시대의 한 복판에 있는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그것의 부작용을 두려워해 피하기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사용법을 알게 하고 긍정적인 문화를 확대해 나가는 게 교육이 존재하는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