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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Dec 12. 2023

동네관찰자

집에서 책방으로 가는 길, 총총 걸음으로 15분만에 도착하는 길이다.

짧은 길을 왕복하는것으로 나의 운동이자 산책이자 동네한바퀴 전부일정도로 운동량이 많지 않아서 뱃살이 날로 두툼해진다. 책방으로 가는 이른 아침엔 눈에 보이는 필라테스와 헬스장을 머릿속에 꼼꼼히 예측 비교해가며 꼭 운동을 해야지 다짐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길엔 담백하고 깔끔한 제주도토박이 주인장이 하시는 국숫집에 들릴까, 젊은 시절 차타고 가서 사가지고 오던 집앞 새로생긴 '튀김집 삭'의 김말이를 사갈까 유혹에 혹사당하며 집으로 온다.



나는 주변가게를 두루두루 살피며 길을 걷는 습관이 있다. 장사준비를 하는 주인장의 모습도 꽤 유심히 살피고 새로운 가게가 오픈하는지 어떤 집이 문을 닫는지 꼼꼼히 살피기도 하며 옷가게 디스플레이까지 구경한다.

매년 유사한 루틴으로 집과 책방을 오가는데 습관 때문인지 자영업을 이웃들의 하루가 어떨지 그분들의 요즘 가게운영이 어떤지 감이 온다고나 할까. 최근 남일같지 않은 마음이 아주 크다. 

이웃의 오늘은 안녕할까. 

요즘장사는 어떠하실까. 

나의 출퇴근 시간은 이웃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김밥만 파는 분식집에 인테리어나 위생이나 분위기 따위는 개나 줘버린 곳이 있다. 처음 오픈했을땐 할머니가 내공이 있으실꺼야 생각했는데 몇번 사먹어보니 날마다 맛이 달랐다. 월세가 아주 싼 곳도 아닌데 좀더 신경쓰면 잘될텐데 하는 걱정도 있고.

" 사장님 출입구 밑에 틈새가 너무 크니 다이소에서 비닐을 사서 붙이세요 그럼 좀 따뜻해요"

라고 했더니.

" 그래요, 신경쓰면 좋겠지만 사는게 힘들어서"

라고 하셨다.

적막한 가게에 김밥 4종류만 있는것도 아쉽고 라디오라도 켜고 김밥을 말면 좋겠는데 묵언수행 하시는지 앉아있기가 민망할 정도다. 내가 붜 백종원도 아닌데 , 여러가지 제안도 막 드리고 싶고... 손님이 민망한 이 김밥집은 1년이 지나니 찾는 사람이 없더라. 그래도 매일 아침 문을 여니 참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다. 사장님한테는 분명 생계이니까. 며칠전엔 잔뜩 싹이난 양파를 플라스틱 큰 대야 가득인채로 밖에다 내놓으셔서 걱정했다.  양파의 싹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 김밥집이 좋은점은 딱 한가지가 있다. 참기름이 아주 고소하고 신선하다는 것.

이거 하나로도 존재이유가 있다.김밥의 생명은 우엉조림과 참기름이니까. 어르신이 아주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신다면 나는 한달에 한번정도 김밥을 사먹을 의향이 있다.


가게앞 싹이 잔뜩난 양파마저 남일같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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