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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Mar 08. 2024

알을 깬 아침

시치미 북클럽에서<구의 증명> 을 읽고

볕좋은 오전이다. 공기는 거짓말처럼 차가워서 패딩을 다시 껴입고 책방으로 왔다.

고정순 작가님과 북클럽을 하는 첫날이다. 사람들을 바글바글 초대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 한바퀴 소감 발표만 해도 두시간이 가버렸다. 

두시간 내내 책이야기를 한다는 것, 우리가 마치 '행복의 나라'로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온갖 우려스러운 뉴스 속에서도 우리의 취향대로 모여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멋진 행위다. 어제도 멋졌고 오늘도 멋졌다. 이런 위안이 3월을 잘 견디게 해줄 것이라 믿어본다. 비록 사춘기 아이의 블랙아우라에 압도당한다해도, 감기손님이 들렀다간다해도, 작은아이와 폰밀당을 한다해도 , 치매 걸리신 아버지가 하루 30번 전화한다해도 잘 견딜것이다. 


최진영 작가의 #구의증명 이다. 

최징영 작가<구의증명>을 읽고 

신파와 지독한 사랑 사이에서 밀당을 하였고 '식인행위'는 판타지 같았다.  상징일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먹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안고 이렇게 까지 할일인가... 그렇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상황까지 이야기는 삶의 구석으로 끌고 갔다. 사고, 질병, 가난, 죽음 등 구와 담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숨긴채 사라지고 둘만 남은 세상의 막다른 곳.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댄채 서로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지독한 사랑뒤에 담은 구를 먹어 자신안에 담아내려는 행위. 기괴한데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하였다. 

없는 사람 취급했던 구를 진짜 없는 사람으로 남기면 안되었고 그래서, 내안에서는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해주려는 최선의 방법을 마음으로 이해했다 (머리는 노노) 

새로운 관점으로 말해주신 분이 계셨다. 도시의 끝이 아닌 그만그만한 삶을 살고 있는 시골 작은 마을로 구와 담이 왔다면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사라지게 그렇게 두지 않았을 거라는 작은 시골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계신 분의 말들이 머리속에 떠돌았다 

"도시는 가난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여운이 남아 몽글몽글하게 남아 있다가 아빠의 전화에 화들짝 놀라 다시 길을 나섰다. 

아침식사로 후 식기들이 널려있는 부엍으로, 

간식달라고 아우성 치는 아이가 있는 곳으로, 

오늘도 힘들었다는 첫째의 방으로, 

안녕한 하루를 보내고 있길 바라는 남편의 수화기 넘어로. 

그리고 내 하얗고 까만 컴퓨터 속 이야기로.


책의나라는 이토록 깊고 환상적인데 책을 읽지 말라는 윤석열 정권의 모든 정책을 강력히 규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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